(미디어원) 미국의 폭격과 해상 교전, 이란 혁명수비대와 중동 민병대의 대응이 이어지며 긴장은 페르시아만과 레반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의 시선이 이란으로 향하고 있지만 정작 이 나라의 정치 구조와 역사, 체제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중동 정세를 읽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이란을 이해하는 10개의 키워드’를 짚어본다.
이란을 이해하는 10개의 키워드①
반미인데 반공이다 — 이란 혁명의 역설
중동 정세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속에서 이란은 언제나 “반미 국가”로 묘사된다.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제재, 핵 문제, 그리고 중동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리전까지. 이란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단어는 늘 반미였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절반만 맞는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정치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더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이 나라는 반미이지만 동시에 극단적인 반공 국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란을 “반서방 국가”라는 인상 때문에 좌파적 혁명 국가로 오해한다. 하지만 1979년 이란 혁명의 실제 성격은 공산주의 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슬람 성직자들이 주도한 종교혁명에 가까웠다.
혁명 당시에는 여러 세력이 함께 샤(Shah)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슬람 성직자 세력, 자유주의 민족주의자, 그리고 공산주의 조직들이 모두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그러나 혁명 이후 권력을 장악한 세력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 세력이었다.
그리고 혁명 직후 가장 먼저 정리된 정치 세력이 바로 좌파 조직이었다.
이란 공산당으로 불리던 투데당(Tudeh)과 여러 마르크스주의 게릴라 조직들은 혁명 초기에 활동했지만 곧 강력한 탄압을 받았다. 체포와 숙청이 이어졌고, 조직은 사실상 해체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산주의와 이슬람 혁명은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이념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종교를 부정하고 무신론을 기반으로 한다. 계급혁명과 사회주의 경제를 핵심으로 삼는다. 반면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종교를 국가 권력의 중심에 둔 신정 체제다. 성직자들이 정치 권력의 핵심을 이루고 종교적 권위가 국가 운영의 근간이 된다.
두 체제는 이념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란 혁명의 핵심 구호 중 하나는 매우 독특했다.
“Neither East nor West, only the Islamic Republic.”
동쪽도 아니고 서쪽도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서 동쪽은 당시 소련을 의미했고 서쪽은 미국을 뜻했다. 즉 이란 혁명은 처음부터 두 강대국 진영을 모두 거부하는 독자 노선을 선언한 셈이었다.
이러한 노선은 냉전 시기 세계 정치의 틀에서 보면 매우 특이한 위치였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 진영이나 소련 진영 가운데 하나에 속했다. 그러나 이란은 양쪽 모두와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혁명 국가를 구축하려 했다.
그 결과 이란은 국제정치에서 독특한 국가가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강한 반미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정치에서는 공산주의 조직을 강력하게 탄압하는 체제. 이 조합은 세계 정치에서도 흔치 않은 구조다.
이란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란을 단순히 반미 국가로만 바라보지만, 실제 이 나라의 정치 구조는 훨씬 복잡하다.
종교 혁명, 강력한 반공 체제, 그리고 독자적 외교 노선이 뒤섞인 국가.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이란이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동 정세를 읽기도 쉽지 않다. 이란이 왜 미국과 충돌하는지, 왜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좌파 세력을 용납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혁명 이후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그래서 이 간단한 문장에 담겨 있다.
이 나라는 반미이지만 좌파 국가가 아니다.
그리고 이 역설 속에서 이슬람 혁명 국가 이란의 정치적 본질이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