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미디어원
한화오션 KSS-III 잠수함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12척 사업을 앞두고 독일 TKMS와 마지막 경쟁에 들어갔다. 한국 해군 잠수함이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로 향하는 장면은 단순한 친선 항해가 아니다. 캐나다 해군 앞에서 실물 성능과 장거리 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수주전의 핵심 장면이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은 일반 방산 계약을 넘어선다. 캐나다는 북극, 태평양, 대서양을 동시에 마주한 3면 해양국가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지만,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노후화가 심각하다. 캐나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기존 잠수함을 대체할 새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후보는 두 곳으로 압축됐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TKMS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의 KSS-III 계열 잠수함을 바탕으로 한 캐나다형 모델을 제안했고,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Type 212CD를 내세웠다. 두 모델 모두 원자력 추진이 아닌 재래식 디젤전기 잠수함이지만, 캐나다가 요구하는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한화오션의 승부수는 실물 잠수함 항해
이번 수주전의 첫 번째 승부처는 납기다. 캐나다는 2035년 이전 첫 잠수함 인도를 원한다. 현재 전력 공백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2035년까지 4척 인도 가능성을 제안하며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한국 조선업의 장점은 대형 선박 건조 속도와 생산 관리 능력이다.
한화오션이 더 강하게 밀어붙인 카드는 실물 잠수함 항해다.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함은 진해기지를 출항해 괌과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로 향하고 있다. 항해 거리는 약 1만4000㎞에 이른다. 캐나다 해군 승조원 2명이 하와이에서 승선해 항해 일부 구간을 함께 체험하는 방식도 포함됐다. 종이 제안서, 전시장 모형, 프레젠테이션을 넘어 실제 운항 중인 잠수함 내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장면은 방산 마케팅으로도 이례적이다. 잠수함은 항공기나 전차처럼 공개 시연이 쉬운 무기가 아니다. 은밀성이 생명인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실전 항해를 통해 이미 운용 중인 잠수함을 가지고 있고, 장거리 항해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캐나다에 보냈다.

캐나다가 보는 것은 잠수함만이 아니다
두 번째 승부처는 산업 혜택이다. 캐나다 방산 조달에서 산업·기술 혜택은 부수 조건이 아니다. 대형 방산 계약은 캐나다 일자리, 연구개발, 지역 산업, 장기 정비 기반과 연결돼 평가된다. 한화는 캐나다 경제 효과와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고위급 사절단의 캐나다 방문 추진은 이번 사업이 기업 단독 수주전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방산·산업 외교로 격상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화, HD현대, 현대차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이 함께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가 원하는 것은 잠수함 12척만이 아니다. 잠수함 도입을 계기로 캐나다 제조업, 에너지, 철강, AI, 방산 공급망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장기 파트너를 찾고 있다.
독일 TKMS의 반격도 강하다
독일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TKMS는 세계 재래식 잠수함 시장에서 가장 강한 이름 중 하나다. Type 209, Type 212, Type 214 등 독일 잠수함 계열은 여러 나라 해군에 공급됐고, 오랜 운용 실적을 갖고 있다. TKMS는 캐나다에 Type 212CD를 제안하면서 독일·노르웨이·캐나다가 연결되는 NATO형 잠수함 협력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의 오타와 재방문 추진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 라르스 클링바일도 캐나다를 찾아 TKMS 제안을 지원했다. TKMS는 봄바르디에, CAE, Marmen, Finkl Steel 등 캐나다 기업과의 협력망을 확대하며 캐나다 산업 주권을 키우는 제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캐나다의 선택은 결국 세 가지 질문으로 좁혀진다. 첫째, 누가 더 빨리 실전 전력을 넘길 수 있는가. 둘째, 누가 캐나다 내 정비·훈련·생산 기반을 더 안정적으로 남길 수 있는가. 셋째, 캐나다가 앞으로 60~70년간 어느 나라와 해양안보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더 유리한가.
독일이 열어준 길, 한국이 경쟁자로 돌아오다
이번 수주전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 잠수함 산업의 출발점이다.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KSS-I은 독일 HDW의 Type 209 기반이었다. 이후 손원일급 KSS-II도 독일 Type 214 계열에서 출발했다. 한국은 독일 잠수함 기술을 들여와 조립하고 운용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국 조선소는 유지·보수, 개량, 건조, 체계 통합을 거쳐 KSS-III라는 독자 설계 대형 잠수함 단계로 올라섰다.
독일 입장에서는 묘한 장면이다. 한국 잠수함 산업의 초석을 놓은 나라가 독일이었는데, 이제 그 한국이 캐나다라는 서방권 핵심 시장에서 독일의 정면 경쟁자가 됐다. 과거 독일은 기술을 가르쳤고, 한국은 그 기술을 산업화했다. 독일이 문을 열어준 한국 잠수함은 이제 독일 본진의 세계 시장 앞에서 같은 입찰 문서를 들고 서 있다.
물론 한화오션의 약점도 분명하다. 해외 잠수함 수출 실적에서 독일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한국의 잠수함 수출 경험은 인도네시아 사례가 중심이고, 캐나다 수주에 성공하면 첫 서방권 대형 잠수함 수출 사례가 된다. 캐나다 해군이 장기간 운용할 전력이라는 점에서 수출 경험, 동맹국 운용 사례, 장기 정비 신뢰성은 민감한 평가 요소다.
그러나 이번 경쟁은 과거 실적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캐나다는 기존 조달 관성에서 벗어나 새 산업 파트너를 찾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북극 해역의 전략적 변화, 중국과 러시아의 해양 활동 확대, NATO 방위비 압박은 캐나다의 선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6월 말 결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오타와의 선택은 단순한 방산 입찰 결과가 아니라 국제 방산 지형의 변화 여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됐다. 한화오션이 이긴다면 한국은 지상무기와 항공기에 이어 잠수함에서도 서방권 핵심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TKMS가 지킨다면 독일은 재래식 잠수함 강국의 위상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한국 잠수함이 캐나다 서부 해안에 닻을 내리는 순간, 수주전은 더 이상 문서 위의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독일 기술에서 출발한 한국 조선업이 독자 설계와 생산 능력으로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캐나다가 고르는 것은 잠수함 12척이지만, 그 결정의 파장은 훨씬 크다. 앞으로 한 세대 이상 이어질 해양안보 파트너, 북극 주권의 도구, 캐나다 산업의 새 연결망, 그리고 한국 방산의 다음 문이 그 선택 안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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