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지 12일째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보복이 이어지며 전선은 페르시아만과 레반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는 이란의 군사력과 정치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지만, 정작 이 나라 권력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핵심에 있는 조직이 바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다.
최근 전쟁 상황에서 이 조직의 존재는 더욱 확고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제거된 이후에도 이란 체제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혁명수비대는 하메네이 사망 직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군부와 안보 조직은 빠르게 새 지도부에 충성을 맹세하며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란 혁명 직후 창설됐다.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는 왕정 시절 군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혁명 체제를 지키기 위해 기존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혁명수비대였다.
많은 사람들은 혁명수비대의 첫 전쟁을 1980년 이라크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조직이 처음 맞닥뜨린 전장은 이라크군이 아니라 서부 이란의 쿠르드 산악지대였다.
이란 혁명 직후 쿠르드 지역에서는 좌파 성향 무장세력이 봉기를 일으켰고, 혁명 정부는 이를 진압하기 위해 혁명수비대를 투입했다. 산악지대에서 벌어진 이 대게릴라전은 혁명수비대의 전술과 조직 문화를 형성한 첫 경험이 됐다.
이 작전을 설계한 인물이 모스타파 참란이었다.
참란은 평범한 혁명가가 아니었다.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전기공학과 플라즈마 물리학 박사를 취득하고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과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1971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레바논 베카 계곡으로 향했고, 시아파 지도자 무사 알사드르와 함께 무장 운동에 참여하며 게릴라 전술을 익혔다.
혁명 이후 이란으로 돌아온 참란은 쿠르드 지역 대게릴라 작전에 관여했고, 이후 이란-이라크 전쟁 초기 전투에서 지휘관으로 싸우다 전사했다. 그의 지휘 아래 싸웠던 젊은 혁명수비대 장교들은 이후 이란 군부의 핵심 세대로 성장하게 된다.
이 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바로 카셈 솔레이마니다.
솔레이마니는 혁명 직후 혁명수비대에 합류해 처음에는 쿠르드 지역 작전에 참여했고, 이후 이란-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혁명수비대의 핵심 지휘관으로 성장했다.
훗날 그는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Quds Force) 사령관이 되어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군사 전략을 지휘하게 된다.
현재 혁명수비대 병력은 약 19만 명으로 추정된다. 규모만 보면 정규군(약 42만 명)보다 적지만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등 핵심 전략 전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육군·해군·항공우주군과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Quds Force)으로 구성돼 있다. 또 수십만 명 규모의 바시즈(Basij) 민병대를 통솔하며 필요할 경우 대규모 동원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은 군사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들은 대통령, 국회의장, 장관 등 정치권 핵심 요직을 차지해 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집권기에는 내각 절반 이상이 혁명수비대 출신이었다.
경제 분야에서도 영향력은 막강하다. 석유·가스, 건설, 통신, 금융 등 주요 산업에 깊이 관여하며 이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혁명수비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 세계에서 유례없는 정치·군사·경제 복합 권력체.”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가장 위험한 조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9년 미국 정부는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2020년에는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드론 공격으로 사살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체제를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혁명수비대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란은 군대가 국가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혁명수비대가 국가를 가진 나라다.”
지금 진행 중인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향방 역시 결국 이 조직의 선택과 움직임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