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국제 좌충우돌 정동영… 북한에는 유화책, 미국에는 불신

좌충우돌 정동영… 북한에는 유화책, 미국에는 불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 장관을 맡은 정동영은 대북 긴장 완화와 유화적 메시지를 계속 내왔다. 그런데 최근 북한 평안북도 구성 지역을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공개 언급한 뒤 미국이 일부 정보 공유 제한 조치에 나서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와 가디언은 이번 사안을 미국이 공식 확인하지 않았던 민감한 시설 공개와 한미관계 전반의 긴장 신호로 다뤘다. 정동영의 해명보다 미국의 즉각 조치가 더 무겁게 읽히는 이유를 짚어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
정동영 통일부 장관. 최근 ‘구성’ 발언 파문으로 미국의 일부 정보 공유 제한 조치가 뒤따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행인 시론] 좌충우돌 정동영… 북한에는 유화, 미국에는 불신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통일부 장관을 맡은 정동영은 이후 줄곧 대북 긴장 완화와 유화적 메시지를 내왔다. 북한 무인기 문제에 대해 북측에 유감을 표하고, 9·19 군사합의 복원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그는 사실상 정부 대북 노선의 전면에서 움직여 왔다. 그러던 차에 이번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 파문이 터진 것이다.

정장관은 공개 자료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은 즉각 일부 정보 공유 제한 조치를 취했다. 핵심은 정장관의 해명이 아니라 미국의 조치다. 한국 정부가 뒤늦게 “공개 정보였다”고 설명했지만, 정보를 공유해 주는 미국은 이미 문을 반쯤 걸어 잠근 것이다. 한미 신뢰에 금이 갔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가 더 무거운 이유는 정 장관의 발언이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의 국회 발언은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북한 평안북도 구성을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처음 언급한 사례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미국이 문제 삼은 핵심을 “previously unconfirmed North Korean nuclear site”라고 전했다. 가디언 역시 구성을 미국이 이전에 공식 확인하지 않았던 민감한 의심 시설로 짚었다. 결국 로이터와 가디언은 모두 구성 문제를 미국이 공식 확인하지 않았던 민감한 시설이 서울에서 먼저 공개된 사안으로 본 것이다.

로이터는 이렇게 전했다.

“Washington was unhappy about a cabinet minister’s disclosure of a previously unconfirmed North Korean nuclear site.”

가디언은 이번 사태를 단순 발언 공방이 아니라 한미관계 전반의 불안 신호로 다뤘다.

“broader tensions in U.S.-South Korea relations”

이 두 줄만으로도 상황은 충분히 설명된다. 서울은 “공개 자료”라고 했지만, 워싱턴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이 실제로 일부 정보 공유 제한 조치에 나섰다면, 논쟁의 초점은 정동영의 의도가 아니라 왜 동맹이 신뢰를 거둬들였느냐로 옮겨간다. 받는 쪽의 해명보다 주는 쪽의 조치가 더 무겁기 때문이다.

이번 구성 발언 역시 정동영이 취임 이후 보여온 흐름과 무관한 돌출 발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그동안 줄곧 대북 긴장 완화와 유화적 메시지를 앞세워 왔다. 문제는 그 반대편에서 미국이 실제로 일부 정보 공유 제한 조치에 나섰다는 점이다. 북한에는 낮은 자세를 보이고, 미국과는 신뢰 문제까지 불러왔다면 그 균형이 흔들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미 관계자들이 북한 핵시설 관련 화면을 주시하는 회의 장면
북한 핵시설 정보와 한미 정보 신뢰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본문 참고 이미지

더구나 이번 사태는 하루아침에 떨어진 돌출 변수로만 보기도 어렵다. 영문 한겨레는 미국이 정 장관 발언뿐 아니라 비무장지대 접근 통제 입법 등 여러 사안을 누적된 불만으로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구성 발언은 갑자기 튀어나온 한 문장이 아니라, 한미 사이에 쌓여 있던 불신을 한꺼번에 터뜨린 계기였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국 국방부는 한미 간 대북 정보공유 체계가 정상 작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따라서 전면 중단처럼 과장해서 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제한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히 크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동향을 실시간으로 좇아야 하는 안보 환경에서 미국이 민감한 정보를 덜 주기 시작하면 그 손실은 결국 한국이 떠안게 된다. 부분 제한이든 축소든, 정보 신뢰에 금이 갔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이번 구성 발언 파문은 정동영 개인의 돌출 발언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그는 그동안 이재명 정부 대북 노선의 스피커처럼 움직여 왔고, 이번에는 그 말이 동맹의 신뢰까지 흔들었다. 통일부 장관은 상징적 발언으로 움직이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 동맹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자리다. 장관의 말 한마디로 미국이 일부 정보 공유 제한 조치에 나서는 상황까지 갔다면, 그것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사과와 해명은 뒤늦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흔들린 정보 신뢰는 그렇게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개 자료였다”는 반복이 아니라, 왜 그런 발언이 나왔고 왜 미국이 즉각 조치로 답했는지에 대한 무거운 성찰이다. 북한에는 유화, 미국에는 불신이라는 인상을 계속 쌓아간다면, 그 대가는 결국 한국 안보가 치르게 된다. 장관의 말이 동맹의 문을 좁히고 있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