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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드론 만능시대의 종언인가?

수억 원 미사일 대신 발당 단돈 수천 원? 비대칭 경제성으로 현대전을 지배하던 드론의 독무대가 끝나간다. 미 항모의 레이저 '로커스트'가 드론 군집을 증발시키고, 한국은 세계 최초 양산형 레이저 '천광'을 용산에 실전 배치했다. '창과 방패'의 새로운 모순이 시작된 전장, 드론의 처절한 생존 전략과 레이저 기술의 실체를 분석했다.

미 해군 USS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 비행갑판 위에 탑재된 컨테이너형 LOCUST P-HEL 레이저 무기 시스템이 야간에 날아오는 군집 드론을 향해 빛의 광선을 발사해 요격하는 장면.
침묵의 반격: 대서양 한복판에서 미 항모 USS 조지 H.W. 부시에 탑재된 LOCUST 레이저 시스템이 날아오는 드론 군집을 소리 없이 증발시키는 실증 장면. (2025.10.05)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미 항모 ‘로커스트’와 한국 ‘천광’이 쏘아 올린 모순의 전장


편집자 주: 이 기사는 2025~2026년 실전 배치된 레이저 대공무기 시스템의 기술적 실체와 전장 패러다임 전환을 분석한 특별기획이다. 미 해군의 LOCUST와 대한민국 육군의 천광(天光)을 중심으로, ‘창과 방패’의 현대판 모순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집중 조명한다.


197일간 감춰진 비밀

2026년 4월 20일, 미 해군은 세계 언론을 향해 뒤늦게 하나의 사건을 공개했다. 무려 197일 전, 2025년 10월 5일에 대서양 해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은 군사 역사의 이정표를 바꿀 조용한 혁명이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조지 H.W. 부시(CVN-77)**의 비행갑판 위에서, 특별한 외양도 없는 컨테이너 하나가 날아오는 드론 군집을 ‘소리 없이 증발’시켰다. 이 컨테이너의 이름은 LOCUST(Laser-based Open Concept for Unmanned System Technologies) 레이저 무기 시스템이었다.

왜 197일이나 비밀에 부쳤을까. 그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다. 미 해군은 이 기술의 전략적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개 시점을 2026년 4월 해군 최대 방산 전시회인 ‘시-에어-스페이스(Sea-Air-Space) 2026’에 맞췄다. 침묵의 기간만큼이나 폭발적인 파장을 예고한 것이다.

LOCUST의 실체: ‘롤온(Roll-on)’ 혁명

LOCUST는 AeroVironment사가 개발한 팔레트화 고출력 레이저(Palletized High Energy Laser, P-HEL) 시스템이다. 핵심 개념은 ‘롤온-롤오프(Roll-on, Roll-off)’다. 선체 개조 없이 비행갑판 위에 스트랩으로 고정하고 즉시 운용한다. 기존 함정 탑재 레이저 무기들이 수년간의 통합 작업과 막대한 예산을 요구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LOCUST는 탐지-추적-교전-격멸로 이어지는 ‘풀 킬체인(Full Kill Chain)’을 움직이는 항모 위에서 완벽히 실증해냈다. 이는 레이저 무기의 고질적 난제였던 ‘동적 플랫폼에서의 빔 안정화’를 실전 환경에서 해결했음을 의미한다. 미 해군 최고 지휘관인 달릴 코들 해군작전부장은 이미 “지향성 에너지 무기가 근거리 위협에 대한 미 함정 승조원들의 기본 대응 수단이 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LOCUST 계열 현황]

버전 출력 플랫폼 비고
LOCUST P-HEL 20kW 함정(CVN-77), 차량 2025년 10월 항모 실증
LOCUST X3 20~30kW 차량 + 고정 2026년 3월 공개, AI 자동 교전
LOCUST (JLTV/ISV 탑재형) 20kW 경전술차량 2025년 12월 미 육군 납품

2026년 3월에는 3세대 버전인 LOCUST X3까지 공개됐다. AI 기반 자동 탐지·추적·교전 시스템을 내장해 소형부터 중형 드론까지 대응 범위를 확장했다. 미 국방부는 2026년 5월 포트 후아추카, 포트 블리스, 네이벌 베이스 킷샙 등 5개 군사기지에 레이저 및 고출력 마이크로파 시스템을 배치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공식 발표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의 ‘실험’은 끝났다. ‘운용’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비용의 혁명: ‘7,000원의 반격’

뒤집힌 경제학

드론이 현대전에서 맹위를 떨친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었다. 경제학 때문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됐듯, 수천 달러짜리 드론 한 대를 막기 위해 발당 200만 달러(약 27억 원)짜리 미사일을 소모하는 구조는 방어자에게 재앙이었다. 이란이 드론과 순항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이스라엘과 미국의 요격 비용이 공격 비용의 수십 배를 넘어섰다는 분석은 이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레이저는 이 방정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 패트리엇 PAC-3 미사일: 1발 50~60억 원
  • 천궁-II 미사일: 1발 15억 원
  • LOCUST 레이저 1회 발사: 약 5달러(7,000원)
  • 천광 레이저 1회 발사: 약 2,000~15,000원(전기료)

이제 방어자가 경제적 우위에 선다. 전력만 공급되면 이론상 무한 발사가 가능한 레이저는, ‘탄약 소진’이라는 기존 방공망의 치명적 취약점을 제거한다. 수백 대의 군집 드론이 동시 투입되는 포화 공격(Saturation Attack) 전술도 레이저 앞에서는 비용 논리가 역전된다.

그러나 ‘숨겨진 비용’도 있다

경제성 담론에서 종종 생략되는 부분이 있다. 레이저 시스템의 초기 구축 비용, 냉각 시스템, 전력 인프라 등 운용 기반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천광 블록-I 개발에만 총 871억 원이 투입됐으며, 양산 계약 규모도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고출력 레이저일수록 발전기와 냉각 장치의 규모가 커져야 하며, 이는 이동성 제약으로 이어진다. ‘발당 2,000원’은 운용 비용의 일부일 뿐이다.

 

대한민국 천광 레이저 대공무기의 전체 라이프사이클과 전략적 가치를 보여주는 종합 인포그래픽. 개발 타임라인, 사거리 및 출력 제원, 미사일 대비 압도적 저비용, 미 LOCUST 비교, 미래 로드맵, 드론의 대레이저 대응책 6가지를 시각화함.
숫자로 보는 기록 (확장판)’: 천광 레이저의 과거, 현재, 미래 로드맵과 드론의 처절한 대응책까지 한눈에 분석한 종합 데이터 리포트.

천광(天光): 세계 최초가 가진 진짜 의미

‘세계 최초 실전 배치’라는 타이틀의 의미는 단순한 선점 이상이다. 미국 해군의 LOCUST가 항모 탑재 실증을 마친 것이 2025년 10월이고, 이스라엘의 **아이언빔(Iron Beam)**이 100kW 이상의 목표 출력을 달성하지 못해 실전 배치를 미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양산형 전력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제시한 셈이다.

이스라엘 아이언빔이 이미 33kW 출력을 달성했음에도 5km 사거리 달성을 위한 100kW 이상 목표를 추구하며 배치를 연기한 반면, 한국은 20kW의 현실적 성능으로 먼저 실전 부대에 깔았다. ‘완벽한 무기’를 기다리는 대신 ‘충분히 좋은 무기’를 먼저 배치한 실용주의적 선택이다.

천광의 기술적 실체

천광은 광섬유 레이저(Fiber Laser) 방식이다. 핵심 원리는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과 동일하다. 광섬유 속에서 생성된 고에너지 레이저를 표적의 취약 부위에 연속 조사(照射)해 섭씨 700도 이상의 열로 외부 구조물이나 내부 전자 장치를 파괴한다.

결정적 특징은 비연속 발사가 아닌 연속 추적 조사 방식이다. 표적이 회피 기동을 해도 설정해 놓은 목표 부위를 AI가 자동으로 추적하며 레이저를 끊임없이 조사한다. 빛의 속도로 도달하므로 사실상 회피가 불가능하다. 소음도 없어 적이 공격 근원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와 실시간 연동해 위협을 감지하면 자동 대응 사이클을 가동한다.

한계도 직시해야 한다

천광 블록-I은 현재 소형 드론과 멀티콥터에 최적화돼 있다. 나무위키를 비롯한 전문 분석에 따르면, 군집 드론에 대응하기엔 출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군집풍선 요격에는 충분하지만, 고도와 속도가 높은 중형 무인기 요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안개, 비, 먼지 등 기상 조건에 따라 레이저의 대기 투과율이 급격히 저하된다. 이는 모든 레이저 무기 시스템이 공유하는 물리적 제약이다.

블록 로드맵: 천광이 향하는 곳

천광은 단일 무기가 아니라 진화하는 플랫폼이다.

블록 목표 출력 목표 시기 주요 임무
블록-I 20kW 2024년 전력화 완료 소형 드론, 멀티콥터
블록-II 수십kW (경량화·기동형) 개발 중 함정·차량·항공기 탑재, 중형 드론
블록-III 100kW 이상 2028년 목표 전술급 유도미사일 요격, 헬기
미래형 수백kW~MW급 2030년 이후 탄도탄, 극초음속 미사일, 해군 함정·공군 항공기 탑재

2026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세계방산전시회(WDS 2026) 출품을 시작으로, 천광의 수출 행보도 본격화됐다. 중동 국가들, 특히 이란 드론 위협에 직면한 사우디와 UAE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산 레이저 대공무기의 성능에 실망한 사우디가 다시 천광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방산업계 정보도 나오고 있다.

드론의 처절한 진화: 레이저를 이겨라

레이저라는 절대적 천적을 만난 드론은 어떻게 살아남으려 하는가. 현재까지 논의되거나 시험 중인 대레이저 대응책들을 기술적으로 정밀하게 살펴본다.

반사 코팅 — 이론과 현실의 간극

거울이나 고반사율 소재를 드론 표면에 부착하면 레이저 에너지를 튕겨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직관적으로 그럴듯하다. 실제로 저출력 레이저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치명적 한계가 있다. 단 1%의 에너지만 흡수되어도 표면이 변형되기 시작하고, 반사 기능이 순식간에 붕괴된다. 고출력 레이저 앞에서 완벽한 반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스핀 비행 — 시간을 버는 전략

드론 본체를 빠르게 회전시켜 레이저 에너지가 한 점에 집중되지 않고 표면 전체로 분산되게 하는 방법이다. 레이저가 관통에 필요한 ‘조사 시간(Dwell Time)’을 늘려 격멸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지연한다. 이론상 유효하지만, AI 기반 추적 시스템이 회전하는 표적의 ‘동일 취약 부위’를 지속 조준한다면 효과가 반감된다. 또한 회전 비행은 드론의 속도와 기동성을 제약한다.

내열재 코팅(Ablative Coating) — 자기희생 방어

표면이 서서히 태워지면서 내부를 보호하는 내열 소재를 외피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우주선 재진입 시 대기 마찰열을 견디는 원리와 유사하다. 레이저 에너지를 소재 증발 잠열로 흡수해 내부로의 열 전달을 늦춘다. 드론의 ‘생존 시간’을 늘릴 수는 있지만, 충분한 출력의 레이저 앞에서는 결국 한계가 있다.

연막 및 대기 교란 — 로우테크의 역습

레이저는 대기 중 연기, 먼지, 수증기에 의해 산란되고 위력이 감쇄된다. 드론에 소형 연막 발생 장치를 탑재해 자신 주변에 연막 구름을 형성하거나, 연막탄을 투척해 레이저의 전파 경로를 교란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미 해군 연구소(ONR) 역시 ‘대기 교란제(Obscurant)’를 레이저 대항 수단으로 검토한 바 있다.

역레이저 교란 시스템 — 빛으로 빛을 막다

가장 정교한 대응책이다. Adsys Controls가 개발한 헬리오스(Helios) 시스템은 드론에 탑재돼 들어오는 레이저를 감지하고 그 근원지를 역추적한 뒤, 역방향으로 레이저를 발사해 상대 레이저의 빔 제어 시스템을 교란한다. 레이저는 반사된 빛으로 자신이 표적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헬리오스가 발사하는 역레이저가 이를 혼란시켜 에너지 집중을 방해한다. CEO 브라이언 골드버그는 이 시스템이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보호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군집(Swarm) 포화 전술 — 숫자의 논리

가장 현실적인 대응은 역설적으로 ‘기술’이 아닌 ‘숫자’다. 레이저는 한 번에 하나의 표적에만 집중할 수 있다. 수십, 수백 대의 드론이 다양한 방향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군집 공격은 단일 레이저 시스템의 교전 속도를 압도할 수 있다. 미 해군의 LOCUST가 항모에서 격멸한 드론이 ‘복수(multiple)’였지만, 30대 이상의 군집 공격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아직 공개된 실증 데이터가 없다. 레이저의 ‘무한 탄창’도 동시 다중 표적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전장의 새 지형도: 다층 방어 체계로의 전환

레이저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현재 주요국들이 구축 중인 방향은 **다층 통합 방어 체계(Layered Integrated Air Defense)**다.

미국 모델 (예상): LOCUST(근거리 드론) + HELIOS(중거리, 구축함 탑재) + 패트리엇/이지스(장거리 탄도탄)

한국 모델 (구상 중): 천광(근거리 소형 드론) + 천궁-II(중거리) +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장거리 탄도탄)

이 구조에서 레이저는 ‘모든 위협을 막는 만능’이 아니라, 기존 미사일 방공망의 경제성 취약점을 보완하는 핵심 층으로 자리한다. 고가 미사일의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저가 드론의 포화 공격을 감당하는 역할이다.

중국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2026년 3월 공개된 두 종류의 신형 레이저 무기는 레이저 간섭, 손상, 기만 기술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드론의 정밀유도 기능과 광학 페이로드를 교란-파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중국은 이를 소프트킬(Soft-kill)과 하드킬(Hard-kill)을 결합한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 개념의 일부로 제시하고 있다.

천광의 발사 비용, 바로 잡을 것들

기사에서 ‘1회 발사 비용 약 2,000원’은 자주 인용되는 수치다. 그러나 출처와 문맥에 따라 편차가 있다. 일부 보도는 ‘약 2,000원’, 다른 보도는 ‘1만~1만5천원’을 언급한다. 방위사업청과 군 공식 발표는 ‘약 2,000원’을 기준으로 사용하며, 이는 순수 레이저 발사에 소모되는 전기료 기준이다. 운용 전반을 고려하면 다소 높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절대 금액이 아니라, 기존 미사일 대비 ‘수천 배에서 수만 배’의 비용 차이라는 구조적 우위다.

원본 기사에서 “20kW 출력으로 2~3km 거리의 드론을 700℃ 이상의 열로 녹여버린다”는 표현도 정확하다. 이는 방위사업청과 복수 언론의 공식 데이터와 일치한다.

완성되지 않은 방정식

레이저 무기는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드론 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몇 가지 미완의 질문이 남아 있다.

첫째, 군집 드론 포화 공격에 레이저는 충분한가. 30대, 100대, 1,000대의 드론이 동시에 접근한다면 현재의 단일 레이저 시스템은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다. 다중 레이저 포탑의 네트워크화가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실전 검증은 없다.

둘째, AI와 자율 비행이 결합된 드론은 더 위협적이다. GPS 재밍이나 신호 교란에 취약했던 드론들이 AI 비전 항법으로 전환하면서, 전자전(Electronic Warfare) 기반 대응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레이저가 이 변수까지 커버할 수 있는가.

셋째, 기상과 환경 조건은 레이저의 아킬레스건이다. 안개, 비, 모래폭풍이 만연한 중동 전장이나 한반도의 겨울 날씨에서 레이저의 실효 사거리는 얼마나 확보될 것인가.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드론 1대 = 미사일 1발’이라는 비대칭 비용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균열을 만든 것이 대한민국의 천광과 미 해군의 로커스트다. 한반도의 하늘을 지키는 ‘빛의 무기’는 이제 막 첫 번째 장을 열었을 뿐이다. 이 장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창을 든 드론 엔지니어들과 방패를 쥔 레이저 과학자들의 끝나지 않은 대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