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번진 산자락 사이로 고요한 집 한 채가 자리하고, 짙은 소나무와 오래된 돌담은 익숙하면서도 아련한 풍경을 만든다. 화려한 색으로 시선을 압도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게 만드는 한국화 특유의 여백과 절제가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 펼쳐지고 있다.
한국화가 권희선 작가는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라메르갤러리 5관에서 개인전 ‘풍경정담(風景情談)’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수묵담채화와 문인화 신작을 중심으로 자연 풍경과 화조, 고택, 숲길 등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 제목 ‘풍경정담’은 말 그대로 풍경을 바라보며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를 뜻한다. 권 작가는 눈앞의 자연을 사실적으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고 자연과 사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 서로 교감하는 순간을 화폭에 담아냈다.
절제된 먹 위에 현대적 색채… 한국화의 폭을 넓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통 수묵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색채 사용에는 한층 자유로운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먹의 농담과 번짐으로 산과 나무의 윤곽을 잡고, 그 위에 은은한 청색과 녹색, 붉은색 계열의 채색을 더해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전통 한국화의 선과 여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 회화에 익숙한 관람객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했다. 수묵이 가진 고요함과 채색이 주는 온기가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권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현장 사생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 풍경을 직접 바라보며 형태와 분위기를 포착한 뒤 작업실에서 다시 화면을 구성한다. 덕분에 작품에는 구체적인 장소의 인상과 작가가 현장에서 느낀 감정이 동시에 남는다.

꽃과 고양이, 고택과 오솔길… 일상의 풍경도 작품으로
산수만 전시의 주인공은 아니다. 꽃과 고양이가 함께 등장하는 화조 작품과 묵작도에서는 보다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드러난다. 작가는 거창한 명승뿐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생명과 일상 풍경까지 작품의 소재로 끌어들였다.
숲속에 자리한 시골집과 작은 오솔길,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고택과 흙돌담, 긴 세월을 견뎌온 고목도 주요 소재다. 누군가에게는 고향 풍경처럼 보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감상자의 경험에 따라 같은 풍경이 서로 다른 기억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작가는 화면 안에 이야기를 과도하게 규정하기보다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투영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작품을 매개로 힐링의 시간 나누고 싶다”
권희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화폭 속 작은 생명들과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매개로 힐링의 시간을 만들고 싶다”며 “자연의 계절 변화와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명체를 관조하며 느낀 서정을 붓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권 작가는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와 고양여성미술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인사동 개인전에 이어 오는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세텍(SETEC) 전시장에서 열리는 제19회 뱅크아트페어에도 참가해 한국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ART & EXHIBITION GUIDE
전시명: 권희선 개인전 ‘풍경정담(風景情談)’
전시 기간: 2026년 9월 16일~9월 22일
장소: 서울 인사동 라메르갤러리 5관
주요 장르: 수묵담채화, 문인화, 산수화, 화조
작가: 권희선
향후 일정: 2026년 10월 15~18일 제19회 뱅크아트페어, 서울 세텍
자료: 원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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