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차들은 어디로 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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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7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목표였던 670만은 이미 지난 12일 달성했고, 하루 평균 2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여전히 제주를 찾는다고 할 때 연말까지 750만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00만 명이 증가한 셈이다. 제주 관광업계자들은 이에 대해 지난해에 비해 경기가 풀린 면도 있지만 올레길의 대중화에 기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범국가적 걷기 열풍이 올한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걷기 코스의 원조 제주올레길에 이어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바우길, 북한산 둘레길 등 각양각색의 도보길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자체가 난리다. 경기도 시흥시의 늠내길과 바람길, 파주 민통선 안에 조성된 생태탐방 길 이외에도 부산시와 대전시까지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민의 유산소운동 생활화라는 일념은 아니겠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국민의 생활건강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해준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책없이 마구잡이로 만드는 인공길과 그 위를 걷는 일반 탐방객의 무관심으로 자연은 몸살을 앓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기도 하지만, 자치단체의 아무 준비없이 너도나도 계획없는 인공길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올레 10코스 중 최고로 꼽히는 송악산 올레길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반드시 올라야 할 코스로 유명하다. 수많은 탐방객이 오르면서 흙을 지탱하던 풀들은 뜯겨져 나간지 오래고, 제주 흙의 특성상 흙길이 아닌 인공길로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자연이라는 것이 사람의 손을 타면 탈수록 망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히 관광객의 불편과 자연훼손의 최소공약수를 찾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인공적으로 길을 만들고 혈세를 들여 홍보해서 사람들만 많이 찾으면 성공이다’라는 단순한 논리가 먹힐 시대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2010년은 온통 걷는 코스로 가득하다. 차가 다니지 않는 건강한 삶을 위한 길이라고?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