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과 항공의 발전이 나날이 발전됨에 따라 전 세계가 일일 생활권이 된지 오래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직접 보고 느낀 다양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여행작가’는 행복한 직업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작가를 꿈꾸고 소망하는지…. 얼마 전 ‘라오스’ 여행을 마치고 세 번째 여행기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정의한 여행작가를 만나 작가라는 직업과 여행지에 대한 생각 등 그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최근 다녀온 라오스 여행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면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테마는 바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지난 여행(멕시코, 페루)은 피라미드를 비롯한 다양한 유적지를 방문하며 평소 관심 가졌던 역사와 문화에 심취해 있었다면, 이번 라오스 여행은 그야말로 사람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 속에서 라오스 사람들의 투박하지만 진솔한 삶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라 그런지 사람들의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았다(웃음).
멕시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그 이유가 있다면
스스로 전생에 멕시코인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나와는 인연을 뗄 수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멕시코란 하나의 ‘숙제’처럼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지고 있었다. 맨 처음 멕시코에 도착했을 때도 마치 고향에 온 것만 같은 데자뷰 현상을 경험했고, 다시 한 번 멕시코 여행을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멕시코에서 자리를 잡고 완전히 눌러 앉아 살고 싶다.
멕시코 여행 후 다음엔 페루여행을 했다.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멕시코에서는 6개월 정도 생활했었다. 멕시코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후 쿠바와 페루 사이에서 갈등을 했는데, 어머니의 ‘그곳까지 가서 페루를 보고 오지 않는다는 것은 낭비다’라는 말씀을 듣고 곧바로 페루행을 결정했다. 페루 또한 찬란한 문화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내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곳이 무척 많았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람들은 남미에 대해 무지한 편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남미는 전혀 두려워할 곳이 아니다. 그것 또한 편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주로 여행한 페루와 멕시코에 대해 얘기하자면, 우선 두 국가 모두 인터넷 시설이 너무나 잘 돼 있다. 핸드폰 보급도 잘 돼있는 편인데, 심지어 멕시코 산골짜기에서 사는 사람들도 핸드폰은 있을 정도다.
숙박도 게스트 하우스나 숙소가 잘 마련돼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다.
다시 라오스 얘기로 돌아가 보자. 라오스 사람들에게서 느낀 점이 있다면
우선 민족 자체가 기본적으로 외지인에 대한 배타성을 가지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웠다. 언어도 우리나라처럼 표현방법이 다양하지 않은 편이라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점점 소박한 그들의 삶의 모습에 감화되기 시작했다.
여행에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는 물론 사람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한 번은 라오스 시내에서 길을 걷고 있는데 다수의 경찰들이 나를 에워싸며 마치 범죄자 취급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지인 중 누군가가 나를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를 한 것이었다. 억울하긴 했지만, 묵묵히 감내하는 인내(?)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가진 이후 사람들과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비록 민족과 문화, 역사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들은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문화적 여건은 어떤가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굶주리거나 하는 열약한 상황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라오스는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남자들은 한가롭게 ‘라오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생활수준이 그렇게 높진 않았다. 방송국도 따로 없어 태국방송을 시청하는데 그들이 한국 가수들을 알고 있었다. 새삼 한류 문화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한류 가수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웃음).
멕시코, 페루 등 남미에 동경을 가진 여행자들에게 조언하자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을 ‘순례자’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무조건 자신을 먼저 낮춰야 한다.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생각이 있는데, 여행이란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행에 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여행을 원조하고 도와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여행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으로 본다.
여행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알다시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지만 그 결과물로 실제 책으로 내는 양은 한정돼 있다. 그 중 여행서적의 인세가 생활에 보탬이 될 정도로 나오는 사람들의 수는 정말 희박하다.
문이 좁은 만큼 작가가 되려면 좀 더 프로의식을 가지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 글과 사진 자체가 좋아야 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출판업계에 호소할 만한 개성이 없으면, 출판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을 하다 보니까 출판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만 한 것 같은데, 내 경우 첫 책을 냈을 때의 그 감동과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고 신나는 일이다.
꼭 출판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자가출판이라든가 다양한 방법이 있다. 미리 준비를 잘하고 여행지에서 느낀 것들을 자신의 감성과 솔직한 개성이 드러난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사람에 대해 쓴 이번 ‘라오스 여행에세이’가 큰 반향을 이루었으면 한다(웃음).
▶남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정의한 작가의 책
멕시코 피라미드 순례기 <론리 멕시코>. 저자가 마야 남부로 피라미드 유적을 찾아 떠나 기록한 여행기이다.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유적들과 저자의 맛나고 거친 입담을 통해 멕시코에 대한 그의 애정을 가늠할 수 있다.
저자의 80일간 페루 여행기 <론리 페루>. 저자가 숙박과 교통기관, 음식을 경험하며 겪었던 내용을 편안하게 적고 있다. 따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페루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아직 떠나고 있지 못한 자들을 위한 역할을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