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최근 한 경제지가 기초연금 제도를 다루며 “연봉 9000만 원을 받는 노인도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형식은 정책 분석을 표방했지만, 이 글은 연금제도를 설명하는 대신 세대 갈등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글은 제도의 구조를 차분히 풀어가기보다, 하나의 인물을 앞세워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인물은 ‘연봉 9000만 원을 벌면서도 기초연금을 따박따박 받는 노인’이다. 이 설정은 독자의 시선을 제도의 설계가 아니라 특정 세대로 옮기는 장치로 작동한다.
존재하지 않는 고소득 노인
기사가 상정한 인물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전제로 한다.
65세 이상이며 자산과 금융자산은 거의 없고, 임대·배당·법인 소득도 없다. 오직 상시 근로소득만 존재하고, 최저임금 공제와 30% 추가 공제를 모두 적용받는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돼 월 750만 원, 연 9000만 원을 벌면서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된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 인물은 현실 사회의 노인이 아니라 제도 계산식 안에서만 성립하는 값에 가깝다. 한국 사회에서 65세 이후의 노동은 대부분 단시간·비정규·자문·강의·촉탁 형태로 이어진다. 교수도, 중소기업 임원도, 전문직 종사자도 정년 이후에는 ‘월급’이 아니라 건별·간헐적 소득 구조로 전환된다.
65세 이후에도 상시 근로소득으로 매달 750만 원을 받는 노인은 현실의 노동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산식의 극단값을 ‘일반 사례’로 만든 순간
이 글이 선택한 방식의 핵심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계산식의 극단값을 ‘일반적 사례’처럼 제시했다는 데 있다. 제도의 극단값을 실제 모델로 제시하는 순간, 분석은 사라지고 감정만 증폭된다.
‘연봉 9000만 원’, ‘따박따박’이라는 표현은 제도의 허점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라기보다 독자의 분노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장치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연금 제도의 설계, 재정 구조, 정책 책임은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밀려난다.
책임을 이동시키는 문장
이 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문장은 “연금은 젊은 세대가 고스란히 부담한다”는 대목이다. 이 문장은 재정 구조를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책임의 방향을 바꾸는 문장이다.
연금 문제의 책임은 국가 재정 운용, 연금 제도 설계,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이 삽입되는 순간, 연금 논쟁은 정책의 영역을 벗어나 ‘노인 대 청년’이라는 감정의 구도로 재편된다. 문제의 원인은 사라지고, 대립의 대상만 남는다.
이 서사가 사회에 남기는 것
이런 방식의 서사가 반복될수록 사회에 남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 오해다. 노인은 ‘부당하게 받는 집단’으로, 젊은 세대는 ‘억울하게 부담하는 집단’으로 고정된다. 그 사이에서 국가와 제도의 책임은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연금 논쟁이 세대 감정의 문제로 전환되는 순간, 정책 논의는 방향을 잃는다. 분노는 커지지만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결론
월 750만 원을 받는 65세 노인은 현실에 없다. 있다면 그것은 연금 제도의 허점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가 만들어낸 예외다. 그럼에도 그런 인물을 만들어 “젊은 세대가 고스란히 부담한다”고 쓰는 순간, 글은 분석을 멈추고 갈등만 키운다.
이것이 오늘날 일부 경제지들이 ‘분석 기사’라는 이름으로 세대 갈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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