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삼성전자가 AI 홈을 주택 제작 단계로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스마트홈은 대체로 입주자가 집을 마련한 뒤 가전과 조명, 보안기기, 네트워크를 따로 구매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축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공간제작소와 협업해 선보인 삼성 AI 모듈러 홈은 집을 짓는 단계에서부터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기반 홈 IoT를 함께 설계하는 구조다. 가전이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집과 가전, 플랫폼이 하나의 패키지로 제작되는 방향이다.
삼성전자는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기업 공간제작소와 협력해 삼성 AI 모듈러 홈을 출시하고 단독주택형 모듈러 건축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공간제작소는 기존 현장 중심 건축 방식과 달리 AI 기반 설계와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활용해 주택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모듈러 주택은 공사 기간을 줄이고, 균일한 건축 품질을 확보하며, 건축 폐기물 발생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공간제작소는 경기도 화성시에 양사가 공동 기획·제작한 삼성 AI 모듈러 홈 쇼룸을 열었다. 쇼룸은 공간제작소의 모듈러 목조주택에 삼성전자의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기반 AI 홈 솔루션을 적용한 실제 주거 공간 형태로 구성됐다. 규모는 330㎡와 66㎡ 등 2개소다.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고객이 라이프스타일과 부지 규모에 맞춰 33㎡, 99㎡, 132㎡ 등 다양한 주택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이번 모델의 핵심은 입주 전 통합이다. 일반 주택에서는 건축과 가전, 네트워크, IoT 등록이 따로 진행된다. 집이 완성된 뒤 에어컨과 냉장고, TV, 보일러, 조명, 보안기기, 홈캠 등을 구매하고 설치하고 앱에 등록해야 한다. 사용자가 직접 여러 기기를 연결해야 하며, 기기 간 호환성과 설치 동선, 배선, 네트워크 품질도 입주 후 문제로 남을 수 있다. 삼성 AI 모듈러 홈은 이 과정을 주택 제작 단계에서 통합하려는 시도다.
공간의 형태나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기도 넓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히트펌프 보일러, 냉장고, TV 등 AI 가전과 스마트 조명, 홈캠, 도어캠 등 20여 종의 스마트싱스 연동 기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입주 시점에 가전을 따로 구입하고 홈 IoT 네트워크를 직접 등록하는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다. 입주하는 즉시 AI 가전과 스마트홈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스마트싱스는 이 모델의 운영 기반이다. 스마트싱스는 가전과 조명, 보안, 에너지, 센서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해 제어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다. 모듈러 주택에 스마트싱스가 사전 탑재되면, 사용자는 집의 상태와 가전 작동, 에너지 사용, 보안 알림, 생활 루틴을 앱과 자동화 기능으로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출 모드, 취침 모드, 냉난방 제어, 조명 제어, 보안 확인 같은 기능이 주거 공간의 기본 옵션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삼성 AI 모듈러 홈이 흥미로운 이유는 주거 산업과 가전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가전 사업은 완성된 집 안에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AI 홈 시대에는 가전이 단순 제품이 아니라 주거 경험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된다. 냉장고, TV, 에어컨, 보일러, 조명, 보안기기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데이터와 자동화 루틴 안에서 작동한다. 이때 가전 회사는 건축 단계부터 관여할 이유가 생긴다.
모듈러 주택은 이런 통합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공장에서 반복 생산되는 만큼 설비 배치와 배선, 네트워크, 기기 설치를 표준화하기 쉽다. 현장마다 조건이 크게 달라지는 일반 건축보다 사전 설계와 사전 등록이 용이하다. 주택 생산과 가전 설치, IoT 연결을 한 번에 묶으면 소비자는 입주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공급자는 품질과 서비스 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다.
주거 시장의 변화도 배경이다. 1~2인 가구, 세컨드하우스, 전원주택, 은퇴 주거, 농막형 생활공간, 워케이션 거점, 소형 주택 수요가 늘면서 단독주택형 모듈러 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축 기간이 짧고 비교적 예측 가능한 품질을 제공하는 모듈러 주택은 이런 수요와 맞물린다. 여기에 AI 홈 솔루션이 결합되면 단순 주택 공급이 아니라 생활 방식까지 제안하는 상품이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단독주택형 모델에 그치지 않고 적용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공간제작소와 협업하는 단독주택형에 이어 향후 4층 이상의 중층 건물까지 AI 모듈러 홈 적용 모델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주택 종류와 건축물 형태와 무관하게 최적화된 AI 홈 솔루션을 구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는 모듈러 주택을 단독주택 상품으로만 보지 않고 공동주택, 숙박시설, 업무형 공간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모듈러 홈 분야에서 여러 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국내 모듈러 건축물 제작 전문회사 유창이앤씨와 공동주택형 모듈러 주택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IFA 2025에서는 삼성물산과 협업해 글로벌 B2B 대상 모듈러 홈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공간제작소 협업은 그 흐름을 단독주택형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한 사례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삼성 AI 모듈러 홈은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스마트홈이 설치형 상품에서 사전 탑재형 상품으로 이동한다. 둘째, 가전과 건축의 판매 단위가 결합된다. 셋째, AI 홈의 경쟁력이 개별 제품 성능보다 공간 전체의 운영 경험으로 평가받게 된다. 냉장고 하나, 에어컨 하나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집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자동화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물론 과제도 있다. 모듈러 주택 시장은 아직 대중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되지 않았다. 소비자는 가격, 내구성, 단열, 방음, 유지보수, 인허가, 토지 조건, 사후관리, 중고 가치 등을 따져본다. AI 홈 역시 네트워크 안정성, 개인정보 보호, 보안, 장기 업데이트, 기기 교체 주기, 플랫폼 종속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주택은 가전보다 사용 기간이 훨씬 긴 자산이기 때문에, AI 홈 솔루션도 장기 운영 기준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출시는 국내 주거테크 시장의 방향을 보여준다. 집은 더 이상 벽과 지붕, 방과 거실의 조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에너지 관리, 보안, 공기질, 냉난방, 조명, 가전, 미디어, 생활 루틴이 결합된 운영체계로 바뀌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그 운영체계를 공장에서 미리 심을 수 있는 주거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DA사업부 양혜순 부사장은 공간제작소와의 협력을 통해 주택의 기획·제작 단계부터 AI 가전과 솔루션이 탑재된 모듈러 주택형 AI 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모듈러 건축의 혁신성과 삼성전자의 AI 홈 솔루션을 결합해 주거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 AI 모듈러 홈의 의미는 신제품 하나의 출시가 아니라 주거 상품의 단위가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집을 먼저 짓고 가전을 나중에 채우는 시대에서, 집과 가전과 AI 플랫폼을 함께 설계하는 시대로 이동하는 것이다. 주택이 공장에서 제작되고, 가전이 사전 설치되며, 스마트싱스가 입주 전부터 연결된다면 AI 홈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주거의 기본 구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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