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보도자료 경제적 자유 달성해도 87.6%는 일 계속한다…은퇴보다 ‘노동 재설계’

경제적 자유 달성해도 87.6%는 일 계속한다…은퇴보다 ‘노동 재설계’

피앰아이 성인 1000명 조사…경제적 자유는 일을 그만두는 상태보다 원하지 않는 선택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로 인식

미디어원 ㅣ 김정호기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면 사람들은 일을 그만둘까. 피앰아이 조사 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경제적 자유를 얻더라도 응답자 10명 중 9명 가까이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삶의 리듬과 성취감, 선택권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이 경제적 자유 이후에도 남는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한국인의 경제적 자유 인식이 ‘은퇴’에서 ‘노동 재설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서치 및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피앰아이(PMI)는 전국 만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6년 6월 11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경제적 자유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그리는 경제적 자유는 단순히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한 상태라기보다,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까웠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도 완전히 그만두겠다는 응답은 12.4%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적 자유와 노동의 관계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했을 때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완전히 그만두겠다’는 응답은 12.4%에 그쳤다. 반면 87.6%는 어떤 방식으로든 일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계속 일하겠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많았고, 하던 일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27.9%, 원하는 일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이 25.1%였다.

이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대중적 상상과 다른 결과다. 흔히 경제적 자유는 충분한 자산을 확보해 직장과 생계 노동에서 벗어나는 상태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실제 응답자들에게 경제적 자유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보다, 원하지 않는 일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와 더 가까웠다. 노동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강도와 방향, 의미를 스스로 선택하는 상태가 경제적 자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계속 일하려는 이유에서도 변화가 드러난다. 경제적 자유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자들은 ‘규칙적인 생활 유지’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50대에서는 이 응답이 두드러졌다. 나이가 들수록 일은 소득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루의 리듬과 사회적 연결, 자기 관리의 장치로 기능한다는 뜻이다.

20대와 50대가 말하는 ‘계속 일하는 이유’는 다르다

같은 ‘일을 계속하겠다’는 응답 안에서도 세대별 이유는 달랐다. 50대는 규칙적인 생활 유지의 의미를 크게 봤지만, 20대는 소득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응답과 성취감을 상대적으로 더 자주 꼽았다. 경제적 자유를 상상하는 방식은 비슷해 보여도, 세대가 처한 경제적 조건과 생애 단계에 따라 노동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 달성 가능성 조사에서 30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도 가장 비관적인 결과를 보인 그래프
30대는 저축·투자·소비 절약에서 적극적이었지만 경제적 자유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장 비관적인 세대로 나타났다.

20대에게 경제적 자유는 아직 도달해야 할 목표에 가깝다. 자산 형성의 출발선에 있는 세대인 만큼 경제적 자유 이후에도 일정한 소득이 필요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동시에 성취감 역시 중요한 이유로 나타났다는 점은 젊은 세대가 일을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성취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식의 노동이 여전히 중요하게 남아 있다.

반면 50대에게 일은 삶의 구조를 유지하는 장치에 가깝다. 경제적 자유를 얻더라도 갑자기 일을 모두 중단하는 것보다, 익숙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관계와 역할을 이어가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 자유는 모든 세대에게 같은 뜻으로 읽히지 않는다. 어떤 세대에게는 불안을 줄이는 장치이고, 어떤 세대에게는 선택 가능한 삶의 폭을 넓히는 조건이다.

가장 열심히 움직이는 30대가 가장 비관적이라는 역설

경제적 자유의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어렵다’는 응답이 38.7%로 ‘가능하다’는 응답 29.5%를 앞섰다. 특히 30대의 ‘어렵다’ 응답은 전 세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30대가 경제적 자유를 위한 노력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세대였다는 사실이다.

30대는 저축, 금융투자, 소비 절약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전체 평균을 웃도는 응답을 보였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가장 많이 움직이는 세대가 동시에 가장 비관적인 세대라는 결과는 이른바 ‘30대의 역설’을 보여준다. 이는 노력의 절대량보다 노력과 보상 사이의 체감 격차가 경제적 전망을 좌우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30대는 결혼, 주거, 육아, 커리어 상승, 자산 형성의 압박이 동시에 몰리는 시기다. 저축과 투자를 늘려도 집값, 생활비, 교육비, 불안정한 경제 환경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느끼면 경제적 자유는 더 멀게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30대의 비관론은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열심히 움직여도 충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얻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소득 부족과 자산 형성 기회 부재, 비관론의 두 갈래

경제적 자유 달성이 어렵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묻자 ‘현재 소득이 부족해서’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특별한 자산 형성 기회가 없어서’,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서’가 뒤를 이었다. 경제적 자유를 가로막는 요인이 단순 소비 습관이 아니라 소득 수준, 자산 기회, 경기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조건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성별에 따라서도 이유의 결은 달랐다. 여성은 소득 부족을 남성보다 더 자주 지목했고, 남성은 자산 형성 기회 부재와 자산 양극화 심화를 더 많이 언급했다. 여성은 현재의 소득 흐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강했고, 남성은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구조적 기회의 부족에서 더 큰 장벽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 차이는 경제적 자유 담론이 단순히 ‘투자를 잘하면 된다’는 말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목표를 말하더라도 개인이 느끼는 장벽은 다르고, 소득·자산·성별·세대 조건에 따라 경제적 자유의 체감 거리는 달라진다. 경제적 자유가 개인의 의지와 절약만으로 해결되는 목표처럼 소비될수록, 실제 현실과의 괴리는 더 커질 수 있다.

AI 투자정보 활용, 증권사 리포트를 앞섰다

투자 정보 탐색 경로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확인됐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투자 관련 정보 탐색 경로에서 유튜브가 37.4%로 1위를 차지했고, 경제 뉴스가 35.5%로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ChatGPT 등 AI 서비스를 투자 정보 탐색에 활용한다는 응답이 15.6%로, 증권사 리포트 14.6%를 앞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투자 정보 소비 방식이 전문가 채널 중심에서 AI 기반 탐색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증권사 리포트, 전문가 칼럼, 경제 뉴스가 투자 정보의 주요 경로였다면, 이제는 AI 서비스를 통해 개념을 정리하고 종목이나 시장 이슈를 비교하며 투자 판단의 기초 정보를 탐색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특히 20대의 AI 활용률은 50대의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나, 이 변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AI 활용이 곧 투자 판단의 정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요약하고 비교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투자 정보의 출처와 시점, 리스크, 이해상충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은 여전히 필요하다. 증권사 리포트를 AI가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투자자가 정보를 탐색하는 초기 단계에서 AI가 새로운 관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경제적 자유는 더 이상 은퇴 공식이 아니다

이번 피앰아이 조사는 경제적 자유의 의미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경제적 자유는 자산을 충분히 모아 노동에서 벗어나는 상태로 자주 설명됐다. 그러나 실제 응답자들은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삶보다, 노동의 강도와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더 현실적인 자유로 보고 있었다.

경제적 자유는 이제 ‘일하지 않는 삶’보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에 가깝다. 근무시간을 줄이고, 하던 일을 유지하고, 원하는 일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한 것은 한국인에게 일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생활 리듬과 성취감, 사회적 연결의 기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앰아이 조민희 대표는 경제적 자유의 의미가 자산 축적보다 불안에서 벗어나는 상태로 수렴하고 있으며, 자유를 이뤄도 일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경제적 자유가 노동의 종결이 아니라 노동의 재설계를 의미한다는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 결과는 경제적 자유 담론이 더 이상 조기 은퇴의 환상에만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불안을 줄이는 자유, 선택권을 넓히는 노동

경제적 자유를 향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의미는 더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삶만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원하지 않는 일을 거절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 일하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소득과 성취, 생활 리듬을 조정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 사회의 노동관과 투자문화가 동시에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자유를 향한 노력은 저축과 투자, 소비 절약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30대는 가장 큰 체감 격차를 느끼고 있다. 동시에 투자 정보 탐색에서는 AI 서비스가 이미 증권사 리포트를 앞서며, 정보 접근 방식의 세대교체도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 자유는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권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충분한 자산은 그 선택권을 넓히는 수단이지만, 자유의 최종 형태는 노동을 완전히 지우는 것이 아니라 삶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데 있다. 이번 조사가 보여준 87.6%의 응답은 바로 그 변화를 압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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