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슬 기자 ㅣ 미디어원
AI 경쟁은 더 이상 한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투자와 글로벌 고객망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 SK가 K-AI 얼라이언스를 50개 멤버사 규모로 키우고, 이를 SK그룹 차원의 글로벌 AI 플랫폼으로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 AI위원회는 지난 26일 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서 K-AI 얼라이언스 연례 행사인 ‘유나이트 2026’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유영상 SK AI위원장을 비롯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주요 관계자와 K-AI 얼라이언스 회원사, 글로벌 벤처캐피털, AWS 등 빅테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K-AI 얼라이언스의 외형 확대가 아니라 운영 방식의 전환이다. K-AI 얼라이언스는 2023년 2월 SK텔레콤 주도로 출범했지만, 올해부터 운영 주체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AI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면서 SK그룹 차원의 AI 협력 플랫폼으로 역할이 커졌다. 단순한 스타트업 네트워크가 아니라, SK그룹의 AI 풀스택 전략과 연결되는 생태계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7개사에서 50개사로, K-AI 생태계의 외형 확대
K-AI 얼라이언스는 2023년 2월 SK텔레콤 주도로 출범한 AI 기업 연합체다. 출범 당시에는 7개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총 50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대표 AI 연합체로 성장했다. 회원사는 AI 반도체, 인프라, 모델, 애플리케이션 등 AI 산업의 주요 영역을 포괄한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AI 산업은 한 영역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도체가 있어야 모델을 돌릴 수 있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가 있어야 서비스가 확장되며, 실제 고객 접점의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시장성이 검증된다. K-AI 얼라이언스가 여러 층위의 기업을 묶고 있다는 점은 SK가 바라보는 AI 생태계 전략의 방향을 보여준다.
특히 회원사 가운데 35% 이상이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K-AI 얼라이언스가 국내 기업만의 폐쇄적 모임이 아니라,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AI 기업과 해외 기반 기업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뜻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AI 생태계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유나이트, 투자자와 빅테크 앞에 선 K-AI
‘유나이트’는 AI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K-AI 얼라이언스 회원사와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여 최신 AI 트렌드와 투자 동향을 공유하고 사업 협력 기회를 찾는 연례 행사다. 올해 행사에는 SK 관계자와 회원사, 글로벌 벤처캐피털, 빅테크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면면도 K-AI 얼라이언스의 방향을 보여준다. SK에서는 유영상 SK AI위원장, 하민용 SK텔레콤 AI DC개발본부장, 정희진 SK하이닉스 아메리카 벤처 인베스트먼트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회원사로는 몰로코, 베스핀글로벌, 리벨리온, 임프리메드 등이 이름을 올렸고, 탑 하베스트 캐피털, 퀀텀 프라임 벤처스 등 글로벌 VC와 AWS 관계자도 함께했다.
AI 스타트업에게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는 단순한 홍보 무대가 아니다. 투자 유치, 고객 발굴, 기술 검증, 파트너십 형성의 출발점이다. K-AI 얼라이언스가 실리콘밸리에서 정례 행사를 여는 것은 한국 AI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와 빅테크 앞에서 직접 사업성을 설명하고 협력 가능성을 확인하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K-AI Alliance 2.0, 네트워킹에서 사업 플랫폼으로
이번 유나이트 2026에서 처음 공개된 ‘K-AI Alliance 2.0’은 K-AI 얼라이언스의 성격 변화를 보여주는 중장기 운영 전략이다. 기존의 네트워킹 중심 협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기술 개발과 사업 검증, 신규 서비스 발굴, 글로벌 고객 확보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AX 등 주요 SK 멤버사와 회원사 간 협력을 확대한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엔터프라이즈 AI, 클라우드와 서비스형 애플리케이션은 서로 분리된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AI 시장에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SK는 이 연결 지점을 그룹 차원의 협력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K-AI Alliance 2.0의 의미는 회원사에게도 크다. 개별 AI 기업은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글로벌 고객과 투자자, 인프라 파트너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SK그룹의 네트워크와 기술 자산, 글로벌 사업 기반이 결합되면 회원사들은 단순한 소개나 네트워킹을 넘어 실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AI 병목과 반도체, 글로벌 시장의 다음 쟁점
이번 행사에서는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바라보는 AI의 미래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스티브 장 킨드레드 벤처스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최신 투자 및 기술 트렌드를 소개하고, K-AI 스타트업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회원사 기업 설명회도 이어졌다. 임프리메드, 사운더블헬스, 리얼월드, 가우스랩스, 프라임마스, 망고부스트, 파네시아 등이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소개했다. 채널코퍼레이션, 하이퍼엑셀, 프라임마스, 파네시아 등 신규 회원사 소개도 진행됐다.
패널 토론에서는 AI 분야 전반의 병목 현상과 해결 방안, AI 반도체 산업 전망 등이 논의됐다. 최근 AI 산업의 경쟁력은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산 비용,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공급, 추론 효율, 기업 고객의 도입 속도 등 복합적인 병목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 SK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통신,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함께 묶는 이유도 이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일본·중동·동남아로 넓어지는 글로벌 AI 네트워크
K-AI 얼라이언스는 앞으로 실리콘밸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SK AI위원회는 일본, 중동, 동남아 등 주요 지역에서도 정례 프로그램을 운영해 회원사들의 글로벌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K-AI 얼라이언스를 특정 지역 행사 중심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입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AI 기업에게 지역별 진출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엔터프라이즈 수요와 제조 기반이 강하고, 중동은 AI 인프라와 대규모 투자에 관심이 크며, 동남아는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시장을 갖고 있다. 회원사들이 각 지역의 투자자, 고객, 파트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 K-AI 얼라이언스는 실질적 글로벌 확장 도구가 될 수 있다.
행사에 참석한 송지영 사운더블헬스 대표는 K-AI 얼라이언스가 개별 기업이 구축하기 어려운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AI 산업의 중심지에서 투자자와 파트너를 직접 만나 최신 시장 동향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SK가 그리는 AI 풀스택 생태계
유영상 SK AI위원장은 AI 산업이 단일 기업이 독자적으로 모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AI 풀스택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실질적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SK가 K-AI 얼라이언스를 단순한 협회나 네트워킹 모임이 아니라, 투자자와 빅테크가 먼저 찾는 글로벌 AI 생태계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이유다.
AI 풀스택은 반도체, 인프라, 모델,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고객 접점까지 이어지는 전체 구조를 뜻한다. SK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역량, SK텔레콤의 AI·통신·데이터센터 역량, SK AX의 엔터프라이즈 디지털 전환 역량을 바탕으로 회원사들과의 협력을 넓힐 수 있다. 여기에 글로벌 VC와 빅테크 네트워크가 붙으면 K-AI 얼라이언스는 한국 AI 기업들의 해외 진출 교두보가 된다.
K-AI 얼라이언스가 50개사로 확대됐다는 소식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다. 한국 AI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는 단계를 넘어, SK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해 투자, 기술 검증, 고객 확보, 해외 시장 진출을 함께 모색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나이트 2026은 그 변화를 실리콘밸리에서 선언한 자리였다.
행사 정보
K-AI 얼라이언스 연례 행사 ‘유나이트 2026’은 2026년 6월 26일 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SK AI위원회, SK텔레콤, SK하이닉스, K-AI 얼라이언스 회원사, 글로벌 벤처캐피털, 빅테크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K-AI 얼라이언스는 2023년 2월 SK텔레콤 주도로 출범한 AI 기업 연합체로, 현재 50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 운영 주체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AI위원회로 확대 개편됐으며, SK는 K-AI Alliance 2.0을 통해 회원사 간 협력과 글로벌 사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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