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보도자료 항공안전, 사고 예방 넘어 ‘말할 수 있는 조직’으로…산·학·관 230명 인천 집결

항공안전, 사고 예방 넘어 ‘말할 수 있는 조직’으로…산·학·관 230명 인천 집결

‘2026 대한민국 항공안전포럼 및 세미나’ 통합 개최…Safety-II·공정문화·AI 신뢰·예지정비 집중 논의

미디어원 ㅣ 박예슬기자

항공안전의 기준이 사고와 규정 위반을 줄이는 관리에서, 현장 구성원이 위험을 자유롭게 말하고 조직이 함께 학습하는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이 항공 운항과 정비에 빠르게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최종 안전을 만들어내는 핵심은 사람의 판단과 조직 간 신뢰라는 문제의식이 국내외 항공 전문가들의 공통 의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대학교는 15일부터 16일까지 인천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2026 대한민국 항공안전포럼 및 세미나’를 개최한다. 대한항공과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교통연구원이 행사를 공동 주관한다.

30년 항공안전세미나와 포럼, 처음 한자리에

올해 행사는 2024년 시작한 대한민국 항공안전포럼과 1995년부터 매년 개최된 항공안전세미나를 처음으로 통합했다. 단일 행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과 연구 중심의 논의에 항공사와 현장 종사자의 경험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행사에는 국제민간항공기구를 비롯해 국내외 정부·항공기관, 항공사, 대학과 연구기관, 항공기 제작사 관계자 등 230여 명이 참석했다. 정채교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개회사를,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이 환영사를 맡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12개 국적항공사 최고경영진도 안전 메시지 영상에 참여했다. 항공사의 경쟁이 운임과 노선,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안전문화와 위험관리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공동으로 확인한 자리다.

사고가 없었던 이유까지 살피는 Safety-II

포럼의 중심 주제는 ‘사람과 문화, 함께 여는 항공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존 안전관리가 사고와 오류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면, Safety-II는 복잡한 운항 환경에서도 업무가 대부분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이유와 현장의 대응 능력을 함께 분석한다.

이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와 정비사, 객실승무원, 운항관리사 등 현장 인력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어떻게 조정해 안전한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학습하자는 접근이다.

Safety-II 개념을 정립한 에릭 홀나겔 교수는 ‘안전의 변형’을 주제로 강연한다. 항공안전을 사고가 없는 상태로만 정의하지 않고, 변화와 압박 속에서도 안전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말할 수 있는 조직이 사고 전조를 발견한다

두 번째 세션의 주제는 ‘말할 수 있는 조직, 함께 배우는 문화’다. 현장 종사자가 실수나 위험 징후를 숨기지 않고 보고할 수 있어야 조직이 사고 이전에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취지다.

보고를 장려하면서도 결과에 따라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조직에서는 실제 정보가 위로 전달되기 어렵다. 안전규정을 고의로 위반한 행위와 복잡한 상황에서 발생한 인간의 실수를 구분하는 공정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베넷 월시 대한항공 항공안전보안실장은 ‘안전 패러다임 전환과 대한항공 공정문화’를 주제로 항공사의 안전문화 정착 방안을 공유한다. 항공사 내부 보고체계가 책임 추궁 수단이 아니라 위험 정보를 축적하고 재발을 막는 학습 체계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유종석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은 기술과 산업 환경이 급변해도 이를 실제 안전으로 연결하는 힘은 현장의 사람과 전문성, 신뢰에 기반한 협업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안전 리더십, 실적보다 현장 판단을 지켜야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항공산업 격변기, 항공안전 리더십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정부와 항공사 경영진이 토론에 나섰다.

윤완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았고, 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과 유종석 대한항공 부사장, 조성배 아시아나항공 부사장,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 이상윤 트리니티항공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항공안전 리더십은 안전을 선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정시 운항과 비용, 생산성에 대한 압박 속에서도 현장이 안전을 이유로 운항이나 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경영진이 어떤 정보를 요구하고 사고 전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조직 전체의 보고문화와 판단 기준을 결정한다.

AI 도입 속도보다 현장 신뢰가 먼저

세 번째 세션에서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Safety-II와 안전 인텔리전스’를 다룬다. 항공사가 축적한 운항·정비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는 안전 인텔리전스와 인공지능 활용 전략이 핵심이다.

엠브리리들 항공대학교의 마크 밀러 교수는 조종사와 정비사가 AI를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을 주제로 강연한다. 델타항공과 에어캐나다, 진에어 등은 각사의 안전 인텔리전스 운영 사례를 공유하며, 한국과학기술원 데이터분석센터는 국내 안전 인텔리전스 구축 방향을 제시한다.

항공 분야에서 AI의 정확도만큼 중요한 것은 판단 근거를 현장 인력이 이해할 수 있느냐다. 오류 가능성과 적용 범위가 분명하지 않은 자동화는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 있다. AI가 전문가를 대체하기보다 이상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고 사람의 판단을 지원하는 체계로 설계돼야 한다.

예지정비·MRO·안티드론으로 논의 확대

포럼 둘째 날인 16일에는 사람과 협력을 중심으로 조종사 역량 개발, AI 기반 항공기 예지정비, 항공정비산업의 디지털 전환, 안티드론 대응체계 등이 다뤄진다.

예지정비는 항공기 부품이 고장 난 뒤 교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센서와 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가능성을 사전에 발견하는 기술이다. 정비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데이터 품질과 분석 모델의 신뢰성, 정비사의 최종 판단 권한을 함께 확보해야 실제 안전 향상으로 이어진다.

공항 주변 불법 드론도 항공안전의 새로운 변수다. 탐지와 식별, 운항 통제, 관계기관 대응이 분절되면 신속한 조치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공항, 항공사, 군·경찰 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기술과 규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항공안전

이번 포럼은 안전문화와 인적요소, 기술혁신을 별개의 분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안전관리 체계 안에서 연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술이 위험을 더 빨리 찾아내더라도 구성원이 문제를 말하지 못하거나 조직이 보고된 정보를 학습하지 못하면 안전관리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람 중심의 안전문화와 조직적 과제를 논의한 데 이어 올해는 AI와 안전 인텔리전스, 예지정비, 안티드론까지 의제가 확대됐다. 항공안전을 개별 항공사의 관리 문제에서 국가 항공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바라보는 흐름이다.

항공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기술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험을 먼저 발견하는 데이터, 문제를 숨기지 않는 현장, 보고자를 보호하는 조직문화, 기관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논의가 실제 운항과 정비 현장의 제도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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