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보는 즐거움 보다 더 한 것이 먹는 즐거움이다 . 우리나라에는 멋과 맛을 겸한 수많은 곳이 있지만 이곳 만큼 그 색깔이 뚜렷한 곳이 있을까싶다 .
바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불리는 안동이다 . 동양사상을 활짝 꽃 피운 안동의 음식은 소박하지만 맛깔스럽다 . 종부의 손을 만나 다음어지고 , 비벼지고 , 무쳐지면서 음식의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
이번 여행을 통해 색깔이 화려하거나 상이 푸짐하지는 않지만 청빈한 삶을 살아온 선비 삶을 체험해보며 안동만의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세계음식기행 그 첫 번째 , 한국대표 ‘ 안동 ’ 이다 .
마을전체가 문화재 ‘ 하회마을 ’
‘ 안동 ’ 하면 뭐니 뭐니 해도 ‘ 안동하회마을 ’ 이다 . 하회마을은 낙동강 물이 마을을 한 바퀴 감싸고돌아 흐르는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바라보는 부용대는 바로 눈앞에 두고도 쉽게 오를 수 없는 , 그래서 늘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 이 부용대를 가기 위해서는 하회마을 입구인 중리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도양 삼거리가 나오는데 , 일직선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다리를 건너면 화천서원과 부용대 이정표가 있다 .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500 미터쯤 이동하면 화천서원 앞 주차장이다 . 화천서원 담벼락에는 ‘ 부용대 450 보 ’ 라는 친절한 설명의 간판이 있다 .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450 보가 정말 맞는지 세어보면서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 부용대에 오르면 하회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여기에서 하회 풍수지리도 살펴 볼 수 있다 .
부용대 좌우에는 옥연 · 겸암정사가 있는데 , 옥연정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이 만년에 기거하면서 임진왜란 때의 일을 기록한 ‘ 장비록 ’ 을 저술한 곳이다 . 겸암정사는 겸암 류운룡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기르던 곳이다 . 부용대에서 모두 15 분 정도 걸린다 .
하회마을은 1999 년 4 월 영국여왕의 방문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지만 , 그 이전에도 우리 옛 모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나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던 곳이었다 . 하회마을은 선조들의 생활문화가 잘 보존돼 오늘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 .
조상들의 소중한 삶의 자취와 생활문화가 잘 간직돼 있어 1984 년도에 마을 전체가 중요 민속자료 제 122 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렇게 마을 하나가 모두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전국에서 하회마을 뿐이며 마을 전체가 문화재인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 낙동강에서는 나룻배를 운영하고 있어 진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하회마을에서 5 분 정도 떨어진 하회동탈박물관은 하회마을 안에서 연행됐던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모형으로 전시해 놓고 있다 . 뿐만 아니라 1 층에는 우리나라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3 개 탈춤의 탈이 모두 전시돼 있다 .
탈박물관에서 나와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은 아직 포장이 되지 않아 울퉁불퉁하다 . 승용차 두 대가 겨우 교행 할 수 있는 넓이여서 중간에 버스라도 만나게 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도 있다 . 하지만 이런저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병산서원을 찾아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 병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서원 앞에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앞으로 강과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우리나라 어느 서원이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 싶다 .
병산서원에서 안동한지까지는 20 분 정도 걸린다 . 안동한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품질이 우수하다고 소문난 한지가 생산되는 곳이다 . 안동한지 공장에 가면 한지를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고 한지를 직접 만들어 보고 한지 공예도 배워볼 수 있다 . 체험학습을 원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연락을 해야 한다 .
안동한지에서 시내방면으로 10 분정도 이동하다 보면 왼쪽 편으로 학가산온천이 있다 . 이곳에서는 학가산 자락 지하암반 745 미터에서 용출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알카리성 중탄산 오천수로 피로를 풀 수 있다 . 1,000 여명을 수용 할 수 있으며 노천탕을 포함한 바네풀 , 다양한 이벤트탕과 타온천과 차별화된 전국 최고의 루미라이트 수면방을 갖추고 있다 . 이외에도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온천욕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
또 안동에는 경북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박물관으로서 안동댐 바로 아래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안동 ‘ 민속박물관 ’ 이 유명하다 . 안동문화권의 대표적인 유교문화 중에서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거치는 과정인 평생의례 , 상층계급과 서민들의 생활문화인 의식주생활 문화와 학술제도 , 수공업 , 민간신앙 , 무속 등과 다양한 민속놀이를 연출해 전시하고 있다 .
이외에도 드라마 ‘ 태조왕권 ’ 의 촬영지였던 야외민속박물관은 1974 년 안동댐의 설립으로 물에 잠길 처지에 있던 집들 가운데 민속자료로 가치가 있는 12 채가 옮겨져 민속촌으로 활용되고 있다 .
촬영장에 올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큰 기와집이다 . 이 건물은 관아건물로 돌담으로 둘러져 있으며 가장 밖에 있는 건물이 외삼문으로 5 칸 겹집이다 . 관아건물을 한 바퀴 돌아 나와 회랑채와 연결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감옥건물이 나타난다 . 이 감옥건물은 고려시대 감옥으로 두동이 지어져 있으며 중죄인 감옥과 일반감옥으로 분리된다 . 감옥터에서 바라보는 초가 20 동은 후삼국시대 당시의 민가 및 저자거리가 조성돼 있으며 대나무로 얼퀴설퀴 엮여져 있는 당시의 염색공장을 비롯해 옛 모습의 닭장과 대나무 울타리가 특이하다 . 지금의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시의 상가건물은 원통형으로 안쪽으로는 하늘을 볼 수 있다 . 이외에도 주막집을 비롯해 드라마 마다 그 역할과 기능을 달리할 수많은 초가들이 즐비하다 .
이게 식혜야 , 동치미야 ?
안동의 먹거리 가운데 안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바로 ‘ 안동식혜 ’ 다 . 안동에서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식혜를 ‘ 감주 ’ 라 부르고 고두밥에 무 , 고춧가루 , 생강즙 , 엿기름물로 발효시킨 독특한 음식을 안동식혜라 부른다 . 안동식혜는 특히 겨울철에 별식으로 살얼음이 살짝 낀 식혜는 그 깔끔한 맛이 으뜸이다 . 안동식혜는 헛제사밥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데 식사 후 안동식혜 한 그릇이면 안동양반의 한 끼 식사를 충분히 체험한 셈이 된다 . 안동에 왔다면 안동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안동식혜를 꼭 먹어봐야 된다 .
식혜는 엿기름 물에 고두밥을 넣고 펄펄 끓여서 만들지만 안동식혜는 끓이지 않고 그냥 술 빚듯이 따뜻한 아랫목에서 삭혀내는 발효음식이다 . 그래서 상온에 오래 두면 일반 식혜는 썩기 시작하지만 안동식혜는 썩지 않는다 . 살아있는 유산균주가 부패를 막기 때문이다 . 오래두면 발효가 계속돼 식초가 되면 됐지 부패해서 먹은 사람이 배탈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 . 안동사람들은 명절에 남은 안동식혜로 초를 만들어 조리용이나 식용으로 쓰기도 한다 . 일반식혜는 끓이기 때문에 삭혀내는 과정에서 생성된 유산균이 모두 사멸해 버리지만 , 안동식혜는 몸에 좋은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이다 .
안동식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고춧가루 물이 들어가 불그스레한 색깔과 그 불그레한 물에 잘게 썬 무가 떠 있는 것을 보고 생소해 한다 . 게다가 밥알 까지 섞여 있으니 이게 식혜인지 동치미인지 헛갈리는 것은 당연지사 . 그러나 막상 그 맛을 보면 시원하고도 매콤달콤한 맛에 생강의 진한 향이 일품이다 .
안동식혜를 맛 볼 수 있는 곳을 헛제사밥 전문점이라고 했는데 , 도대체 이 ‘ 헛제사밥 ’ 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 안동의 음식문화는 유교문화를 배제하고서는 말하기가 어렵다 . 유교문화 속의 음식들은 단순히 현재 우리가 가지는 음식에 대한 생각과는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 그 다른 목적은 바로 봉제사와 접빈객이다 . 현재도 일년에 많게는 열다섯 번 , 적게는 여덟 번의 제사를 지내는 종가에서 한 달에 한번 꼴로 제사를 받들기 위해서는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 특히 종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제사 음식은 많이 , 급하게 먹어도 체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상님이 돌보아 주는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 이러한 문화를 반영하는 음식이 바로 헛제사밥이다 .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 음식과 똑같이 해서 먹는 음식이라 해서 헛제사밥으로 불리는 이 음식은 각종 나물을 비벼서 먹는 밥과 어물 , 육류를 끼운 산적에 탕국이 함께 곁들여진다 .
타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 건진국수 ’ 도 안동만의 명물이다 . 안동 양반들의 별식 건진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반반씩 넣어 직접 만든 속국수를 삶아서 건져 내어 찬물에 씻은 뒤 육수에 말아 먹는 음식이다 . 그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조밥도 맛깔스럽다 .
또한 안동의 명물 ‘ 안동간고등어 ’ 와 ‘ 안동찜닭 ’ 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 바다가 없는 안동에서 고등어라는 생산이 특산품이 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다 . 하지만 바다가 없기 때문에 안동과 가장 인접한 바다인 영덕에서 고등어를 잡아 운반하는 데는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 이 시간 동안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염장을 했던 것을 옛 방법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안동 간고등어다 . 실제로 양반들은 내 집에 손님의 접대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였다 . 학봉 김성일 선생의 종가에서는 아직도 갑자기 오는 손님의 접대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늘 시렁 위에 생선 한 마리쯤을 갖추어 둔다 . 이처럼 바다가 가깝지 않은 내륙지방에서 맛보는 안동 간고등어는 양반집에서 대접받는 것 같은 넉넉함을 가져다준다 .
안동찜닭은 푸짐한 양과 싼 가격 , 특이한 맛으로 신세대들의 입맛을 평정한 안동찜닭은 안동구시장 찜닭골목에서 그 원조의 맛을 만나볼 수 있다 . 특히 재래시장과 함께 구경할 수 있어 새로운 느낌의 여행을 만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