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심리학은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지는 이유는, 먼저 연락을 멈추는 순간 어떤 관계들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그 관계가 애초부터 상호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결론 내린다. 나만 애썼던 관계였고, 나만 붙잡고 있었던 인연이었다고. 그렇게 이해하면 마음은 조금 편해진다. 적어도 이유는 설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젊을 때도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멀어지는 관계는 있었다. 며칠, 몇 달 연락이 끊기면 자연스럽게 흐려지는 이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이 삶을 뒤흔드는 상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직장이 있었고,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의도하지 않아도 새로운 관계가 생겨났다. 관계는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았다. 관계는 환경 속에 있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관계는 환경이 아니라, 의지가 된다.
직장을 떠나고 나면 더 이상 매일 만나는 사람은 없다. 거래처 사람들과의 관계는 일이 끝나는 순간 함께 끝나고, 어떤 날은 평생 이어질 것 같았던 연인도, 친구도, 각자의 시간 속으로 흩어진다. 그렇게 하나둘 사라지고 나면, 곁에는 몇 사람만 남는다. 오래 알고 지냈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어왔던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지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 지기들조차,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바쁜가 보다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여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언제였는지, 마지막으로 함께 웃었던 날이 언제였는지조차 희미해졌다는 것을.
그때 사람들은 말한다. 그 관계는 원래 일방적이었던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관계의 진실이 아니라, 시간의 작용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든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고, 시간을 내고, 길을 나서는 일 자체가 예전보다 큰 결심이 된다. 만나면 즐겁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과정까지 가는 힘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다음에 보자고. 언제 한 번 보자고. 그 말은 거짓이 아니다. 다만, 실현되지 않을 뿐이다.
관계는 배신으로 끝나는 경우보다, 침묵 속에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외로움은 사람들이 떠나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향해 손을 뻗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우리는 깨닫는다. 더 이상 연락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연락을 꺼내 들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을 잃는 과정이 아니라, 관계를 붙잡고 있던 자신의 일부를 조금씩 내려놓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를 떠올리는 순간이 있다. 문득 이름 하나가 마음속에 떠오르고,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 그 순간이 아직 남아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완전히 혼자가 아닌지도 모른다.
관계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뿐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늙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