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과 중동 전쟁, 미국의 혈맹은 왜 한 발 물러섰나

(미디어원)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나라들이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다. 국제 정치에서는 이 세 나라를 흔히 미국과 함께 묶어 ‘앵글로색슨 동맹’이라고 부른다.
1991년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도 이들 국가는 미국과 함께 전장에 섰다. 정치 체제와 군사 협력, 정보 공유까지 깊게 결합된 미국의 전통적 혈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이란 공습 사태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영국은 미군의 이란 공습 작전에 자국 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고, 호주는 군사 개입 자체를 거부했다. 뉴질랜드 역시 직접적인 군사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들이 동시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각국의 논리는 분명하다. 국제법 문제와 국내 정치 부담, 그리고 중동 전쟁 확전에 대한 우려가 그 배경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이 상황은 쉽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동 지역의 무장 조직들을 지원해 온 국가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여러 조직들이 이란의 군사적 지원 네트워크 속에 있다.

특히 최근에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장거리 드론 같은 무기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무기들은 이미 중동 여러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핵무기라는 요소가 더해질 가능성이다.
이란이 핵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탄도미사일 전력과 결합할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의 사거리는 이미 중동을 넘어 유럽 상당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이 결합할 경우 그 위협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안보 질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란이 구축해 온 무장 네트워크다. 이란이 군사 기술이나 무기 체계를 비국가 무장 조직에 제공해 온 전례를 고려하면, 핵 기술이나 관련 물질의 확산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국제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란 정권의 내부 통치 방식 역시 국제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인권단체들의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은 단순한 지역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서 서방의 전통 동맹국들이 보여준 태도는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미국의 군사 행동에 자동적으로 동참해 왔던 앵글로색슨 동맹이 이번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에 대한 신중함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현실적인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의 질문은 남는다.

세계 안보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 등장했을 때, 서방 동맹은 어디까지 공동의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동맹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의 신중한 태도를 비판하며 영국 총리를 겨냥해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인물은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의 결속을 상징했던 처칠을 언급하며 전통적 동맹의 역할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번 이란 사태는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서방 동맹의 역할과 국제 안보 질서의 방향을 시험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