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차원석 기자 = 우리나라의 허리라고 일컫는 태백산맥은 지금 한창 하늘에서 내려온 백색가루로 소복이 덥혀있을 것이다. 그 옛날 한국의 호랑이가 백두산에서 지리산가지 한걸음에 종단했다던 태백산맥은 그러나 현재 동족상잔의 비극속, 원치 않은 분단의 현실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고 한국인의 정기가 서려있는 태백산맥은 일제 강점기엔 기를 차단한다는 명목하예 일제가 쇠못을 산맥의 이곳저곳에 밖아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꿋꿋이 위용을 자랑하는 태백은 이제 미래를 준비한다.
# 잊었던 동심을 찾아 ‘태백산눈꽃축제’
요즘 같은 겨울철엔 사람들은 집안에서 잘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겨울이 되면 동면 아닌 동면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가 덜되었던 옛날만 해도 겨울철에 시골 아이들은 할 수 있던 겨울철 놀이가 여름철보다도 많았다.
팽이치기, 썰매타기, 연날리기 등 하지만 “아빠 어렸을 적엔”을 들으면서 자란 요즘 새싹들에겐 그런 아련한 추억은 이제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들릴 것이다. 자녀와 시대적 괴리감의 골이 깊어만 가는 요즘 현실 속에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있다. 깊은 산속 눈 덮인 태백으로, 어른들에겐 지난 추억을, 어린이들에겐 새로운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축제와 볼거리로 가득하다.
사실 지금 태백산 뿐만 아니라 강원도 전 일대가 저마다 눈을 태마로 한 축제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태백산도 이미 지난 95년부터 축제를 개최해 올해로 벌써 18회를 맞으며 관광객 맞이어 한창이다. 이번 주 21일 금요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제18회 태백산눈꽃축제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나이든 중년부부에까지도 무척이나 어울리며 즐길수 있는 축제로 당일여행이 가능할 정도의 거리에 있어 한번 가보자.
특히 점차 늘어나는 관광객 덕분에 매년 행사규모가 커지고 있고 볼거리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겨울축제의 백미인 초대형 눈 조각전시는 물론이고, 단체 눈싸움과 스노우레프팅도 즐길 수 있다. 개막식날 오프닝 콘서트에서는 타악기 연주와 ,축하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야간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밝혀 흰색의 눈과 함께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내 관람객들은 추위를 잊어버리고 오감을 확실히 만족시켜줄 것이다.
서울기준으로 청량리역에서 거의 매 시간마다 출발하는 코레일을 이용한다면 축제의 현장으로 바로 갈 수 있고 그밖에 자가용으로는 경인, 중부, 경부고속국도를 이용해서 영월을 지나 사북을 거처 30분 정도 더 가면 태백산도립공원에 도착한다.
# 눈 속의 비경이 펼쳐진다
태백산의 정확한 위치는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태백시 문곡소도동 등지로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 천평리와 접경을 이룬다.
태백산은 우리나라가 한창 개발도상국일 때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요람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 40여개가 넘던 탄광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겨우 한두 개만 남게 되자 국가기간산업의 원동력이 되었던 석탄의 역할과 그 역사적 사실들을 기념하고 한 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전시, 역사적 교육의 학습장으로 활용했고 자연스럽게 석탄박물관이 건립되어 일반에 오늘날까지 공개되고 있다. 우리들에게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잊혀져가는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석탄산업의 쇠퇴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건설되어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역사 학습의 장이되고 있다.
이밖에도 백두대간의 중추인 금대봉의 하부능선 해발고도에 자리 잡은 지방기념물 제39호 용연동굴은 전국 최고지대의 동굴로서 길이 843m로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 동굴이 갖춰야 할 것은 다가지고 있는 신비한 자연 석회동굴이다. 특히 동굴 중앙내부에 있는 길이 130m의 대형광장과 리듬분수는 자연 생성물들과 드물게 잘 어울려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 하고 있다.
동굴안에 서식하는 생물로는 관박쥐, 장님 새우등 12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신비감을 더해주는데 이밖에도 주차장에서 동굴입구까지 1.1km에 운행되고 있는 낭만의 용연열차와 용연동굴 → 금대봉→ 한강 발원지 검룡소를 잇는 3.1km의 백두대간 자연생태 등산로 까지 태백산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지역이다.
이곳 태백까지 왔다면 꼭 들러야하는 곳이 지역의 명소가 한군데 더 있는데,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하는 황지연못이다. 의례 연못이면 깊은 산골 그 어딘가에 있을법하지만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특이한 연못이다. 그래서인지 이 연못에 얽힌 전설도 재미있다.
옛날 한 노승이 연못의 자리였던 이곳 황부자의 집으로 시주를 받으러 왔는데, 황부자는 시주 대신 쇠똥을 퍼준 것이다. 이것을 본 며느리가 노승에게 시아버지의 잘못을 빌며 쇠똥을 털고 쌀 한 바가지를 시주하자, 노승은 "이 집의 운이 다했다며 살려면 자신을 따르라고 했다. 하지만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됐다. 며느리가 뒤를 따라가다 갑자기 뇌성벽력이 치며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에 돌아보자 황부잣집은 이내 땅 속으로 꺼져 큰 연못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연못은 1년에 한두 번 흙탕물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무기가 된 연못 속의 황부자가 심술을 부려서 그렇다고 한다. 30여 년 전만 해도 연못에 큰 나무 기둥이 여러 개 잠겨 있어, 사람들은 그것이 황부잣집 대들보와 서까래라고 했다. 물론 그것은 연못 부근의 지반이 물러 오래된 나무가 연못에 쓰러져 썩지 않은 것인데.
지금의 황지연못은 소원을 빌라고 연못 안에 작은 동전 통을 만들어 놓았다. 그릇안에 들어있는 동전도 그렇지만 그 주변에 있는 수많은 구리와 은빛 동전들이 물과 함께 연못 전체를 아름답게 비춘다.
지금 태백산맥은 동면에 들어갈 수 없다. 밤새 축제분위기인 태백산은 춥고 긴 겨울 끝없는 동면대신 축제를 택했다. 추운 겨울 방안에만 있지 않고 하얀눈이 펼쳐진 세상의 태백산에 놀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답답했던 가승이 뻥하고 뚫릴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