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동 충격에 세계 면세·여행소비 전반 큰 타격

중동 전쟁의 충격은 먼저 유가에서 나타나고, 그다음은 공항에서 드러난다. 두바이·쿠웨이트 같은 허브 공항이 흔들리자 면세점과 여행소매, 여행소비 전반이 빠르게 타격을 받고 있다. 전쟁이 공항에서 어떻게 관광산업을 흔드는지 짚어봤다.

화재와 연기로 뒤덮인 국제공항 터미널 전경
중동 전쟁의 충격은 유가를 넘어 공항과 항공·여행소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쟁은 먼저 유가 그래프에서 보이고, 공항으로 이어진다

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중동 전쟁의 충격은 먼저 유가 그래프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다음은 공항이다. 하늘길이 흔들리면 면세점이 흔들리고, 면세점이 흔들리면 여행소비 전반이 타격을 받는다. 이번 중동 사태는 전쟁이 관광과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는 15일 보도에서 전쟁 장기화로 두바이·쿠웨이트 같은 중동 허브 공항이 부분 또는 전면 폐쇄를 겪었고, 그 여파로 공항 쇼핑과 여행소매 매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도 바로 흔들렸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여행소매 부문 DFS* 부진 때문에 그룹 성장률이 2%포인트 깎였고, 중동 소비 둔화로 전체 매출도 최소 1%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에스티로더, 푸이그, 로레알처럼 여행소매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단순히 비행편 몇 편이 줄어든 수준이 아니라, 전쟁이 공항 소비 전체에 직접 충격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한산해진 국제공항 면세구역을 보여주는 이미지
중동 전쟁의 충격은 유가에 이어 공항 면세점과 여행소비 전반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고 있다.

중동 충격은 중동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허브 공항이 흔들리면 환승객이 줄고, 환승객이 줄면 유럽의 럭셔리 소비까지 함께 꺾인다. 로이터는 에르메스가 중동 전쟁 여파로 1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고, 프랑스 매출 감소의 배경으로 중동 관광객 감소를 짚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매출은 2.8% 줄었고, 중동 매출도 6% 감소했다. 중동 소비가 줄자 유럽 관광지 매출까지 함께 흔들린 것이다.

이런 구조는 한국에도 그대로 경고가 된다. 한국 면세산업은 이미 회복이 더딘 상태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9,624억 원으로, 1월보다 10.1%,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줄었다. 방한객이 조금 늘어도 실제 지갑을 여는 소비가 약해진 상황에서, 국제 분쟁까지 겹치면 면세점과 공항 소비는 훨씬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단순한 매출 하락이 아니다. 면세점은 관광산업의 가장 민감한 체온계다. 비행편이 줄고, 환승이 끊기고, 중동 부유층 소비가 꺾이면 공항 면세점이 먼저 반응한다. 공항 면세점이 흔들리면 항공사 부가수익과 공항 상업시설, 여행소비 전체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전쟁은 총알이 떨어지는 전장만 흔드는 것이 아니다. 공항과 면세점, 관광객의 지갑까지 함께 흔든다.

이번 사태가 한국 관광업계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면세산업을 단순히 입국자 수와 연결해서 보면 안 된다. 둘째, 공항 면세 의존도가 높은 구조일수록 지정학적 위기에 더 크게 흔들린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관광산업을 이야기하면서 항공과 공항, 소비와 국제정세를 따로 떼어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쟁은 유가를 흔들고, 공항을 흔들고, 결국 여행소비를 위축시킨다. 지금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매출 감소가 아니라 관광산업 전체에 대한 경고다.


*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등을 보유한 프랑스계 세계 최대 명품 그룹.
** DFS: LVMH 산하의 세계적 여행소매·면세 유통 브랜드로, 공항과 관광지 면세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