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하 재판 결과를 존중한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멈춘 재판을 즉시 속개해야 한다
이정찬 기자 ㅣ 미디어원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유는 장영하 변호사 사건이다. 장영하는 과거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두고 이른바 조폭 연루설과 20억 수수설을 제기했고, 그 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은 1심 무죄에서 2심 유죄로 바뀌었고, 지난 3월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판결을 근거로 국민의힘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할 수 있다. 장영하가 주장한 내용은 법원 판단으로 허위라는 결론이 났고, 대법원 판결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 불신이 적지 않은 시절이라 해도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서 사법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묻고 싶다.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멈춰 선 재판들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생각은 없는가. 장영하 사건 판결을 존중해 국민의힘에 사과를 요구하듯이, 자신에게 남아 있는 공직선거법 사건과 다른 형사재판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사법체제를 믿고 끝까지 판단을 받을 생각은 없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 다섯 개 형사재판의 피고인이었다.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과 대장동 사건 재판은 취임 뒤 기일이 추후지정되며 사실상 멈춰 섰다. 바로 이 대목이 핵심이다. 장영하 사건 판결은 존중하면서, 자신에게 남아 있는 재판은 멈춘 채 두는 모습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은 존중하며 상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재판은 뒤로 미루는 것처럼 보이면 법의 권위도 대통령의 말도 함께 약해진다. 법은 상대를 겨눌 때만 유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지지율이 높고 국민 기대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법정에 서야 한다. 장영하 사건 판결을 존중하듯, 자신에게 남아 있는 재판에서도 같은 절차를 따르겠다고 당당히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을 둘러싼 다른 의혹과 혐의들에 대해서도 법적 판단을 끝까지 받아내어, 국민이 품고 있는 의문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법정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그는 훨씬 더 강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를 의심했던 사람들까지도 쉽게 부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국정과 외교에 더 힘 있게 전념할 수 있는 기반도 생길 것이다. 국민의 신뢰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는 역사에 오래 남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법적 판단 결과 유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피하지 말아야 된다. 설사 그 결과가 대통령직 상실과 수감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법 앞에서 자신도 예외가 아닌 것을 보여준 대통령으로서 기억될 수 있다. 권력으로 법을 누르려 하지 않고, 법의 판단을 받아들인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된다. 그것 역시 역사에 오래 남는 길이다.
이 문제는 복잡하지 않다. 장영하 사건 판결만 존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판도 존중해야 된다는 것이다. 정말 떳떳하다면 법정에 서라. 그리고 끝까지 판단을 받아라. 그것이 이재명 대통령 자신을 살리는 길이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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