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now, we must say good-bye. 영화 시월애를 기억하는 사람은 김현철의 ‘ 머스트 세이 굿 바이 ’ 와 일 마레 , 빨간 우체통을 잊지 못한다 . 매일이 월요병인 이들에게 내려진 특효약 , 주말 드라이브 코스는 시월애의 촬영지 석모도다 . 월미도 유원지에 풋사랑의 설렘이 있다면 , 석양 내리는 석모도는 20 대 이별과 만남이 서려있다 .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섬 , 석모도로 떠나보자 .
강화 , 추억을 되짚어 가는 길
목동에서 석모도까지 여정은 2 시간이 소요된다 . 목동역에서 신정역 방향 , 과학수사 연구소 앞에서 우회전 후 , 행주대교 김포공항 방면 지하차도로 직진한다 . 48 번 국도를 따라 이정표를 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
번잡한 시내를 벗어난 국도는 막힌 가슴을 풀어줄 만큼 시원하게 뚫려있다 .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데 , 도시에서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속도를 높였다 . 푸른 들녘과 햇살에 시간은 멎은 듯했고 , 기분 좋은 차체의 떨림과 음악은 순간을 온전히 혼자이게 한다 . 남자들이 유난히 차와 오디오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유로운 나홀로 드라이브가 가능해서다 .
첫 목적지는 강화도의 고인돌 유적지로 , 우리나라는 손꼽히는 고인돌 유적지다 . 전 세계에 분포된 7 만 여개의 고인돌 중 3 만 5 천 여개가 국내에 분포해 있다 . 이곳은 2000 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 꽤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한산한 분위기에서 바람 쐬기도 좋다 .
유적지에 차를 세우고 관리실에 들러 안내를 부탁해도 선선히 들어주니 ,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체험교육으로 인기가 높다 . 여름이라 덥긴 했지만 바닷바람은 땀을 식히기에도 좋으며 ,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 국내 고인돌은 북방식 고인돌로 두 개의 굄 돌 위에 덮개돌이 올라가 있는데 , 덮개돌 무게만 50 톤에 달한다 .
안내원은 선사시대 이곳에 많은 인구가 살았던 것으로 추청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 공원 주변에는 다른 나라의 고인돌도 모형으로 제작해 전시하고 있으며 , 부근의 고려산은 진달래꽃으로 유명해 봄에 와도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 . 홀로 즐기는 드라이브의 장점은 정해진 코스가 없어도 발길 닿는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잇다는 점이다 . 매주 의무감으로 애인 , 가족과의 드라이브를 하는 당신이라면 , 이번 여행으로 충분히 여유를 즐길 수 있다 . 또 , 여행레저의 친절한 여행 조언자가 도와주니 , 어찌 아니 좋을까 ?
공원을 산책한 후 갈 곳은 외포리의 연안 여객터미널이다 . 석모도는 아직 다리가 준설되지 않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 유적지에서 우회전한 후 하점우체국에서 좌회전해서 직진한다 . 첫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후 30 여분을 달리면 터미널에 도착한다 . 가장 좋은 점은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 카페리를 이용하면 차는 1 만 4 천원 , 대인은 2 천원의 승선료를 내야한다 . 배를 타기 전 , 갈매기 먹이로 새우깡 한 봉지를 사는 센스를 잊지 말자 . 새가 두렵고 비둘기가 싫다면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각오 해야지만 , 비둘기와는 다르니 겁내지 말고 새우 X 을 들이밀어 (?) 보자 . 신나게 갈매기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석모도는 눈앞에 다가온다 . 배 멀미가 있어 고민인가 ? 승선 시간은 10 분가량이기 때문에 멀미가 있는 사람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석모도다 .
태양이 잠드는 곳 , 석모도
석모도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은 보문사다 . 석포리 선착장에서 좌회전한 후 석포 민박집에서 좌측으로 직진한다 . 20 분을 달리면 보문사 이정표를 볼 수 있다 .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와 금산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 대 해상 관음 기도도량이다 . 신라 선덕여왕 4 년에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다가 이곳에 와서 절을 창건했다 .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산의 이름을 따서 산의 이름을 낙가산이라고 했고 ,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광대무변함을 상징하여 절의 이름을 보문사라고 했다 .
파리에 가면 개선문을 보고 그 유래를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듯 , 절에는 신비한 창건설화가 하나씩 있다 . 신라 선덕여왕 4 년 , 한 어부가 바다에 그물을 던졌는데 , 사람 모양의 돌덩이 22 개가 한꺼번에 그물에 걸렸다 . 고기를 잡지 못해 실망한 어부는 돌덩이를 바다에 버린다 . 다시 그물을 쳤는데 또 다시 바로 그 돌덩이들이 걸리게 되자 , 어부는 또 다시 그 돌덩이를 바다에 버렸고 , 돌이 두 번이나 그물에 걸리게 되자 집으로 돌아간다 .
그날 밤 어부의 꿈에 한 노승이 나타나서 , 낮에 그물에 걸렸던 돌덩이는 천축국에서 보내온 귀중한 불상인데 , 바다에 두 번이나 버렸다고 질책하고 , 내일 다시 그곳에서 불상을 건져서 명산에 봉안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 다음 날 , 23 개의 불상을 건진 어부는 꿈속에서 노승이 당부한 대로 낙가산으로 불상을 옮겼는데 , 현재의 보문사석굴 앞에 이르렀을 때 , 갑자기 불상이 무거워져서 더 이상 옮길 수 없었다 . 이 석굴이 불상을 안치할 신령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하고 , 굴 안에 단을 만들어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
최근 , 이 석실나한상의 석질을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찾아 볼 없는 재질로 인도에서 나오는 것으로 밝혀져 신비함을 더한다 . 법당 근처에는 500 나한상이 있다 . 표정과 인물이 제각각인데 , 세상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듯해서 방문객을 숙연하게 만든다 . 나한상을 보고 난 후에는 명물 눈썹바위 아래 마애관음좌상을 봐줘야 한다 . 끝이 없어 보이는 계단에 벌써 폐가 뻐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 관절과 근육이 아우성치며 불가의 도량에서 마음속으로 ‘ 오 , 주여 ’ 를 외칠 즈음 계단은 끝난다 .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지며 , 눈썹바위 아래 높이 9 미터 , 너비 3 미터에 이르는 거불 ( 巨佛 ) 이 있다 . 소원이 이뤄진다 하여 많은 불자들이 찾아와 정성을 드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종교는 다르지만 인간을 위하는 신의 마음은 매한가지다 . 망망대해를 내려보는 불상의 표정은 인자하며 엄숙하기만 하다 . 오를 때와는 다르게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 부처님에게 근심을 모두 시주해서가 아닐까 . 종각에서는 오전 3 시와 오후 6 시에 타종을 하는데 , 저녁 무렵 너럭바위에서 듣는 종소리는 온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 여름의 아쉬운 점은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 석양을 바라보며 종소리를 듣기는 어려움이 있다 .
둘러보고 싶은 곳이 많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 주차장에 내려와서 하리 저수지로 향한다 . 하리 저수지는 영화 < 시월애 > 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 촬영 직후 이정재가 살았던 곳인 일 마레 (Il Mare) 와 빨간 우체통은 태풍으로 소실됐다고 한다 . 일 마레는 바다라는 뜻인데 , 그 이름답게 바다와 인접해있고 , 경치가 아름답다 .
편지라는 정감 있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던 이정재와 전지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 좋은 소식은 , 영화에 매료되어 이곳을 찾은 팬들을 위해 강화군에서는 세트장을 복원할 계획을 하고 있다 . 낚시터에서는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 사람의 발길이 뜸해서 여유롭게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
영화 < 취화선 > 도 석모도를 배경으로 촬영됐는데 , 장승업이 은신 중인 김병운과 만나는 갯벌이 이곳이다 .
해가 질 시간이 가까이 되어 , 서해 3 대 일몰 조망지인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잡는다 . 해수욕장은 보문사 방향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가야한다 . 온 길을 되짚어가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 시간이 지날수록 붉어오는 하늘의 색감이 하나의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 했을 때는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연인들과 출사 온 사진작가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 붉게 타오르는 태양 앞에 사람은 작디작은 존재가 된다 . 누가 그랬던가 , 자연 앞에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 마침 가지고 온 정호승 시인의 시집이 생각나 몇 소절을 마음속에 새겨 본다 .
‘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여행팁
짧은 여행이 아쉽다면 석모도에서의 하루밤도 추천한다 . 추천펜션은 석모도 스케치 펜션 . 아득한 객실과 내 ‧ 외부 바비큐 시설이 있다 . 해산물을 구입해 구워 먹어도 좋다 .
문의 : 010-8861-7280
어류정항
어류정항에는 배의 이름을 딴 횟집이 유명하다 . 직접 잡은 해산물로 요리하기 때문에 산뜻한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 8 월 중순까지는 회를 먹기 어려운 시기이니 이후에 방문해야 한다 . 바다를 바라보며 홀로 기울이는 소주는 청승이 아니라 운치를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