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군단 , 히딩크 , 풍차의 나라 , 튤립 . 이미 알고 있는 네덜란드의 이미지는 싹 잊게 해 줄 네덜란드의 히트호른은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어 더욱 놀랍다 . 동화책 그림에서나 볼 법한 , 이엉으로 엮은 집은 앙증맞기 그지없다 . 도로도 없이 집 앞을 떠다니는 나룻배가 세상과 단절된 평화로움을 맛보게 하는 이곳은 , 환상적인 물의 마을 네덜란드 히트호른이다 .
‘ 더치페이 ’ 의 본 고장 네덜란드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가는 비행시간은 장장 12 시간이다 . 긴 비행시간이 지루하긴 하지만 ,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 도착한 순간 지루했던 고행의 시간이 싹 잊혀졌다 . 드디어 네덜란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 스키폴 공항은 유럽 내에서도 꽤 규모가 큰 공항에 속한다 .
아니다 다를까 공항의 넓은 라운지와 음식점 , 카페 , 면세점이 눈앞에 쫙 펼쳐졌다 . 특히 공항과 기차역이 바로 연결돼 있어서 네덜란드의 주요도시들과 쉽게 연결된다는 점이 여행자로써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
네덜란드는 ‘ 낮은 나라 ’ 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 국토의 25% 가 바다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 ‘ 더치페이 ’ 라고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 이는 네덜란드를 뜻하는 ‘Dutch’ 에서 유래됐다 . 자원이 부족하고 지리적으로도 약점이 있는 네덜란드인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득한 근면성과 실리성에서 나온 말이다 .
더치페이의 본 고장이라고 해서 네덜란드 사람들이 마냥 고지식하고 딱딱하지만은 않다 . 세계적으로 소문이 자자하듯이 네덜란드에서는 불법이긴 하지만 마약이 어느 정도 묵인된다 . 실제로 암스테르담의 찻집에서 마리화나 해시시 같은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흠칫 놀랐던 경험이 있다 .
그러나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고 한다 . 거리를 지나다 보면 거리에서 마약 판매꾼이 접근하는 일들이 허다한데 , 특히 동양 관광객을 노린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
차는 못 들어 옵니다 !
네덜란드를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노선이 정해져 있는 기차나 버스에 비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렌터카가 좋다는 정보에 공항 주변에서 냉큼 차를 하나 렌트했다 . 만약 여러 명이 함께 여행을 가게 된다면 렌트를 하는 것이 오히려 교통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네덜란드는 렌트가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손쉽게 차를 빌리고 반차 할 수 있다 .
렌터카로 네덜란드의 북쪽 , 오버레이설주에 위치한 히트호른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그 크기가 작은 나라기 때문에 렌트한 차로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 암스테르담에서 히트호른으로 바로 가도 되지만 쯔볼르 (zwolle) 라는 도시를 들르기로 했다 . 쯔볼르는 즈와르테 강변에 있는 도시로 주변지방의 주요 가축시장을 이룬다 . 과거 중요한 요새였던 것을 대변하듯 요새의 일부였던 아치형의 통로가 유명하다 . 15 세기에 지어진 미카엘 교회는 고딕양식이 너무나 아름답다 .
히트호른에는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없다 . 그렇기 때문에 랜트한 차는 쯔볼르 시내에 있는 주차장에 세워 두고 히트호른으로 가는 70 번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 쯔볼르에서 환상적인 물의 마을 히트호른까지는 차로 30 분가량 걸린다 .
네덜란드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물의 마을 히트호른에 가는 버스에 몸은 실은 내내 두근두근 마음이 설렌다 . 날이 점점 흐려져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설령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설레는 마음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
히트호른에 도착하자마자 물위에 떠있는 고요한 나룻배들이 보였다 . 그리고 ‘ 헨젤과 그레텔 ’ 에 나왔던 과자집 같은 느낌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풍성한 녹음과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 지붕을 이엉으로 이은 작고 예쁜 집들에게서 눈을 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
모든 집 앞에는 작은 운하가 흐르고 있어 마치 마을의 집들이 물에 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집집마다 연결된 운하는 이 마을의 교통수단인 나룻배를 차고에서 볼 수 있 진풍경을 연출했다 . 이 진귀한 모습을 보고 미소 짓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
어떤 집에도 차고에 차는 없다 . 왜냐하면 히트호른의 마을 입구부터는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 이동수단은 오로지 나룻배와 자전거뿐이다 . 이 때문에 쯔볼르 시내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온 것이다 .
이 마을은 현대 문명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버렸다 . 그 한가지만으로 히트호른은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마을로 바뀌었다 . 원래 운하는 19C 에 토탄수송을 위한 방편으로 만들게 됐는데 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의 이동로로 대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 여름에는 수로가 흘러 배를 이용하지만 겨울에는 수로가 얼기 때문에 스케이트를 타거나 그 위를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기도 한다고 .
그 집에 정말 사람이 사나요 ?
걸어 다니면서 마을을 구경해도 되지만 배를 타고 마을을 스치는 경험은 히트호른에서 꼭 해봐야 할 ‘ 베스트 3’ 항목에 들어간다 . 1 인당 6 유로를 내면 유람선에 탑승할 수 있다 . 2 인승 보트도 있으며 , 네덜란드의 베니스답게 곤돌라도 보였다 .
유람선 안에서 준비해온 먹을거리를 부스럭거리면서 먹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낯선 곳에서 오는 긴장감을 해소시켰다 . 유람선이 출발하고 , 처음에는 걷는 것 보다 느린 유람선의 속도에 조금 답답함을 느꼈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니 그런 기분은 말끔히 사라졌다 .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이야기할 때 ‘ 한 폭의 수채화 같다 ’ 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 이곳에서 그 표현이 왜 관용적 표현이 됐는지 이해하게 됐다 . 정말 믿을 수 없는 곳에 나무가 있고 물이 있고 구름이 있고 집이 있다 .
앙증맞은 집들은 주인의 취향대로 각자 개성 있게 꾸며져 있다 . 집 앞의 나무와 꽃도 똑같은 것이 없다 . 특히 집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둔 벤치들은 아련한 감상에 빠지게 만들었다 . 그곳에 살면서 그 작은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
어떤 집 앞에는 옛날 만화에서나 봤던 철제 우유통도 보였다 . 깨끗이 씻은 다음 말려 놓은 듯 뚜껑까지 빼서 가지런하게 세워둔 모습이 정겹다 . 잔잔한 운하에 사진처럼 비치는 마을의 모습을 유람선이 지나가며 흐리는 것 마저 감동적인 순간으로 다가온다 . 배로 아기자기한 운하들을 헤쳐 나가다 보면 바다 같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다시 한 번 ‘ 아 !’ 하는 탄성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 이 호수 위에는 아주 멋진 집이 있는데 관광객을 위한 펜션이다 . 동화 속 마을에서 호수 위의 하룻밤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
유람선 관광은 대략 1 시간 정도면 끝이 난다 . 그렇다면 이제는 마을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야 될 차례다 . 유람선을 탈 때의 감동도 감동이지만 , 걸어 다닐 때 오는 감동은 또 다른 맛이 있다 . 우선은 이곳을 평생 간직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것에서 그 기쁨이 있다 . 아무데서나 찍어도 작품이 된다 .
마을의 골목길 수로에는 집으로 들어가는 아치형 다리가 곳곳에 있는데 , 그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자그마한 굴뚝이 있는 집으로 연결된다 . 너무 동화 같아서 실제로 그 집안에 사람들이 사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 걸어 다니다가 우연찮게 들어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발견한 키즈콘은 이 마을과 너무나 어울린다 .
아이들을 위한 사이즈와 모양으로 나온 키즈콘은 어른들도 탐낼 만큼 귀여운 모습이다 . 베어 먹기가 어찌나 아까운지 ! 걸어 다니다 보면 유람선을 타면서는 보지 못했던 위한 작은 카페와 민박집도 발견 할 수 있다 . 마을의 전체 길이는 7Km 정도 되지만 , 꿈결 같은 여행 탓인지 걷는 내내 다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 .
만약 이 아름다운 곳에서 머물 계획이라면 민박집이나 펜션도 좋지만 호수 주변에 있는 캠핑장을 이용해도 된다 . 이곳에는 캠핑카들도 많이 들어와 있어 원하는 곳에서 머물 수 있다 . 이 완벽한 네덜란드의 히트호른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와 현실을 살아가더라도 꽤 오랫동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열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