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명산, 관악산 능선으로 이어진 ‘삼성산 트레킹’
청명한 하늘과 코끝 찡한 풀 냄새 그리고 태초의 대지 그대로인 흙길을 걷노라면 , 어느 새인가 새로이 태어난 갓난쟁이가 된 듯하다 . 신선함이 아닌 새로움 , 어른이 된 오늘이 아닌 어릴 적 개구쟁이의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 맨 다리 살을 잡아채듯 휘감는 풀밭을 지나 그 순수함으로 향하는 블랙홀 속으로 잰 걸음을 옮긴다 .
자연 속 신성한 세 가지 , ‘ 삼성산 둘레 트레킹 ’
서울시 관악구와 경기도 안양시를 걸쳐 위치한 삼성산 ( 해발 481m) 은 초입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흘러내리는 삼막천의 맑은 계곡으로도 유명하다 . 뿐만 아니라 관악산으로 이어진 능선과 함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듯 펼쳐진 전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탄성으로 대신한다 .
삼성산 둘레 트레킹 코스는 관악역을 출발해 삼성산 능선에 위치한 삼막사 ( 해발 346m, 성불암 ) 를 거쳐 염불암과 안양유원지로 향하는 트레킹 길로 약 3~4 시간이 소요된다 . 관악역에 도착하니 삼삼오오 배낭을 메고 가족들과 함께 옹기종기 서있는 모습이 므흣하다 .
길을 걷는 한 아버지는 아이에게 삼성산과 삼막사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해 주며 부자의 정의 키워가고 있다 . 삼성 ( 三聖 ) 산은 신라 문무왕 (677 년 ) 당시 원효 , 의상 , 윤필 세 고승이 관악산에 들어와 막 ( 幕 ) 을 치고 수도하였다고 해서 삼성 또는 삼막 ( 三幕 ) 산이라 불리게 되고 , 그 수도 터에 절을 지었다고 해서 삼막사라 불리게 되었다 .
삼성산 초입에 다다르기 전인데 벌써부터 삼막천 계곡물을 따라 지지배배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걷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 20 여분이 지났을까 삼성산 초입 입구가 보이고 본격적인 블랙홀 속으로의 여행에 설레기까지 하다 . 삼성산 삼막사까지 이어지는 코스에는 두 갈레 길이 있다 . 하나는 도로가 잘 정비되어 어린아이들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이 있는가 하면 , 다른 하나는 삼성산 골을 따라 흐르는 삼막천의 물과 바위 , 숲과 흙을 밟고 오를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숲길이 있다 . 그 중 자연 그대로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숲길로 발길을 옮긴다 .
삼막천을 따라 오르는 길 , 흙과 함께 삼성산의 명물 돌과 바위가 한데 어울려 작은 숲길을 이루고 있다 . 훤히 트인 신작로가 아닌 작은 오솔길 마냥 … 삼성산의 신성함을 지키고자 했을까 , 산은 아주 작은 오솔길만을 허락해 내어 놓았다 . 산을 오르며 내어딛는 걸음마다 발밑을 지키고 있는 건 생명의 숨소리다 . 소나무 사이사이 숨바꼭질하듯 오르는 돌 틈사이로 개미떼가 줄지어 움직이고 , 이름 모를 버섯들이 생명의 숨을 내어 쉬고 있다 .
숲길을 따라 동무라도 되는 냥 같이 오르는 삼막천 계곡은 삼성산의 신성함과 태초의 자연이 이러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 손끝을 에는 시원함과 티 없이 맑은 물살 , 바위를 타고 작은 폭포수를 이룬 계곡 물소리는 온 마음의 고단함과 시름을 씻어 내린다 . 발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살의 간지럼이 아기 볼만큼이나 보드랍고 포근하다 .
힘들 법도 한 등산길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건 등정의 희열 때문만은 아니다 . 오르는 길 벗인 양 나를 품어주고 다독여 주는 자연의 숨길이 있어 그 희열이 배가 되는 것이다 . 삼막사로 향하는 숲길에는 삼성 ( 三聖 / 원효 , 의상 , 윤필 ) 이 느꼈을 그 신성함과 아름다움이 오늘도 등산객들을 품어 다독이고 있다 .
능선을 따라 이어진 명찰들 ‘ 삼막사 ’ 와 ‘ 염불암 ’
삼성산 ( 해발 481m) 정상 바로 아래 삼막사 ( 해발 346m) 가 자리하고 있다 . 삼성산 둘레 트레킹에서 빠질 수 없는 삼막사는 신라 (677 년 ) 원효가 창건해 1398 년 태조에 의해 중건되기까지 명찰로 수많은 고승들의 수도처였다 . 또한 서울 주변의 4 대 명찰 중 한 곳이다 .
삼성산 트레킹 길에 오른 이들에게 삼막사는 유서 깊은 명찰이면서 더할 나위 없는 쉼터가 되고 있다 . 삼성산 길 막바지에 오른 등산객들은 해녀들의 ‘ 숨비소리 ’ 못지않은 긴 숨을 몰아 내쉬며 삼막사 앞마당에 배낭을 풀어헤친다 .
우선 눈앞에 펼쳐진 전경에 사로잡혀 산을 오른 힘겨움도 잊게 된다 .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고찰이지만 명불허전 ( 名不虛傳 ) 이라 했던가 , 관악산의 지세 위에 세워진 그 형세가 가히 수십 명의 등산객들을 한 눈에 압도시킨다 .
목마른 갈증에 달디단 물 한 모금 넘기고 삼막사 절터에 오르니 제일 먼저 ‘ 천불전 ’ 이 보인다 . 누구든지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의 근본사상을 상징하는 전각이다 . 그래서인지 불자 여럿이 연신 절을 하며 무언가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 높은 산정에까지 올라와 무얼 저토록 간절히 기도하는 것인가 , 자연스레 발길이 잠시 멈춰진다 .
그렇게 삼막사에서의 첫 숨고르기를 하고 삼성산 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염불암 ( 해발 262m) 으로 향한다 . 쉬엄쉬엄 20 여분이 지날 즈음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절집 처마가 보인다 . 염불암은 고려 태조 19 년 (936) 농정이 창건하여 안흥사라 불린 것이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 염불암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웅전 뒤 높은 암벽에 세워진 마애 미륵불이 눈에 띈다 . 높이 8m 의 석불은 주변의 기암절벽과 어울려 절경의 한 폭을 이룬다 . 풍만하고 평안한 미소를 지닌 미륵불이 참으로 널리 중생을 구제해 줄 것 같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있다 .
염불암에서 안양 유원지로 향하는 길은 아스팔트길로 삼성산을 하산하는 길엔 편안한 도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 삼막사로 오르던 숲길과는 다르지만 동행인들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트레킹을 편안한 마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
▲ 가는 길
대중교통 : 관악역 (1 호선 ) 에서 하차 후 뚜레쥬르 관악점을 지나 대로변으로 이동한다 . 대로변에서 좌측 . 행복한 교회 앞에서 횡단보도를 이용 미니스톱 구룡점으로 이동해 삼막로를 따라 삼막사 입구까지 횡단보도 한다 . 거리는 대략 1.05 ㎞ 정도이다 .
자동차를 이용 시엔 삼막사 입구 공영주차장까지 자동차로 이동 가능하다 .
▲ 맛집
고향보리밥 : 비빔열무김치와 강된장으로 잘 비벼진 보리비빔밥을 각종 야채 쌈에 싸먹는 맛 이 별미다 . ( 가격 7,000 원 / 031-472-0348)
쌈도둑 : 각종 신선한 쌈채소에 깔끔한 한 상차림 . 쌈채소는 무한리필하고 있다 . ( 가격 7,000 원 ~ / 031-471-7676)
풍만 : 한정식 전문점으로 돌솥한정식과 게장이 유명 . ( 가격 10,000~ / 031-472-7767)
이 글과 사진은 한국관광공사의 청사초롱 9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글 사진: 이정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