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원 = 허용선 편집위원 ) 라포니안 ( 라플란드 ) 지역은 스웨덴의 노르보텐주에 있는 자연보호지역이다 . 지리학적 , 생물학적 , 생태학적 진행과정을 잘 보여주며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 갈색곰 , 알파인 식물 종들이 서식하는 중요한 생물다양성 지역이다 . 또한 선사시대 이래로 사미족이 살면서 고대 인류사회 사회 · 경제적 발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 유네스코에서는 이곳을 세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지역으로 동시에 아우르는 세계복합유산 지역으로 선정했다 .
바다와 호수 그리고 푸른 숲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도시인 스톡홀름은 스웨덴의 수도이다 . 한국에서 곧장 가는 비행기가 없어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도착하니 늦은 밤이었는데도 백야 현상으로 대낮처럼 밝았다 . 스톡홀름은 현대미와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활기찬 도시였다 .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근위병들의 임무 교대식이 벌어지는 왕궁 앞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옛 거리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감라스탄섬에선 마치 중세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 스톡홀름에서 며칠 보낸 후 국내선 비행기로 북쪽 라포니안 지역으로 향했다 .
라포니안 (The laponian Area) 지역은 라플란드 (Lapland) 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겨울이면 몹시 추운 북극권에 속한다 . 여름에는 백야현상 , 겨울에는 오로라 (Northern Lights) 가 나타난다 . 스웨덴 총면적의 약 1/4 를 차지하는 광활한 곳이나 거주 인구는 매우 적다 .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산들인 케브네카이세 산 , 사레크초코 산 , 완만한 기복이 있는 언덕 , 평원 , 가문비나무 · 소나무 · 자작나무 숲 , 구부러진 긴 호수 , 물결이 센 강 , 폭포 , 빙하가 있는 풍경 등이 특징적이다 . 기후는 작물재배기간이 짧은 전형적 북극기후이다 .
오늘날 라포니안 지역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다양한 지형과 희귀 동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 멸종이 우려되는 동식물에게 라포니안 지역은 편안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 라포니안 지역은 아득한 옛날 빙하 시대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지형이며 , 인간의 손길이 묻지 않은 태고의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
또한 웅장한 대자연이 살아 숨쉬고 ,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 유럽 대륙의 최북단인 북위 66° 33‘ 이북의 북극권에 위치하는 라포니안 지역에는 사메인들이 살고 있다 . 그들은 주변에 사는 이민족으로부터 라프인으로 불려왔다 . 라플란드 ( 라포니안 ) 란 ’ 라프인의 땅 ‘ 을 의미한다 .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와 그 동쪽에 이어지는 러시아의 콜라 반도를 포함하는 라포니안 지역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9 월 중순부터 눈이 녹는 이듬해 5 월 중순까지 사방이 온통 은백색으로 뒤덮이는 극한의 땅이다 .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메인
라포니안 전역에 거주하는 사메인들은 7 만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 노르웨이 4 만여 명 , 스웨덴 2 만여 명 , 핀란드 8000 여 명 , 러시아 2000 여 명이다 . 지난 수천 년 동안 순록 무리를 이끌고 숲과 호수를 찾아다니면서도 사메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 지금도 고유한 언어와 노래 ,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 이곳에는 사메인 ( 라프족 ) 은 선사시대 이래로 이곳에 거주하면서 이동방목을 하고 있어 고대 인류사회 사회 발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
사메인 200에서 250 명이 3 만여 마리의 순록과 함께 생활하며 귀중한 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 사메인은 계절마다 순록의 먹이가 되는 풀을 찾아서 이동한다 . 그러나 작은 텐트나 임시 건물에 묵으며 걷는 라포니안 지역의 유목 생활에도 기계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 썰매를 대신해 스노모빌이 등장했고 , 현재는 정착하는 사메인이 늘어나 가족 전체가 이동하는 일은 흔치 않게 되었다 .
사메인에게 매우 요긴한 동물인 순록
순록 (Reindeer) 은 사미족의 재산 목록 1 호다 . 5000 여 년 전 암각화에 울타리 안으로 순록을 몰아넣는 모습이 보일 만큼 사메인과 순록은 오랜 세월 동안 공존해왔다 . 물론 , 라포니안 지역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수공예품 제작과 서비스업 종사가 주요 수입원으로 떠올랐다 . 하지만 순록은 여전히 사메인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다 .
라포니안에는 25 만 마리 이상의 순록이 뛰어다닌다 . 순록으로부터 주요 식량인 고기를 얻고 , 가죽으로는 모자 . 장갑 . 방한복을 만들어 입는다 . 또한 순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여 유용한 생활용품을 구입한다 . 야생 순록을 제외하고는 순록마다 주인이 있다 . 해마다 5 월에는 어린 순록이 태어나고 6 월과 7 월에 순록 귀마다 누구 소유인지를 알려주는 표시를 한다 . 10 월 쯤 한 장소로 순록이 모이는데 이때 새로 태어난 새끼는 함께 있는 어미를 보고 소유자를 결정한다 . 순록 중에 나이가 들거나 병이 난 순록은 올가미를 이용하여 무리에서 제거한다 . 이 때 죽음을 직감한 순록은 발버둥치지만 사메인들은 능숙한 솜씨로 순록의 앞다리를 꺾어 뿔 사이로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
라포니안 지역의 흥미로운 지역과 희귀 동식물
라포니안지역은 면적 9,400 ㎢ 로서 파제란타 · 사례크 · 스토라쇼팔레트 · 무두스 등 4 개 국립공원과 샤운나 · 스톱바 등의 2 개 자연보호구 , 술리텔마빙하지역 , 튜올타계곡 , 라파다렌 삼각주로 이루어져 있다 . 사례크 국립공원에는 미나리아재비속의 식물과 멧두릅속 등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 또한 뇌조 , 흰올빼미 , 긴꼬리올빼미 등이 살고 있다 .
아름다운 큰 호수가 흩어져 있는 파제란타 국립공원에는 진귀한 동물들이 많다 . 라파다렌 삼각주와 샤운나 국립 자연 보호구의 습지대는 물새의 서식지로서 , 람사르 조약 ( 국제 습지 조약 ) 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 이곳에서 꼬마도요나 기러기의 무리인 큰기러기 등 아주 진귀한 새를 관찰할 수 있다 .
조류의 왕으로 알려진 검독수리 등의 맹금류는 지상의 먹이를 겨냥해 단숨에 급강하한다 . 그 속도는 시속 250 ㎞ 에 달한다고 하는데 무스나 수달 , 또는 족제비과의 아메리카오소리 등의 대형 동물이 그 먹이가 된다 . 또한 육식동물인 아메리카오소리는 순록을 먹이로 하여 새끼 순록의 사망 원인 중 12% 를 아메리카오소리 때문이다 .
사람이 매우 적게 살아가는 라포니안 지역이지만 동식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우선하는 자연 보호활동은 잘 지켜지고 있다 . 함부로 야생 동물을 총으로 사냥하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 하지만 이곳에 조상 대대로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사는 사메인들의 사냥에 대해선 어느 정도 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
글 . 사진 허용선 편집위원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