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시니어 의료건강 고혈압학회 소금 권고량 5g으로 낮춰…국물·가공식품부터 줄여야

고혈압학회 소금 권고량 5g으로 낮춰…국물·가공식품부터 줄여야

2026 진료지침서 기존 6g보다 강화…WHO 기준 맞춘 저염 식습관, 고혈압 1300만 시대 핵심 관리법으로 부상

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대한고혈압학회가 하루 소금 섭취 권고량을 5g으로 낮추면서 한국인의 짠 식습관이 다시 건강 관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기존 권고량 6g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다. 학회가 2026년 제6판 고혈압 진료지침을 공개한 가운데, 소금 섭취 기준을 세계보건기구 권고와 맞추려는 흐름이 반영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를 2000mg 미만, 소금으로는 5g 미만으로 권고한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숫자 변경이 아니다. 국내 고혈압 환자가 130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식습관 관리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만성콩팥병 위험을 높인다. 혈압을 낮추는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식사와 체중, 운동, 음주, 흡연 같은 생활 요인이 함께 관리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혈관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

소금 5g은 나트륨으로 환산하면 2000mg이다. 세계보건기구도 소금 1g은 나트륨 400mg, 소금 5g은 나트륨 2000mg에 해당한다고 안내한다. 문제는 5g이라는 양이 생각보다 적다는 점이다. 일반 티스푼으로는 한 숟가락 남짓한 수준이다. 하루 세 끼를 먹는 한국식 식단에서는 직접 뿌리는 소금보다 국물, 양념, 가공식품, 장류, 김치, 젓갈, 면류에 숨어 있는 나트륨이 더 큰 문제가 된다.

국물과 반찬 섭취를 조절하는 저염 식사 습관
소금 섭취를 줄이려면 맛을 포기하기보다 국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신선식품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미지=미디어원 AI 이미지

한국 식탁의 나트륨은 소금통보다 국물에 숨어 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금이다. 식탁 위 소금통을 치워도 라면 수프, 찌개 국물, 간장 양념,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햄, 소시지, 즉석식품, 냉동식품을 통해 나트륨을 계속 먹게 된다. 세계보건기구도 많은 나라에서 식이 나트륨의 상당 부분이 가공식품에서 온다고 설명한다.

한국인은 특히 국과 찌개, 면류를 자주 먹는다. 국물은 짠맛이 희석돼 느껴지지만 실제 나트륨은 많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짬뽕, 칼국수, 라면처럼 국물과 양념이 많은 음식은 한 끼만으로도 하루 소금 권고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나는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다”고 느껴도 국물까지 다 먹는 습관이 있으면 실제 나트륨 섭취량은 높을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국물 남기기다. 국이나 찌개를 먹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건더기 중심으로 먹고 국물 섭취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나트륨 섭취를 낮출 수 있다. 라면은 수프를 덜 넣고, 국물을 남기고, 김치나 젓갈 같은 염장 반찬을 함께 먹는 양을 줄이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혈압은 왜 소금에 반응하나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체내 수분량이 늘고 혈관 안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혈액량이 많아지고 혈관 벽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면 혈압이 올라간다. 사람마다 반응 정도는 다르지만, 고혈압 환자와 고령자, 만성콩팥병 환자, 당뇨병 환자는 나트륨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

식품 포장지의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소비자
나트륨은 직접 뿌리는 소금보다 라면, 소스, 냉동식품, 가공육 등 가공식품을 통해 많이 섭취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미디어원 AI 이미지

세계보건기구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혈압 상승과 관련되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또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은 비감염성 질환 부담을 줄이는 비용 효과적인 공중보건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저염 식사는 ‘무조건 싱겁게 참고 먹는 식사’가 아니다. 갑자기 모든 음식을 밍밍하게 만들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입맛을 단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국물은 남기고, 간장은 찍어 먹고, 젓갈과 장아찌는 횟수를 줄이고, 음식의 맛은 마늘, 파, 양파, 후추, 식초, 레몬, 들기름, 참기름, 허브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더 오래간다.

소금 5g 시대, 라벨 읽기가 혈압 관리가 된다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영양성분표의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나트륨 함량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라면, 즉석국, 냉동만두, 소스, 샐러드드레싱, 햄, 소시지, 치즈, 빵, 과자류는 생각보다 많은 나트륨을 포함할 수 있다.

식품 포장지에는 보통 1회 제공량 기준 나트륨 함량이 표시된다. 문제는 실제로는 1회 제공량보다 더 많이 먹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스류는 한 번에 여러 숟가락을 쓰고, 면류는 국물까지 마시며, 간편식은 한 포장을 모두 먹는 일이 흔하다. 나트륨 수치는 반드시 실제 먹는 양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외식도 주의해야 한다. 식당 음식은 맛의 균일성을 맞추기 위해 소금, 간장, 장류, 조미료 사용량이 많을 수 있다. 국물 음식을 먹을 때는 “덜 짜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소스는 따로 받아 찍어 먹고, 면류 국물은 남기는 것이 좋다. 작은 선택이지만 매일 반복되면 혈압 관리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든다.

채소와 과일은 보완재, 신장질환자는 주의 필요

나트륨을 줄일 때 함께 언급되는 영양소가 칼륨이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하며, 채소와 과일, 콩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식사는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칼륨을 늘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만성콩팥병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 특정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칼륨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저나트륨 소금 대체제를 선택할 경우 칼륨이 포함된 제품을 언급하지만, 개인의 질환 상태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질환자나 고칼륨혈증 위험이 있는 사람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인은 신선식품 중심으로 식단을 조정하되,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검사 수치와 처방약을 기준으로 식이 조절을 해야 한다. 저염식은 혈압 관리의 중요한 축이지만, 개인별 질환과 약물 상태를 무시한 일괄 처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루 식탁에서 바로 줄일 수 있는 방법

첫째, 국과 찌개는 작은 그릇에 담고 국물은 남긴다. 둘째, 라면 수프는 절반 정도만 넣거나 국물을 마시지 않는다. 셋째, 김치와 젓갈, 장아찌는 매 끼니가 아니라 양과 횟수를 줄인다. 넷째, 소스와 드레싱은 붓지 말고 찍어 먹는다. 다섯째, 가공식품을 살 때 나트륨 함량을 비교한다. 여섯째, 외식 후 다음 끼니는 신선한 채소와 단백질 중심으로 가볍게 먹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하루 이틀 싱겁게 먹고 포기하는 방식보다, 매일 10~20%씩 나트륨을 줄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입맛은 적응한다. 처음에는 싱겁게 느껴지던 음식도 몇 주가 지나면 익숙해지고, 오히려 예전 음식이 짜게 느껴질 수 있다.

고혈압 관리는 병원 진료실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혈압계 앞에서도, 약 봉투 앞에서도, 그리고 매일 식탁 앞에서도 이뤄진다. 대한고혈압학회의 소금 5g 권고는 한국인의 식탁을 다시 보라는 신호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치료의 일부이고, 아직 고혈압이 없는 사람에게는 예방의 시작이다. 오늘 한 끼에서 국물을 조금 남기는 일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실천 가능한 첫걸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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