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원·달러 환율이 연말 일시적 안정 이후 재차 상승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와 국민연금의 환헤지성 물량이 원화 약세 속도를 한때 늦췄으나, 외국인 자금 이탈과 달러 강세, 엔화 약세 등 대외 변수가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이 재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선을 돌파했다. 연말 1420원대까지 하락했던 환율이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40원 이상 되돌림을 보이면서, 단기 ‘방어 효과’가 추세 전환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 ‘1429.8원’ 급락…구두개입·국민연금 환헤지 가동이 하락 촉매
연말 환율 하락은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추세 하락이라기보다, 정책 신호와 공공부문 수급 조절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2025년 12월 29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29.8원까지 내려가며 단기간에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메시지와 함께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에 나섰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달러 매도 물량 유입 기대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환율이 특정 수준을 상회할 경우 해외자산의 일부를 환헤지(달러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 상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1420원대는 ‘안정’보다 ‘저가 매수 구간’으로 인식
문제는 연말 하락 이후 환율 흐름이 곧바로 반등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환율은 연말 1429.8원까지 하락한 뒤 9거래일 연속 상승해 1470원을 재돌파하며 3주 만의 고점을 형성했다.
시장에서는 이 구간이 추세 전환의 신호라기보다 달러 수요 주체들이 재유입할 수 있는 가격대로 인식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사에서도 연말 하락 이후 환율 상승 배경으로 “저가 매수세 유입”이 언급됐다.
즉 단기적인 하락은 ‘원화 강세 전환’이 아니라 달러 매수 수요가 다시 유입될 수 있는 가격 레벨을 제공한 형태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환율 상방 압력의 1차 요인: 외국인 수급과 달러 실수요
환율 재상승의 직접 동력은 자본 흐름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화 실수요 매수세도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연초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 확대(이른바 ‘서학개미’ 수요)가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단기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원화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환율 상방 압력을 보다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외 변수: 달러 강세·엔화 약세·지정학 리스크 동시 작동
글로벌 여건도 원화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의 재정 확대 기대 등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또한 중동을 포함한 지정학 리스크도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달러 선호를 강화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개입의 본질: ‘수준 고정’이 아닌 ‘변동성 완화’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환율 수준을 특정 숫자에 고정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쏠림과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이해된다.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속도를 낮추고 급등을 제한하는 효과는 가능하지만, 자본 유출입 구조와 달러 수급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추세 자체를 전환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단기 개입이 반복될 경우 시장에서는 해당 가격대가 ‘정책 저항선’으로 인식되며, 환율 하락 구간이 안정 신호가 아니라 달러 매수 재유입 구간으로 해석될 여지도 커진다. 이는 당국 조치가 추세 전환보다 ‘구간 이동’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1500원·1600원은 단순 심리선이 아니라 ‘정책 운용 부담’ 구간
환율 1500원대는 단순 심리적 저항선에 그치지 않는다. 환율 상승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부담이 확대되고, 물가 상방 압력이 강화되면서 통화정책 완화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가계의 체감 비용 부담과 기업의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며 실물경제로의 파급 가능성이 높아진다.
1600원대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시장 참가자들의 포지션 구축이 집중되고, 환율발(發) 물가·심리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구간이다. 환율은 단지 외환시장의 숫자가 아니라, 대외 신뢰와 정책 일관성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정책 정합성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1997년형 외환위기”와는 다른 구조…다만 ‘신뢰·수급’ 악화는 경계
현 국면을 1997년 외환위기와 동일 선상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당시와 비교하면 금융 시스템의 안정장치가 확대됐고 정책당국의 시장 대응 경험도 축적됐다.
다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리스크는 별도로 누적될 수 있다. 환율은 외환보유액의 단순 규모보다 ▲자본 유출입 추세 ▲대외 수급 환경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 ▲대외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외환시장은 ‘의지’보다 ‘정책 조합의 신뢰도’를 더 강하게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정합성 유지가 핵심이 될 수 있다.
전망: 단기 변동성 확대 불가피…달러·엔·자금흐름이 관건
향후 환율 경로는 달러 강세 흐름, 엔화 방향성, 지정학 리스크, 외국인 수급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질 수 있으며, 연초 해외투자 수요가 지속될 경우 환율 상방 압력도 유지될 수 있다.
연말 급락 이후 빠르게 1470원선이 재돌파된 흐름은 단기 안정 조치가 추세 전환으로 연결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환율은 단순한 ‘숫자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수급과 신뢰의 함수이며, 당국 대응 역시 변동성 완화와 정책 신뢰 확보를 병행하는 조합이 요구된다.
미디어원 Forecast
연말 하락(1420원대)은 구조 변화라기보다 정책 신호·공공부문 수급 요인이 결합된 단기 조정 성격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과 1470원 재돌파는 “추세 전환 실패”를 시사
환율 상방은 외국인 수급, 달러 실수요, 해외투자 수요가 주도
단기 개입은 가능하나, 중기 방향성은 ‘수급+대외변수’가 결정
이만재 기자 | 미디어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