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논쟁을 다시 본다 ①

-쿠팡은 어떻게 ‘인프라’가 되었는가

(미디어원)쿠팡을 둘러싼 논쟁은 늘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독점, 플랫폼 권력, 규제 필요성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왜 소비자는 쿠팡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시장의 결과를 설명하지 못한 채 규제만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의 절반도 보지 못하는 일이다.
쿠팡의 성공을 설명하는 첫 번째 단어는 서비스다. 온라인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신뢰다. 소비자는 화면 속 사진과 설명만 보고 물건을 산다. 직접 보고 고를 수 없는 비대면 거래다.

이때 소비자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신뢰성과 문제 발생 시의 책임이다.
쿠팡은 이 지점을 정확히 이해했다. 대표적인 것이 고객 응대 방식이다. 쿠팡 상담원은 고객의 불만을 길게 설명하게 만든 뒤 책임을 미루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를 확인하면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예를 들면 로켓배송으로 받은 계란 한 개가 깨져도 전체 상품을 폐기 처리하고 새 상품을 보내주는 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작은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이 책임을 진다는 믿음의 시작이었다.

반품 절차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오픈마켓에서 반품은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쿠팡은 반품을 플랫폼이 직접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소비자는 앱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반품을 신청할 수 있고, 회수 역시 빠르게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플랫폼을 신뢰하게 된다. 비대면 거래의 핵심이 무엇인지 쿠팡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가격 경쟁력 역시 쿠팡의 중요한 요소다. 흔히 쿠팡의 가격을 덤핑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동일한 제조사와 판매자가 쿠팡에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쿠팡이 판매 채널을 넘어 대규모 물류 인프라를 갖춘 유통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쿠팡의 물류 시스템은 한국 유통 구조에서 가장 큰 변화였다. 전국에 구축된 물류센터와 배송망 덕분에 쿠팡은 배송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와우 멤버십에 가입하면 배송비는 사실상 무료가 되고, 반품 배송 역시 대부분 무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교통비와 시간, 노동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이 점에서 쿠팡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과 전혀 다른 경쟁 구조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직접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기다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방식과, 클릭 한 번으로 다음 날 문 앞에서 상품을 받는 방식은 같은 시장이 아니다. 서비스 경험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쿠팡은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생활 인프라에 가까운 구조가 되었다. 현재 쿠팡 가입자는 약 3370만 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 성인 인구의 상당 부분에 해당한다. 이미 많은 소비자에게 쿠팡은 선택 가능한 쇼핑몰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쿠팡 논쟁은 여전히 ‘독점’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된다. 물론 거대한 플랫폼에는 책임이 따른다. 개인정보 보호나 공정 경쟁 문제는 분명히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 논의는 왜 소비자가 쿠팡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해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법률 문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다. 쿠팡의 성공을 설명하지 못한 채 결과만 비판하는 것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논쟁이다.

쿠팡 논쟁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왜 소비자는 쿠팡을 선택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쿠팡 사태 이후의 시장 변화 역시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