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정치 ‘300조 사기극’의 끝, 2,000만 원 그리고 경기교육감 후보 안민석

[발행인 시론] ‘300조 사기극’의 끝, 2,000만 원 그리고 경기교육감 후보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안민석 전 의원이 공약 발표와 단일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름에는 여전히 ‘최순실 300조’라는 딱지가 따라붙는다. 대법원이 지난 4월 최서원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한 뒤에도 그는 피선거권을 유지한 채 다시 선거전에 나섰다. 안 전 의원은 경기교육감 예비후보로 활동 중이며, 관련 공약 발표와 단일화 국면에 참여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일 최서원씨 관련 허위 주장에 대한 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법원 앞에서 발언하는 경기교육감 선거 후보의 모습
경기교육감 선거에 나선 안민석 전 의원이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정찬 발행인 ㅣ 미디어원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안민석 전 의원의 행보가 거침없다. 예비후보 등록 뒤 공약 발표를 이어가고, 진보 진영 단일화 경쟁에도 뛰어들며 선거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최근 특수교육 공약과 돌봄·교육 관련 공약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년 정치 경력의 5선 국회의원 출신 안민석 전 의원이 국가와 사회에 더 기여하겠다며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있다.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던 이른바 ‘최순실 300조’ 의혹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은닉 통치자금이 300조 원에 이르고, 그 돈을 최순실 측이 관리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바로 그 말이 한때 나라를 흔들었고, 당시 국민 대다수는 분노하고 좌절했다. 최근 대법원은 안 전 의원이 최서원 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그 충격이 컸던 이유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엄청난 액수와, 그 말을 뱉은 당사자가 5선의 현역 국회의원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름 없는 제보꾼이나 유튜버가 아니라 국민이 뽑은 현역 국회의원이었고, 그가 겨눈 대상도 당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많은 국민이 그 말을 가볍게 흘려듣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유럽 금융가 거리에서 가방을 들고 걷는 정장 차림 인물의 뒷모습
독일과 스위스 등지를 오가며 의혹을 키웠던 당시 행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안 전 의원은 그 거대한 의혹을 말로만 키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독일과 스위스를 누비며 마치 거대한 은닉 재산의 실체를 곧 밝혀낼 것처럼 행동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해외를 뛰어다니며 의혹을 좇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한 신호가 됐다. 많은 국민이 그 말을 더 무겁게 받아들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훗날 법원도 안 전 의원이 직접 조사한 것처럼 행동해 의혹의 신빙성을 키우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판단했다.

거짓은 곧바로 정치적 효과를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조건 끌어내려야 할 존재가 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지도자가 아니라 검은돈을 남긴 독재자로 다시 불려 나왔다. 실제 확인은 뒤로 밀렸고, 분노와 낙인은 먼저 자리를 잡았다. 한 번 굳어진 이미지는 사실이 아니라고 드러난 뒤에도 쉽게 걷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한 과장이나 실언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나라의 기억을 흐리고 국민의 판단을 흔든 대형 정치 선동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결말이다. 그렇게 나라를 흔든 사건의 법적 결론은 최근에서야 나왔다. 이번 확정은 2021년 5월 최서원 씨가 손해배상 소송을 낸 뒤 4년 10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나라를 흔든 말의 정치적 효과는 이미 다 지나간 뒤였고, 상처는 이미 남을 만큼 남은 뒤였다. 그 거대한 거짓의 끝이 민사 2,000만 원이라면, 국민이 느끼는 것은 분노를 넘어 깊은 허탈감일 수밖에 없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법의 잣대다. 이 나라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는다. 태블릿PC 조작설을 유포한 변희재 씨가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와 비교해 볼 때,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안 전 의원이 피선거권을 유지한 채 다시 선거판에 나선 현실은 국민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겨준다.

안민석 전 의원이 사실상 중대한 처벌 없이 민사 2,000만 원 배상에 그치고, 피선거권까지 유지한 채 다시 선거에 나선 현실은 국민에게 큰 허탈감과 무력감을 안긴다. 더 답답한 것은 그다음 장면이다. 그렇게 큰 의혹을 퍼뜨리고도, 그렇게 큰 상처를 남기고도, 그는 지금 경기교육감 후보로 다시 뛰고 있다. 교육은 신뢰와 책임의 영역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감은 말의 무게와 근거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허위 주장으로 사법적 철퇴를 맞은 당사자가 아무런 정치적 자성 없이 다시 교육 수장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반하는 일이다.

거짓의 끝이 2,000만 원이라는 면죄부가 되고, 그 당사자가 다시 교육감 후보로 등장하는 현실. 이는 비단 한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법적 잣대가 국민의 눈높이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