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박예슬기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지역 주민의 소득과 마을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정부가 추진 중인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두고 국회에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논의의 초점은 태양광 설비를 얼마나 설치하느냐가 아니라 주민이 어떻게 참여하고, 수익과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에 맞춰졌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5월 2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햇빛소득마을: 에너지 전환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개선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재생에너지 기반 주민주도형 지역 발전 모델로 제시된 햇빛소득마을 사업의 현장 쟁점과 제도 보완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박정현 국회의원과 정춘생 국회의원,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녹색전환연구소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전환과 지역 소득 창출, 마을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햇빛소득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모델
햇빛소득마을은 행정리 단위 마을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 전기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주민 소득과 공동체 활동으로 연결하는 모델이다. 기존 에너지 정책이 발전량 확대와 공급 안정에 무게를 뒀다면, 햇빛소득마을은 에너지 생산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고 지역 이익을 함께 나누는 방식이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 AI·반도체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계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5년간 전국 3000개 이상 행정리 단위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설비가 마을에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주민 소득과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 부지를 어디에 둘 것인지, 수익은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 외부 사업자와 주민의 역할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부지와 금융, 초기 사업 구조가 성패 가른다
토론회에서는 햇빛소득마을의 제도 인프라, 부지 확보, 금융 및 마을공동체 지원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태양광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부지 문제에 따라 주민 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 보조금 지원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마을 단위 협동조합이나 주민 조직이 사업 주체가 되려면 금융 접근성이 중요하다.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 구조가 불투명하거나 수익 배분 기준이 모호하면 주민 참여는 줄고 갈등은 커질 수 있다.
부지 확보도 핵심 과제다. 마을 공동부지, 유휴지, 공공부지, 농지와 산지 등 다양한 후보지가 있을 수 있지만 입지마다 규제와 주민 수용성이 다르다. 토론회에서는 사전 협의 절차와 제도적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주민 갈등관리 없이는 지속 가능성 낮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전대욱·최인수 선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햇빛소득마을 사업의 경제성과 함께 주민 갈등 및 공동체 회복 문제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주민 토론회와 공청회 의무화, 갈등관리위원회 권한 강화, 주민 교육 확대, 마을별 자치규약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공익성이 크지만 현장에서는 찬반이 나뉘기 쉽다. 경관 훼손 우려, 수익 배분 문제, 외부 사업자 참여 방식,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이 생길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은 마을 발전보다 내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햇빛소득마을의 성공 여부는 설비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주민이 사업 내용을 이해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수익과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마을별 자치규약은 사업 운영의 기준이자 갈등을 줄이는 최소 장치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이자 주민자치 정책
햇빛소득마을은 에너지 정책이면서 동시에 주민자치 정책이다. 주민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고 마을 단위 협동조합이나 공동체 조직을 통해 수익을 관리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지역 발전의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마을 수익은 주민 배당뿐 아니라 취약계층 지원, 마을 시설 개선, 돌봄과 복지,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경우 태양광 사업은 단순 발전사업이 아니라 마을의 공동 재원으로 기능하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회계,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 주민 교육, 갈등조정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마을 안에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이 발생해도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역 주도형 발전 모델로 봐야”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 발전 모델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전환이 지역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주민자치와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햇빛소득마을은 탄소중립과 지역소득, 주민자치를 함께 다루는 정책이다.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역 주민이 단순 수용자가 아니라 참여자와 수익 주체가 되는 방식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토론회는 햇빛소득마을이 실제 지역 발전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을 먼저 정비해야 하는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발전설비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 동의, 부지 확보, 금융 지원, 갈등관리, 마을 자치규약이 함께 갖춰질 때 햇빛소득마을은 지역의 지속 가능한 소득 모델이자 공동체 회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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