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김정호기자
불교문화가 전시장 안에서 더 가볍고 넓게 열렸다. 2026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가 6월 11일 대구 엑스코 동관 4홀에서 개막해 14일까지 나흘간 이어진다. 올해 주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누구나 좋아하는 공놀이’다. 불교의 깊은 철학을 무겁게 설명하기보다,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뽑고 남기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는 대구·경북의 불교문화 자원과 문화예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지역 불교문화 플랫폼이다. 전통불교문화, 불교예술, 사찰음식, 명상, 차, 굿즈,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행사로, 종교 행사와 문화산업 박람회의 성격을 함께 갖는다.
올해 엑스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펫 프렌들리 운영이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입장하고 전시를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반려동물 동반 관람객 무료입장도 도입했다. 생명존중과 자비라는 불교적 가치를 현대인의 반려동물 문화와 연결한 시도다. 불교문화가 사찰과 법당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라이프스타일과 만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행사의 주제인 ‘공놀이’도 같은 맥락이다. 불교의 핵심 개념인 공(空)을 관념으로 설명하는 대신 놀이와 참여형 콘텐츠로 바꿨다. 관람객이 직접 공을 뽑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공뽑기’, 서원과 마음을 남기는 ‘공수거’, 다양한 인사들의 행운 메시지를 담은 ‘행운의 전당’ 등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 철학을 대중적인 체험 언어로 바꾼 셈이다.
개막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불교신문 사장 원허 스님, BBS대구불교방송 사장 정문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동화사 주지 선광 스님, BBS불교방송 이사장 수불 스님 등 교계 인사와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테이프 커팅,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 인사말과 축사, 전시장 라운딩 순으로 진행됐다.
불교신문 사장 원허 스님은 이번 엑스포를 단순 행사가 아니라 불교와 전통문화의 가치를 전하는 문화 불사로 규정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구에서 축적한 성과가 지역 불교박람회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BBS대구불교방송 사장 정문 스님은 대구·경북에서 쌓아온 운영 경험이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되는 성공 모델이 되길 기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불교문화가 전통의 영역을 넘어 삶의 예술이자 마음 치유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올해 엑스포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명상, 사찰음식, 굿즈, 반려동물, 체험형 놀이를 한곳에 모은 구성은 불교문화가 세대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일상 속 문화 콘텐츠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149개 업체, 229개 부스가 참가했다. 전통공예와 불교예술, 차, 사찰음식, 명상, 불교 굿즈, 라이프스타일 상품이 함께 소개된다. 불교문화를 신앙의 틀로만 보는 대신 디자인, 상품, 체험, 웰니스, 지역관광과 연결하는 흐름이다. 대구·경북의 불교문화 자원을 문화관광 콘텐츠로 확장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금강경 독송과 찬불 합창 공연, ‘공’을 주제로 한 법문, 사찰음식 시연, 동화사 국장스님들과 함께하는 토크쇼 등이 마련됐다. 관람객은 전시 부스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과 강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문화를 보다 가까운 언어로 접하게 된다.
이번 엑스포의 의미는 종교 행사의 외연 확장에 있다. 과거 불교문화 행사가 신도 중심의 행사로 인식됐다면, 최근의 불교박람회는 명상, 마음 돌봄, 사찰음식, 전통공예, 굿즈, 반려동물 문화까지 흡수하며 대중 문화축제로 바뀌고 있다. 불교문화가 어렵고 멀다는 인식을 낮추고, 누구나 체험 가능한 문화 콘텐츠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대구·경북이라는 장소성도 중요하다. 이 지역은 신라 천년 불교문화의 중심지였고, 동화사·직지사·은해사·불국사·해인사 등 주요 사찰 문화권과 연결된다. 엑스포가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 사찰, 전통문화, 관광 동선으로 이어진다면 지역 문화관광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도 커진다.
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는 6월 14일까지 대구 엑스코 동관 4홀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는 불교의 철학을 놀이로 낮추고, 생명존중의 가치를 반려동물 문화와 연결하며, 전통문화의 오래된 언어를 현대적 체험 콘텐츠로 바꿨다. 대구에서 열린 이번 엑스포는 불교문화가 어떻게 일상과 만나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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