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기자 ㅣ 미디어원
삼성전자가 시각·청각 장애인용 TV 무상보급 사업의 공급자로 7년 연속 선정됐다. 올해 공급되는 제품은 43형 풀HD 스마트 TV로, 삼성전자는 총 3만5000대를 7월 말부터 올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사용자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시각·청각 장애인용 TV 무상보급 사업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시각 및 청각 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특화 기능을 갖춘 TV를 보급해 장애인이 방송 콘텐츠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급 대상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신청자 가운데 우선순위에 따라 선정한다.
이번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TV를 공급하는 데 있지 않다. TV는 여전히 뉴스, 재난 정보, 생활 정보, 교육·문화 콘텐츠를 접하는 기본 매체다. 시각이나 청각의 제약 때문에 방송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 정보 접근의 격차로 이어진다. 접근성 TV는 장애인이 같은 콘텐츠를 더 동등한 조건에서 볼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 복지 장치다.
올해 보급되는 삼성 TV에는 색각 특성을 고려한 기능이 포함됐다. 색약·색맹 시청자는 화면 속 색 구분이 어려워 정보 인식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흑백 기능을 통해 화면을 흑백으로 전환해 방송 화면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녹색, 적색, 청색 등을 사용자가 조정할 수 있는 씨컬러스 모드를 적용해 화면 속 물체와 정보를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AI 수어 위치 자동 탐색 기능도 눈에 띈다. 수어 방송을 시청할 때 자막이 수어 화면을 가리거나, 자막과 수어를 동시에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기능은 자막 위치를 이동해 수어와 자막을 함께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수어 화면이 아닌 특정 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저시력자의 TV 이용에도 도움을 준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기능도 강화됐다. 조작 메뉴 음성 안내를 통해 사용자는 화면을 보지 않고도 TV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음성 안내의 속도와 높이, 성별, 배경음 조절 기능도 제공돼 사용자의 청취 환경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고대비 화면 기능은 화면 속 메뉴와 글자를 더 뚜렷하게 구분하도록 돕는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기능은 자막 이용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자막 분리 기능, 자막 위치와 크기 조절, 소리 다중 출력 기능 등이 적용됐다. 자막을 읽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화면 크기와 시청 거리, 시력 상태에 따라 편한 위치도 달라진다. 자막을 고정된 형태로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중요하다.
저소득층 시각·청각 장애인은 무료로 보급받을 수 있고, 그 외 시각·청각 장애인은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안내된다. 신청은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나 시각·청각 장애인용 TV 보급 전용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장애인용 TV 보급사업은 대상자 선정과 공급 일정이 정해져 있는 공공사업인 만큼, 신청 자격과 절차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이 사업의 공급자로 7년 연속 선정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접근성 기능은 일회성 부가 기능으로 끝나기 어렵다. 실제 사용자 경험을 반영해 화면, 자막, 음성, 색상, 조작 방식이 계속 개선돼야 한다. 장애 유형과 정도, 연령, 시청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TV 접근성은 제품 개발과 사후 운영 경험이 함께 쌓여야 하는 영역이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오치오 부사장은 누구나 제약 없이 TV를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책임으로 여기며 접근성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TV 접근성 기술이 단순한 기능 경쟁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기가 고도화될수록 접근성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TV가 스마트 기능을 갖추고 온라인 콘텐츠와 연결될수록, 메뉴 구조와 자막, 음성 안내, 리모컨 조작 방식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장애인과 고령층이 이 복잡성을 넘지 못하면 기술 발전은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된다. 접근성 TV는 이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기술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다.
시각·청각 장애인용 TV 보급은 복지와 기술, 미디어 정책이 만나는 사업이다. 저소득층에게는 비용 부담을 낮춰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일반 시각·청각 장애인에게는 일부 비용 부담 방식으로 맞춤형 TV 이용 기회를 넓힌다. 공급 규모가 3만5000대에 이르는 만큼 올해 보급은 장애인 가구의 방송 이용 환경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TV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 소식을 듣는 창이고, 누군가에게는 안전 정보를 확인하는 통로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문화와 여가를 누리는 생활의 중심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공급자 선정은 장애인이 TV 앞에서 더 많은 정보를 놓치지 않고, 더 편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 기술의 현장 적용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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