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승용차와 버스, 화물차에 공급하는 지역 단위 에너지 실험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4일부터 16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에 참가해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연결하는 에너지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에는 국제에너지기구와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주요국 대사관을 비롯해 9개국 106개 기관·기업·대학이 참여했다.
제주 그린수소, 하루 200kg 생산 단계 진입
제주의 수소 계획은 포럼에서 제시된 구상에 머물지 않는다.
제주도는 2017년 250kW급 수전해 실증을 시작한 뒤 생산 규모를 확대해 왔다. 구좌읍 행원에 조성된 3.3MW급 수전해 단지는 2024년 9월부터 하루 약 200kg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수소는 제주도 내 수소버스와 수소 승용차에 공급된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해 저장하고, 다시 교통수단의 연료로 소비하는 구조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전력이 남는 시간에 수소를 생산해 저장하면 필요한 시점에 활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2027년까지 수소차 370여 대 도입
수소를 계속 생산하려면 안정적인 소비처가 필요하다. 제주도는 수소 모빌리티를 초기 수요처로 선택했다.
2027년까지 누적 기준 수소 승용차 290대와 버스 76대, 트럭 3대 등 370여 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제주도와 친환경차 생태계 구축 협력을 시작한 뒤 수소와 V2G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포럼에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와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함께 전시했다. 수소차와 배터리전기차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기보다 이동거리와 차량 중량, 운행시간에 따라 두 동력원을 나눠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경쟁 아닌 역할 분담
현대차그룹은 ‘FCEV 기반 도시 모빌리티 회복탄력성 전략’ 발표를 통해 수소전기차와 배터리전기차를 상호 보완 관계로 규정했다.
일반 승용차와 단거리 이동에는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늘어나는 전기차가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장거리·고중량 운송이나 운행을 오래 멈추기 어려운 버스, 택시, 물류트럭은 빠른 충전과 긴 주행거리를 갖춘 수소차의 활용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충전이 특정 시간에 몰리면 배전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부 필수 운송수단이 수소를 사용하면 충전 수요를 분산하고 재난이나 전력 공급 불안 상황에서도 교통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관건은 생산보다 지속적인 수요
제주 수소 생태계가 자리 잡으려면 생산시설과 차량, 충전소가 비슷한 속도로 늘어나야 한다.
수소 생산량만 확대하고 차량 보급과 충전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하면 생산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진다. 반대로 차량만 늘고 지역 내 청정수소 공급이 부족하면 외부에서 수소를 운송해야 해 비용과 탄소 감축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행원 수전해 단지의 하루 200kg 생산과 2027년 수소차 370여 대 도입 계획은 제주가 생산과 수요를 함께 키우는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제주 실험의 성패는 수소차 보급 대수보다 지역에서 만든 청정수소가 실제 운송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소비되는지에 달렸다. 현대차그룹에도 제주가 수소차 판매를 넘어 생산·저장·운송·활용을 연결하는 수소 생태계를 검증하는 시험대가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