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바다 속에 생물들은 다 모였다 . 사람들에게 부산 자갈치 시장이나 해운대 재래시장은 흔한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 그러나 외부사람들은 잘 모르는 동해안 최대의 전통재래시장이 있다 . 포항 ‘ 죽도시장 ’ 엔 동해안 일대에서 나는 모든 수산물과 농산물이 모이고 이를 찾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 거칠고 투박한 사투리 속에 묻어나는 정겨움이라고 해야 하나 , 시장 통 안에서 울려 퍼지는 상인들의 소리가 나를 부르는 것만 같다 .

죽도시장이 어디야 ?
1950 년대 먹고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갈대밭 무성한 포항내항의 늪지대에 노점을 시작하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됐다고 한다 . 그렇게 20 여년을 노점상들이 모여 큰 시장을 이루고 , 1971 년 11 월 시장으로서의 허가를 받아 전통재래 시장으로써의 자리가 인정되었다 .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과메기의 ‘ 오메가 3’ 가 방송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였다 . 영광엔 ‘ 굴비 ’, 벌교의 ‘ 꼬막 ’, 영덕의 ‘ 대게 ’ 처럼 이제 과메기를 대표하는 곳은 포항 , 그리고 그 중심에 ‘ 죽도시장 ’ 이 있다 .
경북 일대 농수산물의 집결지이고 , 유통의 요충지인 이곳을 찾기란 너무도 쉽다 .
요즘 자가 운전자들의 내비게이션 이용률이 높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 우선 포항시 죽도동에 위치해 고속도로 IC 에서 가깝고 , 주차 공간을 많이 확보한 탓에 이용의 편리함도 갖춰져 있다 . 또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한 여행객들도 걸어서 10 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포항시내 여기저기 헤맬 일이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다 .
누구나 쉽사리 찾을 수 있는 곳임에도 왜 사람들은 잘 몰랐을까 , 오늘 이골목 저골목을 누비며 모두 알아보려 한다 .


“ 아지매 , 보이소 ! 여 ~ 좀 보이소 !” 뭘 보라는 거지 ?
시장 초입부터 줄지어 서 있는 노점상엔 건어물과 새벽에 갓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 어물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엔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거와 볼거리 ,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
볼거리 ? 무궁무진하다 . 초입의 노점상을 조금 지나면 오른편에 어판장이 눈에 들어온다 .
드라마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어판장에는 새벽 경매시장을 거친 싱싱한 생선과 각종 해산물들이 바닥에 무더기 무더기로 놓여 있다 .
도심 시장에선 볼 수도 없었던 생선 종류며 , 어른 장정 팔뚝만한 생선을 보며 내심 욕심을 가지게 된다 . 어판장 아주머니들의 검게 그을리고 깊게 파인 주름을 보며 시장 한 귀퉁이에서 보낸 지난날의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


“ 보이소 , 여 ~ 좀 보고 가소 !” 오는사람 가는사람 치맛자락을 붙들고 내 물건 좀 보고 가라 발길을 잡는다 . 어판장은 상인들과 구경 온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다 .
무엇보다 신기한 구경거리는 시장 내에서 개복치며 고래 같은 큰 물고기를 해체하는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다 . 사람들을 위해 이벤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죽도시장의 일상 풍경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 정말 운이 좋은 날엔 정치망에 걸려 든 고래의 해체 작업도 볼 수 있다 .
어판장 끝부분 모퉁이 코너에는 오래된 고래 고기 식당이 있다 . 삶은 고래고기를 그렇게나 많이 본 것은 첨 있는 일이다 .
허름하고 서너 평 남짓한 가게 안엔 언제나 고래 고기를 찾아오는 오랜 단골들로 꽉 차 있다 . 세월만큼이나 오래되어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탁주 한 사발 , 고래고기 몇 점을 놓고 지난 추억들을 곱씹는 듯하다 .
나이든 주인 할머니께선 기웃기웃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외지 사람들에게 “ 맛이나 보고 가소 , 내 한 점 줘보께 . 잡사봐 !” 라며 고기 한 조각을 선뜻 내어놓는다 . ‘ 이런 일이 …..!’
서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값비싼 고래고기를 무딘 무쇠 칼로 한칼 비어내어 건넨다 . 도심에선 사라진 재래시장의 느낌이라 고기 한 점 때문이 아닌 , 할머니의 인심에 행복해 짐을 느낀다 .



활어회 맞아 ? 왜 이렇게 싼 거야 !
죽도시장의 최대 자랑거리는 활어 회 센터이다 . 도로변으로 줄지어 서 있는 횟집은 되도록 피하고 안쪽 골목골목으로 들어 서 있는 횟집 구경에 나선다 .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골목들 사이로 , 빨간 고무 통을 놓고 활어들을 담아 손님들이 고를 수 있게 했다 . 유리 수족관이 아닌 빨간 고무 통이라 , ‘ 참으로 시장은 시장이다 .’
수족관 속의 활어들과는 달리 힘이 넘친다 . 어떤 놈들은 고무 통을 뛰쳐나와 옆집으로 이사를 가고 , 어떤 놈은 주인아주머니가 잡으려 해도 대체 손에 잡히질 않는다 .
활어들을 구경하며 지나는 이들에게 이거거저 여러 종류의 활어들을 한 바구니 담아 삼만 원이라며 애잔한 눈빛을 보낸다 .
‘ 삼만원 ? 잘못 들었나 ?’ 해서 되물어 보았지만 삼만원 맞단다 . 서너명이 족히 먹어도 될 양을 삼만원에 살 수 있다니 ‘ 회 ’ 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
횟감을 고르고 손질이 될 때까지 지켜보며 아주머니와 몇마디 말을 나눠보며 사는 얘기 , 아이들 얘기 , 시장통 얘기 등등 .
손질을 하는 아주머니의 손이 물에 퉁퉁 부어 마디가 보이질 않는다 . 삼만원을 팔아 남는 돈이 얼마나 될까 ? 도심 횟집의 십만원 벌이가 이곳에선 몇 곱절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이 된다고 한다 . 안타까운 마음에 “ 아주머니 물고기가 튀어 옆집 통으로 넘어갔는데 ..” 라며 말을 흐렸더니 그 대답이 명대사였다 .
“ 갸도 손님 없어 마실 나갔나보네 , 그라믄 올 때 친구 델꼬 오겠지 뭐 ~” 라며 박장대소하게 했다 . 시장 어느 집을 물어보아도 횟 값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쌌다 .
오만원이면 싱싱한 활어회를 넘치도록 먹을 수 있는 곳이다 .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부산이나 강원도와 같이 유명세를 띤 곳이면 한 번쯤 다 가보았을 것이다 . 그러나 생각만큼 가격이 만만치는 않은 게 사실이다 . 그저 싱싱한 횟감을 찾는다는 기분 , 오히려 관광지라 더 비싸다는 느낌도 가졌을 법하다 .
죽도시장을 전국 어시장이나 횟집들과 비교해 순위를 매기자면 가장 싸고 신선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니 , 죽도시장에서 맘껏 즐겨도 좋을 일이다 .



시장의 이모저모
포항엔 과메기로도 유명하지만 돌문어로도 유명한 곳이다 . 이곳사람들은 문어가 없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할 정도로 귀하게 여긴다 . 그래서 일까 , 시장엔 유달리 붉은 돌문어들이 장관을 이룬다 . 사람 키 만한 살아 움직이는 문어부터 가마솥에 금방 익혀낸 , 김이 모락모락 먹음직스런 문어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
모든 것들이 참으로 풍성한 곳이다 . 모든 사람들의 인심이 넉넉한 곳이다 .
사람들의 웃음이 넉넉하고 손에 들려진 까만 봉지를 보며 사람들 얼굴엔 행복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 다음기회에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도 죽도시장과 이곳의 사람들이 변하지 않은 이대로의 모습이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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