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오늘은 정월대보름, 음력 1월 15일이다. 한 해 처음 뜨는 보름달이라 하여 ‘큰 보름’이라 불렸고, 한자로는 상원(上元)이라 했다. 설이 새해의 문을 여는 날이라면, 대보름은 그 문을 통과해 한 해 농사의 시동을 거는 날이었다. 농경사회에서 달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농사의 시간표였다. 달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그해의 농사와 마을의 운을 점쳤다.
대보름의 중심은 밥상이다.
오곡밥은 다섯 곡식을 섞어 지은 밥이다. 문헌에는 쌀·보리·조·기장·콩이라 기록되기도 하고, 수수를 포함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오곡밥은 쌀에 조·수수·팥·콩을 섞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다섯이라는 숫자는 상징이다. 오행(五行)처럼 균형과 조화를 뜻한다. 하나가 흉년이면 다른 곡식이 버텨주기를 바라는 농경의 현실적 계산이 그 안에 있다. 오곡은 기원이면서 동시에 생존 전략이었다.
밥상에는 묵은 나물이 오른다. 고사리, 시래기, 호박고지, 가지, 취나물 같은 말린 나물을 불려 볶는다. 이는 지난해 수확을 정리하며 새 농사를 맞이하는 순환의 의식이다. 겨울을 통과한 식재료를 다시 살려내는 행위는 ‘소멸과 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묵은 나물을 먹으면 여름 더위를 덜 탄다고 믿었다. 계절을 건너는 몸의 준비, 생활의 지혜가 음식에 담겨 있었다.
아침에는 부럼을 깬다. 호두·밤·잣·은행 등을 어금니로 ‘딱’ 깨문다. 이를 튼튼하게 하고 한 해 동안 부스럼이나 열병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뜻이다. ‘작절(嚼癤)’이라 하여 부스럼을 씹어 없앤다는 표현도 전해진다. 작은 견과 하나에 무병장수의 염원이 들어 있다.
이날에는 여러 풍속이 이어졌다. 대보름 아침에 “내 더위 사가라”라 외치며 더위를 파는 더위팔기, 보름달이 떠오르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 나뭇가지로 달집을 만들어 태우는 달집태우기. 달집이 크게 타오를수록 풍년이라 믿었다. 불길은 공동체의 염원이 타오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밤이 깊으면 들판에서는 쥐불놀이가 펼쳐졌다.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깡통에 구멍을 뚫고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를 넣어 불을 붙였다. 철사 줄에 매달아 돌리면 붉은 불꽃이 밤하늘에 원을 그렸다. 그것은 놀이처럼 보였지만 본래는 농사의 실천이었다. 논두렁과 밭두렁의 마른 풀을 태워 들쥐와 해충을 없애는 작업이었다. 불은 정화였고, 묵은 땅을 깨우는 신호였다. 불꽃이 클수록 그해 농사가 잘된다는 믿음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었다.
우리는 이제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화를 거쳐 반도체와 자동차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논두렁의 불길은 사라졌고, 쥐불놀이는 전통을 기억하는 작은 몸짓으로만 남았다. 그러나 대보름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비는 마음, 공동체가 함께 달을 바라보던 시간은 여전히 유효하다.
달은 여전히 둥글다.
시대는 변했지만 사람의 바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곡밥 한 숟갈과 부럼 한 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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