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기자 ㅣ 미디어원
대경권엔젤투자허브가 대구·경북 지역의 잠재 엔젤투자자를 한자리에 모아 지역 투자 커뮤니티 확대에 나섰다. 대경권엔젤투자허브는 지난 6월 25일 대구 리더스비즈니스센터에서 ‘2026 제1회 대경권 엔젤 라운드업’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잠재 엔젤투자자와 한국엔젤투자협회 엔젤투자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마련됐다. 엔젤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 투자 과정과 기업 발굴, 검토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들이 투자 실무를 배우고, 기존 투자자 및 창업지원기관 관계자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행사에는 엔젤클럽, 개인투자조합 GP, 액셀러레이터, 창업지원기관 관계자 등 지역 투자 생태계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투자 실무 경험을 공유하고, 지역 스타트업 발굴과 후속 투자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기투자 네트워크가 분산돼 있는 지역 생태계에서, 투자자 간 만남을 정례화하는 시도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행사는 참가자 소개와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시작됐다. 이어 대경권엔젤투자허브 프로그램 소개와 엔젤투자 이해 교육, 엔젤투자 프로세스 교육, 리버스 IR, 그룹별 Q&A, 네트워킹 순으로 진행됐다. 단순 강연형 행사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실제 투자 과정에 대해 묻고 토론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교육 세션에서는 대경권엔젤투자허브의 주요 지원사업과 엔젤투자 정책이 소개됐다. 이어 투자사 벤처박스의 이선호 대표가 연사로 나서 투자기업 발굴, 스크리닝, 투자 의사결정 과정 등 실제 투자 사례를 중심으로 엔젤투자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초기 기업 투자는 재무제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성, 창업팀, 기술력, 실행력, 후속 투자 가능성까지 함께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리버스 IR이었다. 일반적인 IR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반면 리버스 IR은 투자기관이 직접 자신들이 투자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기업을 소개하고, 투자 배경과 성장 가능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른 투자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잠재 투자자는 실제 사례를 통해 투자 판단의 흐름을 배울 수 있다.
리버스 IR에는 SAG 엔젤클럽, 벤처박스, 대경기술지주 등 지역 투자기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투자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인 청소대교, 고시락, 비체담을 소개하며 투자 배경과 성장 가능성을 공유했다. 기업 소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기업을 봤고, 어떤 지점에서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어떤 리스크를 검토했는가다. 이번 리버스 IR은 그런 투자자의 사고 과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그룹별 Q&A에서는 참가자들이 투자사와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실제 투자 과정에서 기업을 어떻게 발굴하는지, 어느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확인하는지, 공동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는지, 개인투자조합 결성과 운영에서 어떤 점을 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실무적 질문이 이어졌다.
네트워킹 시간에는 지역 투자자 간 협력 방안과 향후 공동 투자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엔젤투자는 개인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지역 생태계에서는 혼자 투자 기회를 찾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통해 기업을 발굴하고 검토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제조, 로봇, 바이오, 헬스케어, ABB, 에너지 등 지역 전략산업과 연결된 스타트업이 많은 곳에서는 산업 이해도가 있는 투자자 네트워크가 초기 기업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대경권엔젤투자허브 유지현 센터장은 “이번 엔젤 라운드업은 잠재 엔젤투자자들이 실제 투자 사례를 바탕으로 투자 과정을 이해하고 지역 투자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 투자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개인투자조합 결성과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라운드업은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민간 초기투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업지원기관의 보육과 정부 지원사업만으로는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를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 초기 단계에서 시장 가능성을 보고 자금을 넣고, 이후 후속 투자와 사업 연결을 도와줄 엔젤투자자와 개인투자조합,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구·경북의 창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그 기업을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는 지역 투자자의 저변이 함께 넓어져야 한다. ‘제1회 대경권 엔젤 라운드업’은 그런 점에서 지역 투자 생태계의 연결 밀도를 높이는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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