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그 속의 새로움 ‘타이완 가오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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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그 속의 새로움 – 타이완 가오슝


한때 대한민국과 함께 아시아의 잠룡으로 꼽혔던 타이완은 여전히 세계적인 핸드폰 제조업체 HTC 나 유명한 노트북 브랜드 아수스가 본사를 두고 있는 산업 국가이다 . 그 중 가오슝은 수출입 물동량 세계 4 위에 달하는 항구도시로 우리나라의 부산과 같은 타이완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

가오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거대한 컨테이너와 이를 활발하게 나르는 지게차의 모습은 이른바 항구도시로서의 면모였다 . 하지만 이내 그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역사의 발자취와 현대적인 감각미는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 가오슝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85 층 높이의 동띠스 ( 東帝士 ) 빌딩과 왁자지껄한 야시장이 현대적인 위상을 의미한다면 , 도심 곳곳에 자리 잡은 불교 사찰과 풍성한 자연 녹지 , 그리고 시즈완 ( 서자만 西子灣 ) 의 석양은 따뜻한 감성을 여행자에게 선사한다 .
과장되거나 혹은 화려하거나
중국과 타이완 . 형제의 나라답게 그들의 핏줄이 드러내는 선 굵은 힘과 멋은 이 곳 타이완에서도 마찬가지다 . 가오슝 국제공항에서 약 40 분 거리에 위치한 리엔츠탄 풍경구 ( 蓮池潭風景區 ) 는 그 느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 애초에 농지에 물을 대던 저수지에 화려한 붓으로 색칠하듯 거대한 탑과 건축물을 세워 인위적인 풍경구로 조성했다 .
리엔츠탄 풍경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7 층 높이의 쌍둥이 탑과 맞닥뜨리게 된다 . 가까이서 보니 각각의 탑 밑으로 용과 호랑이가 입을 벌린 채 관광객을 삼키고 있다 . 가장 인상적인 용호탑 ( 龍虎塔 ) 이다 . 여행자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 바로 용의 입으로 들어가서 호랑이 입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 ‘ 용의 입으로 들어가면 행운이 오고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화를 피할 수 있다 ’ 는 전설 아닌 전설 때문 .

1976 년에 지어진 이 용호탑의 내부에는 흡사 삼국지의 한 장면으로 생각되어지는 다양한 광경들을 묘사한 그림이 화려한 색채로 덧칠되어 있다 . 그야말로 중국 민족 특유의 과장된 그림과 색감이다 .

용호탑을 나와 오른쪽으로 약 700m 정도 걸으면 전쟁의 신 ‘ 관우 ( 관인 )’ 에게 헌납된 한 쌍의 춘추각을 만난다 . 춘추각 앞에는 용을 탄 관우상이 있다 . 관우는 삼국지의 여러 인물들 중에서 중국인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영웅이다 . 역시 섬세함보다는 역동적이고 큼직큼직한 조각이나 형태가 어쩐지 대륙의 기상을 그대로 투영한 느낌이다 .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문화의 힘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남한과 북한이 서로의 차이보다 유사점이 더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
보는 이를 압도하는 시즈완의 해넘이

해가 머리 위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할 즈음이면 전망 좋은 사오촨터우산 ( 哨船頭山 ) 으로 가벼운 산행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특히 이 곳에 위치한 구 영국대사관은 빨간 벽돌과 아치형의 옛 서양식 건물이 잘 조화돼 아기자기하다 . 게다가 구 영국대사관이 위치한 언덕 아래로 푸르른 가오슝 앞바다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와 많은 현지 관광객들도 찾는 곳이다 .
특이한 무늬가 벽면에 그려진 듯 착각을 주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이내 가오슝 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시즈완의 풍경에 시야가 확 트인다 . 완만하게 구부러진 타이완 남부해안이 한 눈에 들어오고 , 거대한 선박들이 오며가며 분주한 광경을 연출한다 .
잠시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구 영국대사관에서 과거 청나라 때의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나 가오슝 사적 문물 진열관을 둘러본 후 야외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자 . 일정이 바쁘다고 급히 구영국대사관을 나선다면 큰 후회를 하고 말 것이다 . 차츰 해가 서녘으로 너울지기 시작하면 가오슝 여행의 잊지 못할 한 장면이 이내 당도한다 .
먼 시즈완 방파제 끝에 걸린 석양과 석양이 뿜어내는 따뜻한 오렌지빛은 가히 가오슝 제 1 풍경이라 할만하다 .

가오슝의 밤이 가진 두 얼굴 , 낭만과 활기

온 몸이 따뜻해지는 시즈완의 석양을 맘껏 즐기고 어둑해진 밤이 찾아와도 가오슝은 여전히 볼거리가 한 가득이다 . 가로등이 켜질 즈음의 아이허 ( 愛河 ) 는 그 중 백미다 .

이름만으로 닭살 돋게 하는 이곳은 실제로 도착하면 많은 솔로부대들을 절망에 빠뜨리게 하는 곳이다 . 타이완 연인들은 강바람을 맞으며 사랑을 고백하고 , 서로를 품에 꼭 안는 로맨틱한 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 특히 사랑의 배라는 이름의 유람선과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는 아이허의 다리위로 강변을 산책하는 연인들이 가득하다 .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권태마저 느끼는 오랜 연인이라면 지금 당장 가오슝의 아이허를 찾아 다시 사랑 고백을 해보자 . 잠깐 어색하고 민망한 분위기가 감돌지라도 이국의 땅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그 분위기는 어느새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쥐게 하는 상황을 선물할 것이다 .
가오슝까지 와서 야시장을 빼놓을 순 없다 . 특히 수도 타이베이와는 다른 특별한 매력으로 달궈진 리우허 야시장은 지금까지와 또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여행자에게 선사한다 .
타이완에서 가장 유명한 3 대 야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리우허 야시장 ( 六合夜市 ) 은 흥겨운 가오슝의 밤 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다 . 육지의 탱크 , 바다의 잠수함 , 하늘의 비행기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먹는다는 중국민족답게 리우허 야시장은 그야말로 다양한 먹을거리로 특화된 야시장이다 . 시장을 가로지르는 도로 양쪽으로 해산물 , 스테이크 , 전골요리 등 전문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 곳곳엔 크고 작은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어 온종일 발품을 팔아 가오슝을 다닌 기자의 예민한 오감을 자극한다 .

요리를 파는 상인이나 요리 재료를 구하는 사람 , 가볍게 야참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시끌벅적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 과연 세계 어느 곳이나 직접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시장은 냉혹하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

이국 ( 異國 ) 에서 느끼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이곳 리우허 야시장에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면 거짓일까 ? 가오슝 시민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흥정을 하고 , 그들의 요리를 건네받으며 그들의 삶을 공유하고 나서 기자가 느낀 감정은 ‘ 나 ’ 와 ‘ 너 ’ 라는 이분법이 아닌 큰 틀에서의 ‘ 우리 ’ 라는 감동이었다 . 이는 가오슝 여행에서의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
가오슝 가는 길
중화항공의 자회사인 만다린항공이 인천 – 가오슝 노선을 매일 오후 9 시 출발로 운영한다 . 가오슝까지는 약 2 시간이 소요되며 , 돌 아오는 항공편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4 시 35 분에 매일 출발한다 .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가오슝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로 약 1 시간이 걸린다 .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타이베이에서 가오슝 인근 주오잉 역까지 2 시간이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