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늦더위를 피해 한가한 여름나기

열대야로 축난 건강은 선선한 한옥체험으로

숙박은 논외!! 이제 체험프로그램이다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가 어느새 2주나 지났지만 폭염은 쉼 없이 쏟아지고, 바람은 후덥지근하다. 대지가 식는 밤은 여전히 낮에 비해 짧지만, 낮 동안 스펀지처럼 잔뜩 흡수하던 태양열을 강렬하게 뿜어내기에 충분히 길다.

쾌적한 내부를 위해 설치된 에어컨의 실외기가 증가할수록 그것이 내뿜는 열기는 한여름 밤을 더없이 불쾌하게 만들어버린다. 에어컨이 실내의 열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가져가듯이 기술의 고도화나 생활의 편의를 위한 ‘하이테크놀러지’라는 말들은 실은 일상의 불편함을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흘려보낸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자동차가 내뿜는 열기도, 에어컨의 실외기도 없었던 시절 우리의 선조들은 모시적삼을 입고, 대청마루에 누워 부채 한 자루로 여름을 났다. 그들은 불행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그럼 어디한번 느껴보자! 여기 바쁜 현대인의 삶속에서 고즈넉한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이색 호텔이 있다. 2010년 여름 늦더위는 이제 ‘안녕’이다.

# 아니! 서울 하늘아래 이런 곳이!

번쩍이는 네온불빛, 고급자동차가 마천루 사이를 질주하는 21세기 서울의 밤은 이제 우리가 어렸을 때 보았던 SF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최첨단 서울에서도 우리 옛 고택을 체험할 수 있다.

‘옛 것을 누리는 맑고 편안한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라는 뜻의 ‘락고재’가 바로 그곳이다.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락고재는 예전 양반들이 살던 기와집에서 품격 있는 한정식과 한옥 특유의 온돌을 살린 찜질방까지 체험할 수 있는 부티크 게스트 하우스다.

‘내 이름은 김삼순’과 ‘우리 결혼했어요’ 등 TV프로그램 단골 헌팅장소인 락고재는 옛 것에 대한 고루한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리는 곳이다. 아니 오히려 옛 것의 풍미를 더욱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정방형의 땅에 중정을 중심으로 네 채의 한옥이 뺑 둘러싼 구조는 막혀있으면서 열려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살려주면서도 하늘을 향해서는 가슴이 탁 트인다. 삐걱 이는 나무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푸른 녹음에 둘러싸인 자갈길이 객을 맞이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에서부터 귀로 들리는 것, 몸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지금까지 알던 서울과는 다른 모습니다.

자갈길을 건너 대청마루로 올라갈 수도 있고, 뒤채로 돌아들어갈 수도 있다. 그 어디를 가도 정겨운 분위기가 엿보인다. 고택에서 그것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여유롭고 한가하다. 외씨버선을 닮은 처마 끝과 담장을 뒤덮은 대나무까지 그 간의 시간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락고재의 모습이다.

# 편리함이 아닌 편안함을…

누가 뭐래도 대청나무가 딸린 아담한 안채를 빼놓을 수 없다. 5성급 호텔과 같은 으리으리한 수제가구와 최첨단 전자기기 하나 없이도 바라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거주의 편안함이란 편리함과는 다른 의미다. 육체적 노동을 줄여주는 것이 편리함이라면, 노곤한 육체의 피로를 일말에 해소하는 것이 편안함이다. 한옥은 그러한 편안함을 방문한 이에게 제공한다.

그렇다고 한옥체험이 주는 것이 단순히 심적인 편안함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옥으로 마감된 바닥과 화장실의 비데 그리고 일본 료칸을 떠올리게 하는 욕실의 나무욕조에는 현대인들을 위한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이 배어 있다.

락고재의 방이 5개뿐이라는 사실은 바람에 사각거리는 바람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큰 요소다. 그만큼 고요하고 넉넉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정적인 분위기의 한옥 ‘락고재’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도 체험을 비롯해 궁중한복 입기 체험, 김치 만들기 등 다양한 한국 전통의식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방한 외국인들에게 한국만의 정취와 분위기를 전수한다.

단순한 한옥 체험이 아니라 그 속에 녹아있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는 꼭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서양문화에 길들여져 가는 아이를 둔 가족에게도 훌륭한 체험이 될 것이다. 숙박은 일주일전, 식사는 이틀 전에 예약해야 한다.

요번 주말 늦더위에 지쳐 방바닥만 긁지 말고, 가까운 서울 시내 락고재로 온 가족과 함께 나서보자. 그동안 한국인임에도 느껴볼 수 없었던 가장 한국적인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전화예약 : 02-742-3410

요금 2인 20만원.

문의 www.rkj.co.kr

그 외 지역별 고택 체험 장소

▣ 선덕여왕의 그림자를 따라 ‘경주 월암재’

천년의 역사 신라의 자취가 남아있는 월암재는 어림잡아 4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고택이다. 경주 남산자락에 자리 잡은 이 고택은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김호장군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재실을 리모델링한 한옥이다.

이곳의 운영은 신라문화원에서 맡고 있는데 월암재 수오재 등 전통 문화가 깊게 서린 이 고택은 단순한 숙박지가 아니라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관통하는 역사 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의 장소다.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달빛신라역사기행과 매일 낮에 행해지는 문화유산해설사가 깃들여진 신라시대 문화재를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밤에는 달빛 아래 펼쳐지는 국악공연과 다도와 같은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오릉과 포석정 등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재들도 인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화 예약 : 054-774-1950

요금 : 4명(최대 10명 가능) 15만원

문의 : www.gjgotaek.kr

▣ 인상적인 체험프로그램 ‘강원 영월 김종길 가옥’

서울에서 2시간여를 달리면 영월에 도착한다. 강원도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포근한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싶으면 영월 입구 주천면에 들어선 것이다. 질 좋은 한우를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다하누촌이 들어선 이후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에도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한옥이 있다. 바로 김종길 가옥이다. 팔각지붕의 ㄷ자형 집은 대청을 중심으로 방과 부엌이 자리한다. 전형적인 영서지방의 한옥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진짜 매력을 느끼려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판화체험, 천체관측, 단종유배지를 둘러보는 1박2일 코스가 마련돼 있다. 다른 고택의 정적이고 조용한 체험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색다른 체험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또한 인근 동강에서의 래프팅을 비롯한 수상 레저 활동도 단연 으뜸이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등의 특산물과 곤드레 나물밥, 꼴두국수 등 전통 먹을거리는 질박하지만 소담하다.

전화 예약 : 033-372-7229

요금 : 8명 10만 원선

문의 : www.jogyundang.com

▣ 소박한 서민들의 고택 전남 영암 ‘월인당’

일반적으로 고택하면 으리으리한 99칸 대저택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지만 한 시대의 문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일반 서민들의 삶의 자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남 영암에 위치한 ‘월인당’은 바로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숙박형 고택이다.

‘달빛이 도장처럼 찍히는 집’이라는 뜻의 월인당은 국내 유명 대목장이 직접 지은 한옥이다. 입구부터 객을 기죽이는 고래 등 같은 한옥의 분위기가 아니라는 말씀! 동쪽으로 월출산이, 서쪽으로 은적산이 병풍처럼 월인당을 감싸고, 늦은 시간이면 저녁노을과 월출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 이름처럼 달빛이 대청마루에 도장처럼 찍히는 기분이다.

연못주변으로 원두막과 텃밭이 있어 오래전 부모님 세대가 경험했던 서리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또한 텃밭에서 가꾼 무공해 상추와 풋고추 등 신선한 야채와 직접 딴 녹차는 덤이다. 월인당 내에 월출산의 사계를 볼 수 있는 월인 미술관도 관람하자.

전화 예약 : 061-471-7675

요금 4인 5만 원선

문의 http://www.moonprin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