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항공교통 알래스카항공, ‘미국 서부 항공사’에서 태평양 네트워크 항공사로 바뀌고 있다

알래스카항공, ‘미국 서부 항공사’에서 태평양 네트워크 항공사로 바뀌고 있다

하와이안항공 인수, 원월드 확대, 아메리칸항공 협력 논의까지…인천 노선은 단순 신규 취항이 아니라 태평양 항공시장 재편의 신호다

김미래 기자 ㅣ 미디어원

알래스카항공을 더 이상 ‘미국 서부의 지역 항공사’ 정도로만 봐서는 안 되는 시점이 왔다. 하와이안항공 인수 이후 알래스카항공은 시애틀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장거리 국제선 전략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애틀–인천 노선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알래스카항공은 2025년 9월 12일부터 하와이안항공의 장거리 기재를 활용해 시애틀–인천 직항을 시작한다고 발표했고, 이 노선을 시애틀 허브를 ‘미국 서부의 새로운 글로벌 관문’으로 키우는 전략의 일부로 설명했다.

겉으로 보면 이 노선은 또 하나의 미국 서부행 직항 노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항공산업의 흐름으로 보면 의미가 작지 않다. 알래스카항공은 오랫동안 미국 서부와 알래스카, 하와이, 멕시코, 미 본토 주요 도시를 촘촘히 잇는 항공사였다. 장거리 국제선의 무게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하와이안항공을 품은 뒤 상황이 달라졌다. 하와이안항공이 보유한 장거리 운항 경험, 태평양 노선, 광동체 기재, 하와이 브랜드가 알래스카항공의 시애틀 네트워크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미 교통부는 2024년 9월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결합을 허용하면서, 보상 프로그램 가치 보호와 주요 노선 유지 등 소비자 보호 조건을 함께 부과했다. 두 항공사는 최종 운항 권한 이전 심사가 끝날 때까지 별도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 대목은 단순한 인수합병 뉴스가 아니다. 미국 정부도 이 결합이 하와이, 알래스카, 미 서부, 태평양 노선 경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의 결합 및 원월드 태평양 네트워크 확장을 상징하는 항공 노선 이미지
하와이안항공의 원월드 가입과 알래스카항공과의 결합은 하와이를 태평양 네트워크의 중요한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인천 노선은 ‘취항’보다 ‘전략’으로 봐야 한다

시애틀–인천 노선은 알래스카항공의 국제선 전략에서 상징성이 크다. 알래스카항공은 2024년 말 발표한 ‘Alaska Accelerate’ 전략에서 시애틀을 출발하는 도쿄 나리타와 서울 인천 노선을 핵심 아시아 노선으로 제시했다. 이어 2030년까지 시애틀에서 최소 12개 장거리 국제 목적지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단순히 노선 몇 개를 추가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시애틀 허브의 성격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시애틀은 이미 한국과 연결성이 좋은 도시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인천–시애틀 노선을 통해 한국과 미국 서북부를 이어왔다. 이 시장에 알래스카항공·하와이안항공 조합이 들어온다는 것은 경쟁 구도가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항공권 가격 경쟁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애틀에서 미국 서부·알래스카·하와이·캐나다·멕시코로 이어지는 알래스카항공의 국내선망이 인천 노선과 결합하면, 한국 출발 승객에게 새로운 환승 선택지가 생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래스카항공이 인천을 독립 노선 하나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는 시애틀–인천 노선을 발표하면서 도쿄 나리타와 함께 아시아 주요 시장을 연결하고, 시애틀 허브를 통해 북미 각지로 이어지는 연결성을 강조했다. 2026년 1분기 실적 자료에서도 시애틀–도쿄 노선이 취항 1년이 되기 전에 수익성을 달성했고, 시애틀–도쿄와 시애틀–서울 노선의 탑승률이 모두 90%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중요하다. 장거리 국제선은 기재, 승무원, 정비, 현지 판매망, 공항 슬롯, 환승 수요가 모두 맞아야 지속된다. 첫해 탑승률이 높다는 것은 적어도 시장의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탑승률만으로 수익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항공권 단가, 화물 수익, 환승 비율, 운영비가 함께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인천 노선이 알래스카항공의 아시아 확장 실험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와이안항공은 알래스카항공의 국제선 엔진이다

알래스카항공의 변화는 하와이안항공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와이안항공은 이름 그대로 하와이 브랜드를 가진 항공사지만, 동시에 태평양 노선 경험을 가진 항공사다. 하와이와 미국 본토, 일본, 한국, 호주, 남태평양을 이어온 운항 경험이 있다. 알래스카항공 입장에서는 단숨에 장거리 국제선의 기반을 얻은 셈이다.

이 결합의 두 번째 의미는 항공동맹이다. 하와이안항공은 2026년 4월 23일 원월드 정회원으로 합류했다. 원월드는 하와이안항공이 알래스카항공, 아메리칸항공에 이어 미국 내 세 번째 회원 항공사가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호놀룰루가 원월드 네트워크 안에서 중요한 태평양 거점으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항공도 하와이안항공의 원월드 가입을 양사의 결합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설명했다. 회사는 이 조치가 알래스카항공의 지위를 ‘미국 네 번째 글로벌 항공사’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표현은 홍보 문구에 가깝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알래스카항공은 더 이상 국내선 중심 항공사로 머물 생각이 없다. 하와이안항공의 태평양 자산과 원월드 동맹망을 결합해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올라서려 한다.

한국 여행시장에서는 이 변화가 하와이 여행과 미 본토 여행을 동시에 건드릴 수 있다. 하와이안항공은 한국인에게 하와이 여행 항공사로 알려져 있다. 알래스카항공은 미국 서북부와 알래스카, 미 서부 연결에 강점이 있다. 두 브랜드가 하나의 예약·마일리지·환승 체계로 가까워질수록, 한국 출발 승객에게는 하와이와 미국 본토를 함께 설계하는 상품 구성이 쉬워질 수 있다.

아메리칸항공과의 협력 논의는 더 큰 그림이다

최근 흐름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아메리칸항공과 알래스카항공의 관계다. 로이터는 2026년 4월 22일 두 항공사가 기존 협력을 대서양과 태평양 국제 조인트벤처로 확대하는 방안을 초기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구상에는 알래스카항공이 아메리칸항공의 영국항공, 이베리아, 핀에어, 일본항공 등과의 국제 공동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논의는 초기 단계이고, 합병 논의는 아니며, 미국 교통부 승인과 반독점 심사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항공사 경쟁이 ‘노선 대 노선’에서 ‘네트워크 대 네트워크’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국제선은 항공기 한 대를 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발지와 도착지 양쪽에서 승객을 모아야 하고, 마일리지와 라운지, 기업 출장 계약, 공동운임, 환승 스케줄까지 맞아야 한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동맹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사실상 하나의 넓은 판매망처럼 움직인다.

알래스카항공이 아메리칸항공과 더 깊이 묶인다면 시애틀–인천 노선의 의미도 달라진다. 단순히 한국과 시애틀을 잇는 노선을 넘어, 원월드와 아메리칸항공의 태평양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이는 노선이 될 수 있다. 일본항공과의 연결, 아메리칸항공의 미 본토 네트워크, 하와이안항공의 태평양 노선이 함께 엮이면 한국발 수요를 끌어오는 방식도 달라진다.

물론 규제 리스크는 있다. 미국 당국은 항공사 간 과도한 협력이 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로이터도 아메리칸항공과 제트블루의 북동부 제휴가 2023년 법원 판단으로 무산된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 논의도 심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알래스카항공의 다음 단계는 단순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미국 항공 규제 당국과의 줄다리기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항공·관광업계가 읽어야 할 변화

알래스카항공의 움직임은 한국 항공시장에도 시사점이 있다. 첫째, 인천공항은 여전히 아시아 네트워크의 중요한 관문이다. 알래스카항공이 첫 아시아 장거리 전략에서 도쿄와 함께 서울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한국 시장의 수요와 인천공항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한국은 단순 방문 목적지일 뿐 아니라, 동북아와 동남아를 함께 바라보는 항공사의 전략 지도 안에 들어 있다.

둘째, 항공사 선택 기준은 더 복잡해진다. 과거에는 직항 여부와 가격이 가장 컸다. 이제는 마일리지, 동맹, 환승 편의, 공동운항, 수하물 연결, 라운지, 기업 출장 계약이 함께 움직인다. 한국 여행사와 항공 판매업계도 단순 노선 홍보보다 네트워크 설계를 읽어야 한다. 인천–시애틀 직항은 그 자체로도 상품이지만, 시애틀 이후 미국 서부, 알래스카, 하와이, 캐나다, 멕시코로 이어지는 조합까지 봐야 한다.

셋째, 하와이 시장도 다시 봐야 한다. 하와이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휴양지지만, 항공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태평양의 거점이다. 하와이안항공이 원월드에 들어가고 알래스카항공과 결합하면, 하와이는 단순 휴양지가 아니라 원월드 태평양 네트워크의 한 축이 된다. 호놀룰루를 중심으로 미국 본토와 남태평양, 일본, 한국을 연결하는 상품 구성이 더 다양해질 수 있다.

넷째, 항공사 브랜드의 성격도 바뀐다. 알래스카항공은 ‘작지만 서비스 좋은 미국 항공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와이안항공을 품고, 원월드 안에서 몸집을 키우며, 아메리칸항공과 국제 협력을 논의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브랜드는 여전히 친근한 지역 항공사의 얼굴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업의 방향은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 쪽으로 가고 있다.

인천 노선의 성공 여부는 첫해 이후가 더 중요하다

새 노선은 취항 첫해보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항공사 홍보, 특가, 여행 수요 회복, 호기심 수요가 붙는다. 문제는 2년 차부터다. 안정적인 기업 출장 수요가 있는가. 한국 출발 승객만이 아니라 미국 출발 승객도 충분한가. 환승 수요가 자연스럽게 붙는가. 화물 수익이 보탬이 되는가.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노선은 살아남는다.

알래스카항공의 강점은 시애틀 허브다. 시애틀은 미국 서북부의 경제 중심지이자, 기술기업과 아시아계 커뮤니티, 크루즈·알래스카 여행 수요가 함께 존재하는 도시다. 한국인 여행객에게도 시애틀은 단순 경유지가 아니다. 미국 서부 여행, 알래스카 크루즈, 캐나다 밴쿠버 연계, 포틀랜드·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연결까지 다양한 동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한국 시장에서 알래스카항공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 대한항공, 델타항공, 아시아나항공, 유나이티드항공, 하와이안항공보다 낮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 운항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알래스카항공을 타야 하는가”, “시애틀을 통해 어디로 갈 수 있는가”, “하와이안항공과 결합하면 어떤 여행이 가능한가”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항공사와 GSA, 여행사, 관광청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작은 항공사가 커지는 방식이 달라졌다

알래스카항공의 변화는 오늘날 항공산업의 성장 방식을 잘 보여준다. 과거 글로벌 항공사는 거대한 기단과 대형 허브를 바탕으로 커졌다. 지금은 다르다. 인수합병, 항공동맹, 조인트벤처, 공동 마일리지, 디지털 예약 체계, 광동체 기재 재배치가 함께 움직인다. 항공사가 혼자 모든 노선을 띄우지 않아도, 네트워크를 엮으면 세계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알래스카항공은 바로 그 길을 택하고 있다. 하와이안항공의 장거리 자산을 활용하고, 시애틀을 글로벌 허브로 키우며, 원월드 안에서 연결성을 넓히고, 아메리칸항공과 더 깊은 협력을 모색한다. 이 전략이 모두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장거리 국제선은 비용이 크고, 경기 변동에 민감하며, 규제 심사와 경쟁사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알래스카항공은 더 이상 미국 서부의 좋은 국내선 항공사로만 남으려 하지 않는다. 인천 노선은 그 변화가 한국 시장 앞에 드러난 첫 장면이다. 한국 항공·관광업계가 이 흐름을 가볍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태평양 항공시장은 대한항공·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일본항공, 알래스카·하와이안·원월드의 조합이 더 복잡하게 얽히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알래스카항공의 인천–시애틀 노선은 단순한 신규 취항 뉴스가 아니다. 미국 서부의 한 항공사가 하와이를 품고, 시애틀을 키우고, 원월드와 아메리칸항공의 그물망 안에서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한국 시장은 그 변화의 관찰자가 아니라, 이미 그 변화 안에 들어와 있다. 항공 노선 하나를 보더라도 이제는 목적지 하나가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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