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급 육상 유전 가능성 대두…석유 300억 배럴·천연가스 85조 입방피트 보유한 중앙아시아 자원국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카자흐스탄 서부 내륙 탄산염 지층에서 약 47억t 규모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대상 지역은 카라톤, 카즈히갈리, 즈힐리오이 일대다. 이 지역은 카스피해의 초대형 해상 유전인 카샤간과 비슷한 지질 구조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지층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위치다. 카샤간은 바다에 있고, 이번 지층은 육지에 있다. 해상 유전은 플랫폼과 해저 설비, 긴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육상 지층은 장비를 들여오기 쉽고 시추와 운영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다. 카자흐스탄이 기존 대형 유전 이후의 새 생산 기반을 찾는 과정에서 이 지역을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47억t은 당장 생산 가능한 확정 매장량이 아니다. 탐사 단계에서 산정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다. 실제 생산 가능한 매장량과 회수율, 생산 단가, 수송 인프라는 추가 시추와 정밀 지질 평가를 거쳐야 한다. 숫자만으로 생산 규모를 단정할 수는 없다.
카자흐스탄은 이미 중앙아시아의 대표 산유국이다. 확인 석유 매장량은 약 300억 배럴로 평가된다. 텡기즈, 카라차가낙, 카샤간 등 대형 유전이 카자흐스탄 석유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이들 유전은 국가 재정과 에너지 수출의 핵심 기반이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크다. 카자흐스탄의 확인 천연가스 매장량은 약 85조 입방피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카자흐스탄 가스는 상당 부분이 석유 생산 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수반가스다. 생산된 가스 일부는 유전 압력 유지를 위해 다시 주입되고, 일부는 처리 시설을 거쳐 내수와 수출에 활용된다. 매장량이 크더라도 처리 시설과 송배관, 수출 경로가 함께 갖춰져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우라늄·희토류·갈륨까지 더해진 자원대국
카자흐스탄의 자원 경쟁력은 석유와 가스에 그치지 않는다. 우라늄은 카자흐스탄이 가진 가장 강한 자원 카드다. 카자흐스탄은 2009년 이후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국영 기업 카자톰프롬은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 기업으로 꼽힌다. 원전 확대 흐름이 이어질수록 카자흐스탄 우라늄의 전략적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다.
희토류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025년 2,000만t 이상으로 추정되는 희토류 금속 광상 발견을 발표했다. 광상에는 네오디뮴, 세륨, 란타넘, 이트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광물은 전기차, 풍력발전, 전자기기, 방위산업에 쓰인다. 아직 개발 기업과 생산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카자흐스탄의 자원 목록을 석유·가스에서 첨단산업 원료로 넓히는 흐름은 분명하다.
갈륨 생산도 준비되고 있다. 갈륨은 반도체, 레이더, 항공우주 장비, 방산 전자장비에 쓰이는 핵심광물이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안티몬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은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갈륨 생산국으로 올라서면 중국 의존을 줄이려는 국가와 기업의 관심도 커질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크롬, 텅스텐, 탄탈럼, 리튬, 구리 등에서도 자원 기반을 갖고 있다. 석유 300억 배럴, 천연가스 85조 입방피트, 우라늄 세계 생산 1위, 희토류 2,000만t급 광상, 갈륨 생산 움직임이 한 국가 안에서 함께 나타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단순 산유국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 산업과도 맞닿은 공급망 문제
한국 산업과도 연결된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조선, 방산, 플랜트 산업을 가진 제조 국가다. 이 산업들은 희토류, 갈륨, 안티몬, 우라늄, 석유·가스 공급망에 의존한다. 카자흐스탄이 보유한 자원은 한국 기업의 원료 확보와 공급망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협력 분야는 에너지, 무역, 투자, 자동차, 인프라로 넓어져 있다. 카자흐스탄은 한국을 단순 구매 시장으로 보지 않는다. 제조업 기반과 플랜트 경험,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을 가진 협력 상대로 보고 있다. 주한 카자흐스탄대사관도 기업 교류와 투자 협력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카자흐스탄을 원료 수입처로만 보면 늦다. 공동 탐사, 장기 구매계약, 현지 정제와 가공, 발전·송전 인프라, 철도·물류망, 산업단지 조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갈륨 공급망에서 카자흐스탄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도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카자흐스탄을 살피고 있다.
이번 47억t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은 아직 생산량이 아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이 가진 자원 구조는 분명하다. 석유와 가스, 우라늄, 희토류, 갈륨, 안티몬까지 국제 공급망에 들어가는 자원을 함께 갖고 있다. 중앙아시아 자원 경쟁에서 카자흐스탄의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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