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바쁘게 사는 현대인일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 도무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삶이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단 하루라도 시간을 내 보기를 권한다 . 당신의 귀중한 하루를 위해 전통문화 속에서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전주한옥마을과 차분히 현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주 둘레길을 소개한다 . 자 , 이제 흘러간 과거를 되새겨보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해 보자 .

고귀한 전통을 찾는 과거로의 여행 , ‘ 한옥마을 ’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반발한 한국인들이 한옥촌을 형성하면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 현재 전통문화의 오롯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민족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인 것이다 . 그 분들께 경건한 마음을 가지며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
마음을 추스르고 맨 처음 도착한 곳은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경기전이다 .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무성한 버드나무 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얼굴을 어루만진다 . 울창한 나무들이 햇빛까지 가려주어 딴 세상에 온 것만 같다 . 500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조선왕조가 시작된 곳에서 고개를 들어 좌우를 바라보면 역대 훌륭했던 선왕들의 늠름한 자태가 눈에 잡힐 듯하다 . 아스라한 옛 기억의 정취 . 과거로의 여행은 이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

경기전 밖은 시원했던 안에 비해 너무나 더웠다 . 불볕더위를 피해 어디든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발길을 붙잡는 거대한 그림자 앞에서 멈추게 된다 . 웅장하고 화려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고풍스런 전동성당이 한옥마을의 수호신처럼 우뚝 솟아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 순교자들의 피가 묻은 돌을 주춧돌로 사용한 전동성당은 국내 천주교 신자들이 적어도 한번은 방문하는 순례지가 되었다고 한다 . 고결하고 숭고한 희생은 시대를 아우르며 그 뜻을 이어나가는 법이다 .
이제 자연스럽게 시선은 한옥으로 향하게 되었다 . 한옥은 오색빛깔 청연한 단청과 유려한 곡선만 봐도 단아한 매력이 있다 . 또한 흙 , 돌 , 나무 , 한지 등 자연친화적 재료로 만들어 졌기에 가식적이지 않은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 이렇게 매혹적인 한옥이 700 동이 넘게 자리한 한옥마을을 걷고 있으려니까 지금이 대체 어느 시대인지 현실을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 관광객들로 가득한 큰 길도 좋지만 ,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는 또 다른 향취를 맡을 수 있다 .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골목길을 걸어본다 . 구획이 잘 정리가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
이번에는 최명희 문학관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 90 년대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는 ‘ 혼불 ’ 을 쓴 작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학관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 원고를 쓰는 것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고 말했던 그녀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그녀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혼이 되어서 가슴으로 스며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

이제 차 한 잔을 마시며 눈을 즐겁게 할 차례다 . 다양한 공예작품들이 전시된 공예품전시관 안에서 명장들의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또한 전시관 안에는 관광객이 직접 한지공예와 목공예 등을 배울 수 있는 체험관도 있다 . 마침 체험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과 서툰 손놀림으로 공예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
공예품전시관을 지나친 후 태조로를 따라가 언덕을 오르면 황산대첩에서 왜구를 크게 토벌한 후 태조 이성계가 연회를 열었다고 하는 오목대가 기다리고 있다 . 평지만을 걷다가 오목대 언덕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니까 가슴이 확 트여 넓은 시야가 주는 벅찬 감동에 휩싸이게 된다 . 또 오목대 바로 건너편에는 태조 이성계의 5 대조 목조 이안사가 살았다는 이목대가 있다 . 조선왕조의 발상지라고 전해지는 이곳에서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멈추기로 했다 . 이제는 자연을 거닐며 현재를 돌아볼 시간이다 .
자신을 찾아서 자연 속으로 , ‘ 둘레길 ’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기 위해 걷는 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 하지만 빽빽이 밀집된 도심의 고층건물들 속에서는 쉽지 않을 터 . 한옥마을에서 전통의 향기에 흠뻑 취하고 옛 선인들의 지혜를 배운 다음에는 자연을 벗 삼아 한껏 여유롭게 거닐어보자 .
오목대와 이목대 사이에 있는 기린대로를 가로질러 내려오면 숨길이라고도 불리는 한옥마을 둘레길이 시작된다 . 총 길이 7.1km, 소요시간 140 여분에 달하는 둘레길은 총 2 코스로 구성되어 있지만 평소에 체력이 자신이 없다면 제 2 코스에 비해 조금 짧은 제 1 코스를 따라 걷는 것이 좋다 .
기린대로를 따라 죽 내려와 오른쪽 코너를 돌아가면 전주향교가 나온다 . 지금의 중 ,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인 전주향교의 입구 일월문에 들어서면 , 양쪽에 고풍스런 은행나무 두 그루가 위엄 있게 서 있다 . 벌레를 먹지 않는 400 여년 된 은행나무를 본받아 건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 한편 ,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명륜당에 앉아 눈을 감으면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


향교를 나와 다시 한 번 기린대로를 따라 내려가면 왼 편에 한벽당이라는 누각이 나온다 .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한벽당에 올라 경치를 감상한다면 시상 ( 詩想 ) 이 절로 떠오르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 옛 시인들이 썼던 시가 지금도 꾸준히 읽히는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 속에서 써졌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
한벽당 밑에 위치한 한벽굴이라는 터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둘레길이 시작된다 . 전주천 수변생태공원을 따라가는 긴 도보길은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을뿐더러 생태보존이 잘 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걷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 들길을 따라서 느릿하게 걷다보면 자연스레 감상적이 되어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또한 , 곳곳에 학습표지판이 있어서 둘레길 자체에도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마련해 준다 .
그렇지만 도보여행이라고 무작정 걷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먼저 자연생태박물관에 들러 자연에 대한 조예를 깊게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고 , 호남지역 순교자 일곱 명이 묻혀 있다고 하는 치명자산 성지에 올라 그 분들의 희생을 다시 한 번 기려 보는 것도 좋다 . 자연의 소중함과 순교자의 거룩한 희생은 현재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도보여행에 의미를 더해 준다 .
반환점을 되돌아 가리내길을 걷다보면 무지개형에 팔작지붕을 얻은 남천교가 보인다 . 전주한옥마을의 관문이 되기도 하는 남천교는 전에는 오룡교라고 불리었으며 다리위에 건물이 세워진 드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 잠시 누각 위에 올라 전주천을 바라보며 뒤죽박죽이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계속 걸으면서 끝없이 생각만 하다보니까 금세 허기가 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르지만 그 외에도 맛과 정성이 가득한 음식점이 많다 . 그 중 남천교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40 년 전통의 소바 , 콩국수 전문점인 ‘ 진미집 ’ 이 보인다 . 차디찬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더해진 콩국수는 가슴 속 까지 파고들어 무더운 날씨로 인한 고단함을 달래준다 .
이제 둘레길 도보여행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 배도 부르고 산책도 할 겸 조금만 걷다보면 처음 도보여행을 시작한 한옥마을의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보인다 . 과거와 현재를 돌아본 이후에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밖에 남지 않았지만 사실 이 셋은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다 . 마치 여행의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결국 모든 시대를 관통해 사는 것은 아닐까 . 찬란한 미래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
당일 도보여행 추천코스
경기전 → 전동성당 → 최명희 문학관 → 전주공예품전시관 → 오목대 → 이목대
→ 전주향교 → 한벽당 → 자연생태박물관 → 치명자산 성지 → 남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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