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휴가를 위한 ‘비밀 피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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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청정 계곡과 섬

<강당골>

여름휴가의 최성수기인 7월말 8월초가 다가왔다. 이럴 때 일수록 살인적인 교통체증과 넘쳐나는 인파를 피하는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또는 아무도 모르는 피서지를 간다거나. 그러나 이 좁은 땅덩어리에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피서지가 있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놀랍게도 아직도 그런 곳이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청정지역은 교통편이 좋지 않거나 편의 시설이 낙후된 지역도 있으나, 그 정도 불편쯤이야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름휴가를 생각한다면 문제 축에도 끼지 못한다.

시.선.집.중!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지금부터 아무도 모르는 비밀 피서지를 슬쩍 공개한다.

# 이런 계곡 있는지 몰랐지?

단양군의 소백산 국립공원 내 위치한 ‘남천계곡’은 물이 맑고, 다른 지역에 비해 조용한 계곡으로 그 길이가 6㎞에 달한다. 원래는 사람들의 발길이 매우 뜸해 휴가철이 돼도 한산한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유명 휴가지에 비해서는 매우 조용한 편이니 안심해도 된다. 아직까지도 천연림이 잘 보존돼 있고, 여름에 울창한 수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이 일품이다. 계곡의 맑고 시원은 물이 더위를 달래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흐르는 냇물과 작은 폭포의 물소리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계곡의 경우 다음달 15일까지 개장하는데 야영료는 4,500원에서 6,000원이다. 그러나 굳이 야영료를 내고 계곡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솔밭공원부터 공원입구 까지는 언제나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물고기를 잡을 수 없지만 그 외의 곳에서는 남천계곡에 서식하는 산천어, 메기, 버들치 등을 잡을 수 있다. 직접 잡은 고기로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 먹어도 일품이겠지만, 요리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주변의 식당을 이용하자. 남천계곡 입구에서 성골 방향 가는 길에 있는 성골촌에서 토종닭백숙과 매운탕을 팔고 있다. 또 구인사 입구 주차장에 있는 금강식당의 산채도토리쟁반냉면, 산채비빔밥 등도 먹을 만하다.

단양읍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영춘면 방향으로 가면 영춘교가 나온다. 영춘교를 지나 우회전, 온달관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남천계곡으로 들어선다.

다음으로 소개할 충남 아산 송악면 ‘강당골’은 광덕산의 남서쪽 자락에 있는 계곡이다. 깨끗한 계곡과 숲의 시원함이 빼어나지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편이다. 광덕산은 천안과 아산에 걸쳐 있는데 산세가 크면서도 길이 험하지 않아 천천히 즐기면서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비포장인 길을 구불구불 달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강당골에 들어서면 왼편엔 등산로가, 오른편엔 계곡이 나타난다. 왼편 오른편 할 것 없이 수풀이 우거져, 부는 바람이 향긋하다. 계곡 물 또한 우거진 수풀에 가려져 있는데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살이 물살을 반짝이게 하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강당골의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여느 휴양림 못지않게 숲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정상까지 올라가면 주변 산세와 송악저수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강당골에 들어서기 직전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은 충청도 고유의 주택양식이 잘 보존돼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 나들목으로 진출한 다음 21번 국도 아산방면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 다음 온양사거리에서 39면 국도를 타고 외암민속마을을 지나면 강당골이 보인다.

경북 울진에 있는 ‘불영계곡’은 교통편이 좀 열악하긴 하지만, 명승 제6호로 지정 될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계곡과 절벽의 기암괴석들이 이곳이 왜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가 되었는지 설명해 준다. 불영계곡의 빼어난 경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멀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붐비는 편이다. 깊게 파인 절벽 사이로 흐르는 불영계곡은 상당 지역이 보호 구역이라 접근이 제한된 곳이 많다. 그렇지만 야영장이 두 곳이나 있고 절벽 위를 지나는 도로 주변에 전망대가 있어 이곳의 절경을 구경 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이곳은 접근이 어렵고 국가가 보호하고 있어 거의 오지나 다름없는 자연 환경이 보존돼 있다. 계곡 근처에 신라시대에 창건한 불영사도 유명하다.

강릉나들목에서 동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삼척나들목으로 진출해 울진으로 간다. 울진에서 봉화 방면으로 18㎞ 정도 가면 불영계곡에 도착한다.

< 불영계곡>

# 여긴 정녕 무인도?

강화 볼음도 조개골 해수욕장은 밀물 때 해수욕을, 썰물 때 갯벌체험과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부터 승선 신고가 간편해지면서 볼음도 출입도 훨씬 쉬워 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볼음도는 주민들이나 알고 간간히 찾아오는 섬이다. 볼음도는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탓에 서해안에 남은 마지막 청정지역이라고도 불린다. 전체 면적이 6.36㎢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해수욕장은 물론 산, 저수지, 갯벌까지 갖추고 있어, 등산, 낚시, 갯벌 체험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선착장 왼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조개골 해수욕장이 나온다. 이름처럼 조개가 많아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조개를 잔뜩 주울 수 있다. 바지락, 소라뿐만 아니라 그물을 이용하면 숭어, 농어 등도 심심치 않게 건져 올릴 수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그리 크지 않아 밀물에 해수욕을 즐겨도 전혀 위험하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와도 안전하다. 1.5㎞에 이르는 백사장은 깨끗하고 모래가 고와 발을 다칠 염려도 없다. 해수욕장 뒤편에 조성된 해송이 그늘을 이뤄 시원하게 경치를 즐기며 쉴 수 있다. 비록 작은 섬에 있는 해변이지만 여느 바다 못지않게 아름다운 석양을 자랑한다. 저녁노을이 지고 있을 무렵,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바다가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라고 말 할만하다.

섬 북쪽 끝, 마을 입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04로 지정된 800년 된 은행나무도 또 하나의 볼거리며, 나무 바로 옆 볼음저수지에서는 토종 민물고기 낚시도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에서 야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음식을 직접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민박을 잡아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지나 강화읍에 도착한다. 강화읍에서 301번 지방도를 타고 30여분 직직하면 외포리 선착장이 보이는데, 여기서 하루 2회 움직이는 강화카페리호를 타고 불음도로 향하면 된다.

<승봉도>

<이작도>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 ‘승봉도’와 ‘이작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1-2시간 이면 도착한다. 이곳 여행의 핵심은 누군가 다녀간 흔적조차 느낄 수 없는 사승봉도와 바닷물이 빠질 때만 드러나는 풀치다. 승봉도에서 어선을 빌려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사승봉도는 개인 소유의 섬이지만 사람이 살지 않아 한적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깨끗한 백사장은 길이 4㎞, 폭 2㎞로 뒤편은 해송, 참나무, 등이 울창해 시원한 바람을 만든다. 승봉도 역시 조용한 여름휴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섬 둘레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품인 남대문바위와 촛대바위, 손가락 바위 등이 있어 눈이 즐겁다.

북쪽 해안에서는 갯바위 낚시도 즐길 수 있다. 풀치는 승봉도 서쪽에 있는 이작도에서 어선이나 모터보트를 타고 약 500m 들어가면 닿는다. 풀치는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가 되면 모습을 드러낸다. 방게들이 만든 발자국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6시간 정도다. 물이 차기 전 빠져 나와 풀치 쪽을 바라보면 머물렀던 모래섬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풀치에는 슈퍼는커녕 나무 그늘조차 없으므로 오래 머무를 계획이라면 파라솔, 식수, 음식 등을 반드시 준비해 가야 한다.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인천항 사거리에서 배주년 기념탑을 지나 인천연안부두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여기서 카페리를 타면 승봉도와 이작도에 도착할 수 있다.